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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
러시아의 불법 침략에 의해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지속되면서 전과 과시를 통한 동정 여론 조성을 노린 양측의 홍보 경쟁과 언론 플레이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전쟁에서 전과 홍보는 국민의 단합과 주변국의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여 국가의 전쟁 노력을 제고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이를 위해 교전 상대국을 악마(惡魔) 집단으로 만들어 국민의 적개심을 고조하는 흑색선전(propaganda), 성공적인 전과 달성을 위해 군사 활동이나 작전 계획을 왜곡하거나 숨기는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 선전·선동과 여론 조작을 위한 가짜뉴스(fake news) 등 다양한 수단이 동원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은 병사에게 교전 대상인 일본인을 큰 뻐드렁니를 가진 ‘생쥐’라고 하며 밟아 죽여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게 했다. 일본과 독일은 심리전 방송으로 병사의 향수병을 자극하여 무기력한 울보를 만들었다. 전쟁에서 심리전을 통해 적의 전의를 꺾고 아군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은 첨단 무기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각종 언론 매체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전쟁 소식을 빠르게 전파하고 필요에 따라 가짜뉴스를 배포하는 선전·선동도 서슴지 않았다. 국익을 위해 그리고 국제사회의 동정 여론 조성과 지지 확보를 위해 허위 사실도 재포장하여 우크라이나를 빛나게 했다. 때로는 전과를 과장하여 자국민의 통합과 저항 의지를 강화했다.
예를 들어 개전 당시 우크라이나 해역 ‘뱀섬(Snake Island)’에 배치된 방어 부대가 러시아의 항복 종용 방송에 맞서 상소리로 저주하며 끝까지 저항하다 전멸했다는 소식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전 세계인의 동정과 러시아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였다. 또 ‘키이우의 유령’이란 별명을 가진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열악한 환경에서 러시아 전투기 5대 이상을 격추했다는 소식도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뱀섬’에서 전멸했다는 병사들은 생존하여 러시아군의 포로가 되었고 ‘키이우의 유령’이라는 조종사의 존재도 허구에 가깝다고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피난민이 겪는 비극적인 상황, 러시아의 불법적이고 야만적인 행위 및 민간인 살상 등의 뉴스를 쉴 틈 없이 전파하여 국제사회의 공분을 자극하였다. 최근 부차(Bucha)라는 소도시에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강간과 살해 사례가 확인되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신 독일 나치가 6백만 명의 유대인을 대량 살상했던 인종청소(genocide)와 비교하며 범세계적인 러시아 규탄 분위기를 조성했다. 전범 국가로 낙인찍힌 러시아는 종전 이후에도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대우받기 어렵게 되었다.
매우 영리하고 효과적인 우크라이나의 동정 여론 조성 노력으로 국제사회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는 국가는 나쁜 나라이며 러시아와 관계를 끊지 않는다면 전범을 지원하는 부역국 이라는 인식을 확산하였다. 개전 초기부터 미국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했고 러시아의 만행이 알려질수록 지원 국가의 숫자와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었다. 개전 초기에는 러시아를 크게 자극하지 않을 대전차 화기, 휴대용 대공 미사일, 피복 등 방어용 장비를 지원했지만, 최근에는 전차와 장갑차, 대함미사일 등 공격무기가 공급되고 있다. 이런 행동은 이미 전장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를 자극하여 핵무기 사용까지 고려하게 하는 도발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절대 선(善)’이고 러시아는 ‘절대 악(惡)’이 된 상황에서 러시아를 굴복시키는 것은 이제 국제사회가 꼭 해야 하는 정의로운 행위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는 절박했다. 국제사회는 막강한 전력을 가진 러시아의 빠른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에서 철수하고 전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성공적인 ‘악에 대항하는 전사’ 이미지 메이킹과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 홍보 활동 및 탁월한 언론플레이 능력이 빚을 바랐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이 국가적 위기상황에 처한다면 과연 우크라이나와 같은 수준의 국민 단합과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예측된다. 한국은 선전·선동에 취약하다. 과거 ‘미국 소고기 광우병’ 사태를 봐도 알 수 있다. 반면 북한이나 중국은 선전·선동과 심리전으로 한국 사회의 국론분열과 상호 반목을 조성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요 교훈 중 하나는 유사시 효과적으로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 행동을 결집하여 일사불란하게 국론 및 국민 통합을 이루는 것이 위기 극복의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는데도 각종 선전·선동으로 국론 분열과 국민 간 반목을 초래하는 현실을 보면 위기 발생 시 한국이 우크라이나 같이 일치단결하여 대응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우려를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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