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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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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반도체 부품·장비 업체 37% "불공정 하도급 경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2.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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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하도급 거래 경험 여부

[수원=에너지경제신문 유원상 기자] #1. 반도체 장비 업체 A사는 최근 금속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전년도 대비 35% 이상 상승했지만, 원청에 단가 조정 요청은 꿈도 못 꾸고 있다. 원청 심기를 거슬렸다가 거래 물량이 축소될 수 있어 그저 속만 태울 뿐이다.

#2.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 B사는 계약 전 원사업자에게 전달한 기술브리핑 자료가 다른 경쟁업체로 넘어가 기술 유출로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됐다. 그러나 원사업자와 소송을 할 경우 시장평판이 나빠지고 거래 중단도 일어날 수 있어 소송을 포기했다.

경기도내 반도체 부품·장비 중소업체의 37%는 낮은 단가 책정, 대금 지급 지연 등 ‘불공정 하도급 거래’ 경험을 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6~12월까지 진행한 도내 반도체산업 부품·장비 하도급업체(수급사업자) 700개사 대상 설문조사와 업계 종사자 50인 심층 인터뷰 결과를 공개했다.

우선 전체 응답자 37%가 불공정 하도급 거래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를 유형별로 보면(복수 응답) △대금(지급 지연 등) 33.1% △계약(표준계약서 미작성 등) 12.1% △강요(기술자료 제공 등) 3.1% △기타 12.1%로 나타났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경험한 259개 업체별로 구체적인 상황(복수 응답)을 보면 대금 문제에서는 통상적인 경우보다 낮은 단가 책정(14.6%), 대금 지급 지연(13.9%), 원재료 가격 변동에 따른 대금 미조정(11.7%), 설계변경 등에 따른 대금 미조정(8.1%) 등을 주로 호소했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 경험업체 중 8.6%만이 대금조정을 대기업 등 원청에 신청했고, 이들의 조정 성립률은 60%에 그쳤다.

또 전체 응답자 30%가 원청으로부터 기술자료 제공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이 가운데 52.9%는 하도급 계약 전 기술 자료를 요구받는 등 기술자료 유출 위험에 크게 놓여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결과는 업계 종사자 50인 대상 심층 인터뷰에서도 비슷했는데, 하도급 불공정거래의 주요 경험(복수 응답)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단가 조정 또는 미조정(50%) △낮은 계약 금액(18.7%) △기술 유용 및 탈취(18.7%) 순으로 답했다.

이들은 해결 방안으로 인력 및 자금 지원, 하도급 납품단가 조정제도, 자율분쟁조정협의회 도입 등을 제안했다.

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도급 대금조정제도 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선정해 관련 연구용역과 정책 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술 유출 피해구제 등 도내 하도급업체의 권리 보호와 불공정행위 규제를 위해 경기도의 하도급 분쟁 조정권,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 대한 조사권과 제재권 등 지방정부 권한 공유요청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또 올해 1월 조례개정에 따라 경기도 자율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해 가맹·대리점뿐 아니라 하도급 및 일반 불공정거래 분야까지 분쟁조정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김지예 도 공정국장은 "전국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업체 64%가 경기도에 집중된 만큼 반도체는 경기도 경제의 핵심 산업"이라며 "도내 반도체 소부장 업체의 자생력 강화를 통한 지속적 성장을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you1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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