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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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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發 수요 붕괴"…삼성·SK 초긴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7.06 16:03

인플레 다음은 경기침체…구글·MS 등 긴축 경영 태세로 전환



하반기 서버용 시장에 희망 걸었는데… D램 등 수요 급감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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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삼성, SK 등 ‘K-반도체’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주춤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지면서다.

미국 빅테크 기업(거대 기술기업)이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긴축 경영 태세로 전환하면서 하반기 이후 예정된 데이터센터 투자를 삭감할 여지가 생겼다. 시장조사업체들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기존 스마트폰과 개인용컴퓨터(PC)에 이어 서버용까지 광범위한 수요처에서 급감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서버용 D램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는 올해 3분기 PC와 스마트폰, 서버 등 모든 수요처에서 D램 가격이 10%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버용 반도체는 ‘보복 소비’ 효과가 희석되며 완제품(세트) 수요가 부진한 와중에도 미국 빅테크 투자에 힘입어 탄탄한 수요를 이어가며 D램 가격 하락을 제한해왔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심화하며 상대적으로 가격 내림세가 크지 않았던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까지 영향권에 들어가는 추세다. 서버용 반도체 대형 고객사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인력 감축을 포함한 긴축 경영에 돌입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강도와 금리 인상, 환율 변동 등으로 서버 투자가 주춤할 가능성이 커지며 업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라며 "내년 이후 예정된 서버 투자가 위축되면 수요 약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증가세다. 반도체 수요가 전방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경고등이다. 업계는 서버용 반도체 재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지난달 말 열린 실적발표에서 당분간 재고를 줄이기 위해 출하량을 제한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애초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는 시장이 올해 하반기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진입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근거는 서버용을 중심으로 하는 탄탄한 수요다. 데이터센터 업체가 지난 2017년 집행한 대규모 투자에 따른 교체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데다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를 지원하는 인텔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가 양산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DDR5 D램은 기존 DD4 제품 대비 속도는 2배 빠르고 전력 효율이 30% 개선된다. 그만큼 평균판매가격(ASP)이 높아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가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려면 DDR5 D램을 지원하는 서버용 컴퓨터 CPU가 있어야 한다. 애초 인텔은 데이터센터용 CPU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를 2분기 출시하려 했으나 시점이 계속 미뤄져 올해 연말에나 제품 출시가 이뤄질 예정이다.

문제는 시장이 한번 고꾸라지면 반등 시점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스마트폰과 PC 등 일반 소비재 수요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 업계는 향후 몇년간 반도체 수요가 정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과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은 기존 채용 계획을 축소하는 등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오히려 서버용 D램 시장에서 제조업체 간 판매 경쟁이 심화하며 가격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대만 매체 디지타임즈는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불확실한 시장 전망으로 재고 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을 가격 인하로 돌파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예상보다 작은 D램 가격 하락폭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실적을 냈다"며 "올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면 실적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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