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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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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손정의의 미래비전 '스마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1.22 10:11

박현섭 티로보틱스 부사장/전 산업자원부 로봇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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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섭 티로보틱스 부사장/전 산업자원부 로봇PD

일본의 제조산업 경쟁력은 자동차, 전자, 반도체를 중심으로 세계경제를 이끌어온 1980년대 이후 계속 하락하여 현재 30위 수준이다. 일본의 혁신을 이끄는 소프트뱅크 그룹 손정의 회장은 경쟁력을 ‘노동인구’와 ‘생산성’의 곱으로 정의하며 일본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고 진단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노동인구는 2050년도에 5000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며 제조기업에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디지털 전환이 늦어지면서 생산성이 미국의 80%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본이 미래를 새롭게 열어갈 수 있는 처방으로 손 회장은 ‘스마보’를 제시하고 있다. 스마보는 ‘스마트’와 ‘로봇’의 합성어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의 일본은 독특한 표준과 일본에만 맞춰서 만들어진 스펙때문에 세계화에 실패하여 ‘갈라파고스’ 처럼 고립되었는데, 일본의 휴대전화 ‘게이다이’와 합쳐져 ‘가라케’라 불린다.

로봇에서도 유사하게, ‘가라케’와 ‘로봇’의 합성된 신조어인 ‘가라보’가 ‘스마보’와 대비된다. 현재 일본의 로봇기술은 선두권이지만 이는 ‘가라보’ 수준으로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보다 혁신을 위해 AI 기술이 접목된 ‘스마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마보의 경쟁력은 인공지능에 의해 학습되어, 환경변화에 스스로 적응하고, 하나의 제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전 제조산업에 적용되면서 실현된다. 이는 가라보의 동작 프로그램 작성, 정해진 작업수행, 일부 산업적용 수준에서 벗어나, 마치 아이폰이 가져온 디지털 혁명과 같은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스마보는 인간 생산성의 10배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는데, 24시간 가동으로 3배의 작업시간 향상과 AI 로 인한 생산성 3.5배 향상을 근거로 들고 있다. 즉 일본의 줄어들고 있는 노동인구는 로봇의 숫자로, 생산성은 AI 접목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보가 일본에 1억 대 도입되면 10억 명의 노동인구를 확보할 수 있게 되어 노동인구 5000만명의 나라가 10억 명의 나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논리이다.

손회장은 이러한 소신을 2016년도에 만든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통해 하나씩 만들어나가며 증명해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손회장은 펀드운영에 대한 철학을 투자가와 자본가로 나누어 설명한다. 투자가는 돈을 만들어가지만 자본가는 비전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적인 자본가로 영국의 로스차일드 가문이 있다면, 정보혁명 시대의 대표적 자본가는 바로 소프트뱅크가 될 것이라는 담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현재 비전펀드 1,2호와 LatAm펀드를 통해 301개의 AI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스마보’ 분야로서,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한국의 현대자동차에 지분 매각 후에도 20%의 지분을 보유한 미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 18개 기업에 출자하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 최첨단의 스마보 기업집단이 됐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개발되는 로봇과 기술은 제조, 물류, 의료, 판매/서비스, 사무업무, 자율자동차, 농업드론, 매장관리, 청소, 음식배달 등 산업 전반을 포함한다.

다소 늦은 감이 잇지만, 한국의 대기업들도 서서히 로봇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자율주행차, 물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에 관한 구상을 밝힌 현대자동차, 서비스, 위생, 배송 등에 이어 생산 영역으로 로봇사업 범위를 확장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LG그룹,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젬스’를 대상으로 로봇사업화 전담팀(TF)을 만든 삼성전자 등에서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IT기업들도 식음료·서류·택배 등 배달과 심부름에 특화된 로봇, 청소·방역 로봇, 외부인 등 출입을 관리하는 경비 로봇, 안내 도우미 로봇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서비스 로봇개발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공장 등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로봇 팔 등 산업용 로봇들이 이제 실생활로 들어오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 내다본 것이다. 전통적으로 로봇 이슈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하드웨어 제조사였는데, 이제는 로봇이 일상으로 들어오게 될 때 서비스와 기술이 어떻게 융합할 수 있는지 소프트웨어(SW) 플랫폼 관점에 고민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로봇 제조사로 접근하는 우리와 로봇 자본가로 접근하는 일본의 소프트뱅크와의 로봇경쟁은 기업간의 경쟁이 아닌, 그 파급효과로 인해 결국 한나라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되는 최후의 정보혁명 경쟁이 될 것으로 본다. 대규모 자금력과 미래 식견을 갖추고 세계 최고의 스마보 기업군단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손 회장의 슬로건인 "굿바이 가라보, 웰컴 스마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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