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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열린 한국지엠 임단협 마무리 조인식에서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왼쪽)과 김준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노사간 대립이 극심했던 완성차 업계가 올해는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모두 마무리할 전망이다. 금리·물가가 치솟고 환율이 급등하는 ‘복합위기’ 상황을 양측 모두 엄중히 인식한 결과다. 다만 자동차 생산 무게 중심이 ‘전기차’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중장기 비전을 놓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아 내년 협상 분위기는 안갯속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지난 13일 올해 단체협상 2차 잠정합의안을 만들어냈다. 파업 직전까지 갔지만 극적으로 봉합한 것이다. 기아 노조는 그간 퇴직 이후 평생 차량 할인 혜택을 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2차 잠정합의안에는 2025년부터 25년 이상 장기근속 퇴직자가 전기차를 구매할 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논란의 대상이었던 ‘평생 사원증 제도’는 사측 기존 입장이 반영됐다. 대신 하계 휴가비를 30만원 인상하는 내용을 합의안에 담았다.
업계에서는 오는 18일 열리는 기아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가 가결될 것으로 본다. 그간 ‘몽니’를 부린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아왔고, 사측을 압박할 ‘파업 카드’도 꺼낼 명분도 약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은 올해 임단협을 큰 잡음 없이 마무리한 상태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파업을 안 했다. 현대차 노사는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생산직 신규 채용 등 내용에서 공감대를 이뤘다.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 노사가 힘을 모은 것도 최근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인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양사는 외국계 자본이 대주주로 있어 국내 투자, 신차 배정 등을 두고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6월 협상을 시작해 18번 만남 끝에 접점을 찾았다. 르노코리아도 단체협약 내용 변경 여부를 두고 대립했지만 사측이 양보하며 협상을 끝냈다. 쌍용차는 새 주인 찾기 등 어려운 환경이 이어져온 만큼 노사가 서로 양보하는 ‘상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완성차 업계가 올해는 ‘복합위기’ 속 시끄러운 상황이 연출되지 않았지만 내년 협상은 벌써부터 전운이 감돈다. 미국과 중국간 갈등, 소비자들의 수요 패턴 변화 등 변수가 계속 늘어가는 가운데 각자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기차 공장을 두고 고민에 빠진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국내와 미국에 동시에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을 계획한 상태다. 다만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과시키며 경영 환경이 급변했다. 국내에서 전기차를 만들어 수출하기 불리한 상황이 조성됐다는 뜻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기아 등) 노조는 꾸준히 국내 공장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국내 공장 생산성이 심각하게 떨어져 이를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며 "노조가 그간 묻지마 파업을 이어오며 업무 강도를 낮춘 것이 전기차 전환 시대에 독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