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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박진규 1차관. 연합뉴스 |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이 탈원전 탓이 아니라는 점을 강변하기 위해 요금 체계의 세분화를 추진하는 게 아니나는 관측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당초 전기요금 고지서에 통합 청구하던 기후환경비를 별도 분리해 고지하면서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전기요금을 4분기 시작인 이달 분부터 올렸고 기후환경비의 경우 내년 1월부터 인상이 유력하다. 송·배전망 요금제까지 도입될 경우 전기 소비자의 전기요금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일제히 ‘조삼모사(朝三暮四)식의 거짓말이자 꼼수’라고 비판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거센 탈원전·탈석탄 역풍과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자 정부가 요금체계를 자꾸 세분화하거나 추가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반발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날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전기 공급에 들어가는 여러 비용 요인을 전기요금에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장기적인 전력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서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부분을 포함한 송·배전망 요금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 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 장관은 "4분기 전기요금 결정이 탈원전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명료하게 밝혀달라"는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의 질의에 "탈원전 정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국제 유가가 많이 오르고 있어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4분기에 요금 인상 요인이 생긴 것"이라며 "원전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은 가동률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요금 인상과)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이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연료비 연동제를 통해 수요와 공급이 적절히 반영되는 전기요금 체계를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문 장관은 "동의한다"고 말했다.
여당과 산업부는 그간 줄곧 발전 비용이 더 높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일자 적어도 문재인 정부 임기인 내년까지는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에너지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날 문 장관의 답변과 관련 탈원전과 무관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확대와 이를 위한 송배전만 요금체계 신설, 기후환경요금 부과가 결국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특히 송·배전망 요금제와 관련 업계에선 앞으로도 탄소중립 이행이 전기요금 인상 근거로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탄소중립과 탈원전을 병행하는 것도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전문가 등이 원전 없이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건의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닫은 상태다. 2050년까지 실질 탄소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 발전을 대폭 줄여야하고 이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꿀 가장 싸고 효율적인 에너지는 원전이다. 하지만 정부는 생산이 불안정하고 비용도 높은 신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고집이 결국 국민에 막대한 청구서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신재생이나 LNG 등 발전단가가 높은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탈원전에 따른 비용이 얼마인지를 정확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탈원전을 골자로 하는 전력수급계획과 에너지기본계획이 유지된다면 2030년 전기요금은 2017년 대비 23%, 2040년에는 38% 인상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국민이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 추가 부담액은 2030년까지 83조원, 2040년까지는 28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편 문 장관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기존 안의 35%에서 40% 수준으로 상향할 경우 32.8%였던 국내 감축분을 더 늘려야 하지 않느냐는 민주당 정태호 의원의 질의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또 2050년 이전에 석탄 화력발전소를 조기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현시점에선 어렵고, 에너지전환지원법 등 법적 환경이 마련된다면 그 범위에서 검토해볼 수는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산업부문의 핵심인 철강은 포스코가 2030년까지 778만t의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상태이며, 수송부문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2030년 적절한 친환경차 보급 목표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문 장관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정보 제공 요청에 대해 "미국 정부의 의중과 미국 내 다른 기업들의 동향 등을 우리 기업들과 공유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 장관은 "실무 차원에서 미국 정부에 우리 기업들의 우려를 이미 전달했다"면서 "통상교섭본부장이 곧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하며 다시 우리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고, 그 외 필요한 부분은 제가 미국 측과 심도 있게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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