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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1인가구 시대,주택정책 다시짜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0.31 09:50

에너지경제 김지형 건설·부동산 부장

김지형반명함사진

"되게 불편할 것 같아요. 요즘 혼자 사는 사람들이 인이 배겨서 누가 옆에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질 않아요. 혼자가 좋지."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제공하는 공공임대에 살고 있는 한 60대 여성의 전언이다. 40.1%.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이 수직 상승했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도 그 파급력이 전해지고 있다. 정부도 개인의 독립적 삶에 대한 추구와 결혼 인식의 변화, 인구고령화, 소득수준 하락 등 개인적·사회적 요인뿐 아니라 개인 선택의 결과에 따른 1인 가구로 거주하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해 세심한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인 가구 비중은 2005년 20.0%에서 2019년 30.2%로 10.2%p 급등하면서 대표적 가구 형태가 4인 가구에서 2015년 이후 1인가구로 변화했다. 지난달 초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주민등록 1인 가구는 936만7439가구로 전체 가구의 40.1%로 집계됐으며, 1인 가구 비중이 4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시장에서는 소형 아파트의 거래 비중이 급증하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아파트 매매거래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거래된 소형 아파트의 거래비중은 47.4%였다. 이는 2012년 상반기(48.0%) 이후 가장 큰 수치로 지난해 상반기(39.4%)보다 8.0% 증가했다. 앞으로도 가족 구성원의 축소 현상은 가속화가 예상되는 만큼 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동안 주택당국의 사각지대로 남았던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은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무자녀 신혼부부나 1인가구 등의 청약 기회를 확대하는 정부의 특별공급 제도 개편이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올해 실시된 1·2차 사전청약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7∼8월에 진행된 1차 사전청약이 인기리에 마감된 가운데 지난 25일 시작된 2차 사전청약 물량은 1만102가구로 1차(4333가구) 때보다 2배 이상 많다. 특히 이번 2차 사전청약에서는 1차 때 적었던 전용면적 84㎡ 물량이 전체의 23.6%인 2382가구가 나오기 때문에 3∼4인 가구의 예비 청약자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평가다.

2차 사전청약은 전체 공급물량의 85%가 신혼부부나 생애 최초·다자녀·노부모 부양 등 특별공급으로 분양되는 만큼 1인 가구에 대한 정부 배려가 1인 가구 40% 시대를 감안할 때, 인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혼부부·다자녀·노부모 부양 등에 집중된 특별공급 정책이 다수의 1인 가구를 역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울러, 1인 가구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청년층과 노년층을 배려하는 주거 복지 정책적 요구도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1인 가구는 보증금 있는 월세에 거주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데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평균적으로 높은 편이며 최저주거기준으로 볼때 열악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청년층은 중장년층에 비해 주거비 과부담이 높은 편이다.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으로 계산되는 주거비 부담(Rent to Income Ratio·RIR)은 청년층이 17.8%로 나타났고 주거비 과부담 가구는 31.4%에 달한다. 일반가구에 비해 주거비 과부담 가구가 많은 편에 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주거비 부담은 노인층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RIR 30%를 초과하는 주거비 과부담 가구도 노인이 가장 심각했다.

또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의 경우 전용 60㎡ 이하 소형아파트에 대해서는 1인 가구 배정 비율을 늘리는 등 청약 소외 계층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손질에 나설 필요가 있다. 1인 가구는 큰 평수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전용 60㎡나 전용 59㎡ 이하 주택에 1인가구의 기회를 더 열어줘야한다는 지적이다. 갈수록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이고 1인 가구도 원룸이나 다세대 주택이 아닌 아파트를 선호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1인 가구가 일반청약을 선택할 때 바늘구멍을 뚫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1인 가구는 ‘미분양’이 아니라면 청약 당첨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1인 가구의 이 같은 불만을 의식한 듯 미혼 1인 가구와 고소득 신혼부부를 위해 청약 특별공급 제도를 개편키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의 생애 최초·신혼부부 특공제도 일부 개편안을 지난 9월 8일 발표했다. 즉, 1인 가구도 특공 청약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미혼 1인 가구, 맞벌이로 소득 기준을 초과하거나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도 특공에 도전할 수 있다. 전체 가구의 3분의 1에 달하지만 가점제와 특공 위주의 청약 시스템에서 소외됐던 1인 가구를 겨냥한 조치다. 다만 1인 가구는 60㎡ 이하의 주택만 신청할 수 있고, 자산 기준이 전세보증금을 제외하고 3억3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하지만, 신규 분양 시장만으로는 소형주택 공급에 한계가 있고 재고 주택시장의 물량이 원활히 거래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해 전체 공급 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저출산 등을 고려하면 1인 가구로 거주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상황이 대세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1인 가구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가구의 소형화가 가파르게 진행 중이며 최근에는 청년층의 1인 가구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청년 대상 임대주택 공급의 확대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회주택’ 등과 같이 다양한 시도를 더욱 확대하는 주택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1인 가구 증가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1인 가구 생활양식이 사회와 경제, 복지 등 우리 삶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맞는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이제 이들을 위한 전용 아파트를 만들어서 40%에 육박한 1인 가구 시대를 대비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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