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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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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누리호 성공에 ‘항공우주청 신설' 재점화…각론은 제각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6.23 08:00

尹대통령 "독립기구 신설해 체계적 지원"...국회도 신설법 발의



연구·민간쪽 '항공청, 우주청, 우주항공청' 이해관계 따라 이견

항공우주청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가 끝난 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과 영상통화를 하며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21일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발사 성공으로 대한민국의 본격적인 우주개발시대가 열리면서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콘트롤타워 기구인 항공우주청 신설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22일 항공우주업계에 따르면, 항공 또는 우주산업 관련 업무를 총괄할 독립 정부기관이 없는 국내 현실에서 항공우주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게 힘을 얻고 있다.

항공우주청 신설의 명분에는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신설기구를 어떤 형태의 조직으로, 어느 지역에 둘 것인지 등 세부 사안을 놓고는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이해관계자간 입장과 목소리가 엇갈려 앞으로 정부와 정치권에서 ‘핫이슈’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21일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의 누리호 발사 진행 상황 브리핑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우주산업의 상당부분은 과학기술정통부가 주관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 내용에선 과기정통부는 발사체와 인공위성의 개발, 제작, 성능향상 등 기술 분야를 담당하고 있으며, 대기업과 벤처기업 등 민간 관련기업 지원과 규제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관할하고 있다.

또한, 우주산업과 밀접한 항공산업 분야에서 항공기 제작 관련 정책은 산업부가, 항공운항 관련 정책은 국토교통부가 각각 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여러 부처로 나눠져 있는 항공·우주산업 정책과 지원업무를 일원화하려는 입법안이 준비중이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항공우주청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으로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대통령 직속의 항공우주청을 신설하는 것이다.

21일 누리호 발사 성공 직후 윤석열 대통령 역시 "공약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항공우주청을 신설해 항공우주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같은 국회와 대통령의 행보를 ‘항공청’이나 ‘우주청’ 또는 ‘우주항공청’보다 항공산업에 기반을 두면서 우주산업을 아우르는 ‘항공우주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독자의 ‘우주청’ 신설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대전·세종권 씽크탱크인 대전세종연구원은 성숙산업인 항공산업과 신생산업인 우주산업은 산업적 이질성이 크므로 별도의 ‘우주청’을 설립해 과기정통부 산하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에 항공업계에서는 우주청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우선 ‘항공청’부터 신설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주청이 관할할 우주공간은 어느 국가에도 소유권이 없는 ‘국제 공역’인 것과 달리 중력이 미치는 하늘 공간은 주권국가 소유의 영공인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우리나라 소유의 영공을 관할하는 독립관청이 없기 때문이다. 영해의 경우 해양경찰청이 따로 있는 것과도 대비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우주산업의 경우 이미 형성된 산업·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주업무로 하는 ‘관청’보다는 태동 중인 산업을 육성·지원하는 ‘정부산하 위원회’ 등 형태의 조직이 적합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교수(항공교통물류학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이사국 36개국의 대부분은 정부 조직에서 별도의 항공관련 독립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30개 나라 역시 독립된 항공청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해 독립된 항공청 설립이 우선 과제임을 강조했다.

신설되는 기관을 대통령, 국무총리 또는 개별 부처 중 어디 소속으로 둘지와 어디에 둘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윤석열 정부는 현재 정부조직 개편이나 정부조직법 개정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대전시는 항공과 우주를 분리해 별도의 우주청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등 관련 연구기관과 기업이 주로 자리잡고 있는 대전에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력을 마련 중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21일 누리호 발사 성공 직후 브리핑에서 "과기정통부 중심으로 우주청이 설립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가 위치하고 있는 경남 사천에 인접한 창원시는 창원에 ‘우주청’을 설립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경남도의회는 신설될 기관의 명칭을 ‘우주항공청’으로 정해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신설될 기관의 명칭을 보면 항공, 우주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기관명과 소재지를 놓고 부처간, 지자체간 주도권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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