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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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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이 부른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글로벌 금융시장 ‘휘청’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3.08 12:51
USA-STOCKS/

▲(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두려움에 글로벌 증시는 크게 출렁였고 미 국채 수익률은 경기침체 전조로 해석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37% 떨어진 3만 2817.38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다우 지수는 지난달 4일의 고점대비 10% 이상 떨어져 조정장에 진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95% 하락한 4201.0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62% 급락한 1만 2830.96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이미 조정장에 들어간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의 하락 폭도 더욱 커졌다. S&P 500 지수의 하루 낙폭은 지난 2020년 10월 이후 가장 컸고 나스닥의 경우 지난해 11월 고점 20% 넘게 빠지면서 약세장에 진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과 아시아 주요 지수도 고점 대비 하락 폭이 20%에 근접하면서 약세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이 글로벌 경기회복을 둔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트홀드그룹의 짐 폴슨 수석 투자 전략가는 "결과적으로 포트폴리오 전략에 있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중심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더 느린 성장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투자자들의 공포와 이에 따른 행동들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가 침체된 와중에 물가는 높은 수준을 나타내는 걸 말한다.

블룸버그는 채권시장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과 2년물 수익률은 각각 1.749%, 1.548%을 기록하면서 격차가 0.201%를 보였는데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수익률 곡선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침체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좁혀졌다고 전했다.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역전, 이른바 수익률 곡선 역전이 일어나는 것은 경기침체 전조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10년물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BEI)은 2.785%를 기록하면서 2005년 이후 최고치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에서 물가연동채권(TIPS) 금리를 빼서 산출되는 BEI가 높을수록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Russia Ukraine War Energy Prices

▲(사진=AP/연합)

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배경엔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국채 수익률 격차 축소, 유가 급등, 증시의 조정장 진입 중 하나만 발생해도 경기침체에 대한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 세가지가 동시에 일어날 경우 심각하게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보다 배럴당 3.2% 오른 119.40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4.32% 오른 123.21달러를 기록했다. 두 유종은 전날밤 배럴당 130달러선을 돌파한 바 있다.

또 33개 주요 원자재 현물 가격으로 구성된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지수’는 지난 한 주에만 13% 가량 뛰어올랐다.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1970년대의 주간 상승률인 9.67%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미국 소비자 물가가 40년만 최고 상승률을 보이는 와중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한다. 이는 소비자 심리를 더욱 크게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지출이 늘어나면 다른 소비 여력이 줄어 주식투자 등에 대한 결정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

이와 관련, CIBC 프라이빗 웰스의 데이비드 도나베디안 최고투자책임자는 "성장에 대한 전망은 하향 조정되어야 할 것이고 경기침체의 리스크는 올라갈 것"이라며 "유가가 6개월 넘게 125달러 수준에 머무를 경우 특히 유럽에서 경기침체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꼽혀왔던 에드 야데니는 올해말 S&P500 지수 전망치를 4000으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1월 고점대비 17% 하락한 수준이다. UBS는 유가가 150달러를 넘을 경우 S&P500 지수가 올해말 3700까지 내려올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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