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송재석

mediasong@ekn.kr

송재석기자 기사모음




[데스크 칼럼] 혁신의 대명사 카카오, 위기 해법은 ESG에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9.27 08:31

에너지경제 송재석 금융증권부장

CDSS

카카오페이가 최근 상장 일정을 한 달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페이는 당초 10월 1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었지만, 11월 3일로 일정을 조정했다.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공모주 시장 분위기, 공모가 조정 등을 이유로 상장을 연기하거나 날짜를 변경하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가 굳이 기업공개(IPO) 일정을 10월이 아닌 11월로 미룬 배경에는 다른 기업과 다른 복잡하고도 남모를 사정이 많은 듯하다.

카카오페이가 상장을 연기한 표면적인 이유는 25일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7일 금융플랫폼의 금융상품 비교 및 추천 서비스가 중개업 등록이 필요한 ‘중개’ 서비스에 해당한다고 안내하고 시정을 내렸다.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의 목적이 정보제공 자체가 아니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라면 금소법 위반 우려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결국 자동차 보험료 비교 서비스, 운전자 보험, 반려동물 보험, 해외여행자 보험 등 일부 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당장 ‘금소법 위반 1호 기업’이 되는 걸 피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이와 맞물려 정책당국, 정치권 등에서 연일 ‘카카오 때리기’에 나서면서 카카오 및 계열사들의 주가는 고전하고 있다. 플랫폼 규제 리스크에 따른 성장 속도 둔화 전망에 카카오 주가는 단기간 25% 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그간 시장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논란이 일 만큼 정부가 빅테크에는 당근을, 기존 금융사들에게는 채찍을 앞세웠는데, 이것이 최근 들어 바뀐 셈이다. 정치권도 벼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를 비롯한 다수의 상임위는 10월 국정감사 증인으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채택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의 골목상권 침해 등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뿌리 뽑고, 표심까지 잡겠다는 정치권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문제는 여론의 변화 역시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카오가 선보인 서비스들은 혁신의 상징이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카카오택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다수의 서비스를 통해 국민들의 일상에 큰 변화를 일깨웠다. 카카오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포착해 시장을 장악하고, 본격적으로 수익을 극대화 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와 동시에 국내 금융사들에게도 ‘플랫폼 사업’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러나 이제는 정치권이 아닌 일반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카카오의 이같은 사업 확장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 과반 이상이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적절하다고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 민심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듯 정치권과 여론이 등을 돌리게 된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카카오에 있다. 카카오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현재 국내 기업들이 열을 올리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도 충실히 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국내 금융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도 이에 안주하지 않고 연일 ESG 경영에 애를 쓰는 모습과 상반된다.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할 때는 혼돈에서 나와 잠시 거리를 두고 상대를 지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혁신의 대명사인 카카오는 지금의 위기 역시 ‘혁신’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카카오가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다르게’ 바라봤기 때문이다. 다르게 바라봤기 때문에 택시, 금융 등 국민들의 일상 전반도 달라질 수 있었다. 이제는 사람들을 바꾸는 것을 넘어 카카오가 달라져야 할 때다. 성장, 혁신이라는 단어에 도취해 탐욕의 기업이라는 오명을 받기전에 ‘일시멈춤’을 켜야 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도 중시했던 영향이 컸다. 대기업 반열에 오른 카카오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혁신과 ESG경영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mediasong@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