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오세영

claudia@ekn.kr

오세영기자 기사모음




대책 없는 석탄 발전 전면 폐기 선언…17조 들여 짓는 신규 발전소 어쩌라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1.02 16:17

文 대통령, COP26서 "2050년까지 석탄발전 전면 폐기" 공표



현재 신규 석탄발전소 국내 7기…총 17조원 투자해 건설중



업계 전문가 "조기폐쇄·운영한계 따른 보상·대책 마련해야"

삼척

▲강원도 삼척시에 들어설 삼척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 사회에 오는 205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을 폐지하겠다고 공표한 가운데 17조원을 들여 준공 또는 건설 중인 신규 석탄발전소의 처지가 곤란해지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의 공언대로라면 신규 석탄발전소들은 설계수명 30년도 채우지 못한 채 문을 닫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임기를 불과 6개 남겨둔 문재인 정부가 30년 장기 추진 정책을 준비나 대책 없이 덜컥 국제사회에 약속해놓고 후속 추진은 차기 정부에 짐으로 떠넘기게 됐다.

하지만 신규 석탄발전을 조기 폐쇄할 경우 그 대책이 만만찮다. 전력난 속에 정부의 권고로 민간업체들을 끌어들여 신규 석탄발전소를 짓게 해놓고 느닷없이 탈석탄을 명분으로 조기 문을 닫게 하거나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국가의 손실 보상이 불가피하다. 신규 석탄발전사들은 벌써부터 발전소의 좌초자산화 또는 석탄발전상한제 도입 등에 대비해 대규모 소송전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석탄발전소는 △강원 삼척(2기) △강릉 안인(2기) △경남 고성(2기) △충남 서천(1기) 총 7기다. 건설에 투입된 비용은 총 17조2960억원이다. 이 가운데 고성하이화력발전소 1호기와 신서천화력발전소가 지난 5월과 6월 상업가동을 시작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고성하이화력 2호기의 연내 준공에 이어 안인화력발전소는 오는 2023년, 삼척화력발전소는 2024년 준공예정이다. 즉 17조원을 투입해 지어놓은 신규 석탄발전소가 30년도 쓰지 못하고 문 닫아야 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2일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우리 정부는 출범 후 석탄발전소 8기를 조기 폐쇄한 데 이어 2050년까지 모든 석탄 발전을 폐지할 것"이라며 "세계의 석탄 감축 노력에 동참하고 재생에너지 개발을 비롯한 개도국 저탄소 경제 전환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발전소 운영문제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지만 정부가 탄소중립이라는 큰 방향을 제시하고 국제 사회에 공표했기 때문에 전력수급계획도 이에 맞춰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신규 석탄발전소는 이제 전력을 생산하는 단계고 정부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겠다고 목표한 시점은 2050년이다. 따라서 업계 전문가들은 조기 폐쇄 보상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하기에 아직 이른 시기지만 탄소중립 방향에 맞춰 규제나 제도 등이 강화되면 신규 석탄발전소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탄소중립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총량제나 가격 지불 등 발전소 가동을 어렵게 만드는 제도나 규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만일 신규 석탄발전소를 지어놓고도 각종 규제 때문에 제대로 생산활동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발전소를 폐쇄한다는 건 단순히 공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전력수급계획에 명시를 해야 한다"며 "신규 석탄발전소에 대한 보상이나 전력수급에 대한 대책을 고려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석탄발전소 전면 폐기는 쥐도 새도 모르게 결정됐다. 신규 석탄을 제외한 60기 발전소들은 전체 전력수급의 40%를 담당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인데 이를 구체적인 논의 없이 2050년까지 폐쇄하겠다고 한 격이다"라며 "더구나 이를 국제 사회에 발표해버렸다"고 꼬집었다.

손 교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2년 단위로 마련하니 점진적으로 효율이 낮고 노후화 된 발전소부터 폐쇄를 하다가 전력 공급에도 문제가 없다면 상관이 없다"며 "그러나 석탄발전소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계속 폐쇄를 주장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신규 석탄발전소 개요

발전소명발전규모(MW)위치사업비(원)준공 예정
   (6월 기준 공정률)
사업참여자
삼척화력 1,2호기2100(1050*2)강원도 삼척시 적노동총 4조9000억2024년 4월
    (46%)
포스코에너지(
삼척블루파워),
포스코건설, 두산중공업
고성하이화력 1,2호기2080(1040*2)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총 5조1960억2021년  10월
    (98%)
고성그린파워,   SK건설, SK가스, 남동발전
강릉안인화력 1,2호기2080(1040*2)강원도 강릉시 안인리총 5조6000억2023년  3월
    (78%)
강릉에코파워,  삼성물산
신서천화력1000충남 서천군 서면총 1조6000억2021년  6월
    (100%)
한국중부발전
(자료=전력거래소)

이대로 석탄발전에 대한 계획을 진행한다면 신규 발전소의 운영 한계와 조기 폐쇄에 따르는 보상 문제 뿐 아니라 폐쇄 이후에 대한 지역 경제와 일자리,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설립에 따르는 비용 문제도 따른다.

윤원철 전력산업연구회 연구위원은 "첫 번째로 조기 폐쇄에 따른 잔존가치에 대한 보상, 두 번째로 운영과정에 있어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보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 폐쇄할 경우 사업자 입장에서는 남아있는 운영기간을 포기한 셈이기 때문에 이에 따르는 손실이 발생한다. 또 발전소를 운영하는 동안 석탄발전상한제 등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저감 대책으로 가동률에 제한이 생기면 사업적 손실이 생긴다.

신규 석탄발전소를 폐쇄한 뒤에 따르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신규 석탄발전소를 폐쇄할 때 타격을 입는 발전소 고용 문제와 지역 경제 등 무형의 가치는 물론이며 발전소를 허물고 다른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을 때도 비용도 따른다.

윤 연구위원은 "석탄발전소를 없애고 그 자리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세운다고 해도 기존 발전소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100%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로 이동하리라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지역 경제가 마주할 손실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는 효율성 때문에 기존 석탄발전소보다 3∼4배 늘어난 건설비와 설비용량을 필요로 한다"며 "신규 석탄발전소를 짓느라 들였던 17조원에 새로운 발전소를 지을 때 들어가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전기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 어마어마해진다"고 분석했다.


claudia@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