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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 설립 허용…"유동성 확대로 가격 상승 전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9.07 16:51

환경부, 28일까지 관련 기준 행정고시…35개 증권사 자격 취득



배출권 할당대상 기업, 시장 조성자 외 제3자로 거래시장 참여



각 중개회사 당 보유한도 20만t 톤 제한…지난해 거래량 15.9%

탄소

▲석탄발전소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 사업 허용에 따라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배출권 거래 시장 내 제3자로서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가 새롭게 탄생해 수익 실현을 위한 배출권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시장 유동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데 따른 것이다.

7일 배출권 관련 전문가들은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 중개회사들이 참여하면 수급 안정화와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 심리로 배출권 가격도 소폭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 제도는 정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 단위 배출권을 할당하여 할당범위 내에서 배출하게 하고, 사업장별로 생기는 여분 혹은 부족분의 배출권에 대해서는 거래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 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거래가 성사되도록 하는 시장조성자로 현재 산업은행·기업은행 및 하나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SK증권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환경부와 계약을 맺고 배출권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하는 주체다.

환경부는 이들 기관과는 별도로 시장 내 제3자로서 배출권거래를 중개하는 회사 설립을 허용했다.

환경부는 그 기준을 규정한 ‘배출권 거래시장 배출권거래중개회사에 관한 고시’ 제정안을 오는 28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이날 밝혔다.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중개업무를 하는 자를 지칭하며 국내 증권사 35개사가 그 자격을 얻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개회사는 시장조성자와 달리 별도의 의무 없이 자기매매 형태로 배출권을 매매할 수 있다.

다만 과도한 시장점유를 방지하기 위해 한 업체당 배출권 보유 한도는 20만t으로 제한된다. 중개회사 자격을 갖춘 증권사 35개사의 전체 배출권 보유 한도는 700만t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배출권 거래량 4400만t의 15.9%를 차지한다.

배출권 거래시장은 그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의무를 지닌 배출권 할당 대상 기업과 시장 조성자들로만 조성돼 불안정했다. 배출권 거래에 이들 만 참여하면서 유동성 창출에 한계가 있었고 매수·매도 쏠림현상도 나타났다. 배출권 수급 상황에 따라 한번에 팔거나 사들이는 움직임이 강했고 배출권 제출 기간에만 거래가 활발했다.

중개회사들이 앞으로 시장에 참여하면 이같은 시장 불안정을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나 배출권 제출에 대한 의무가 없으면서 전략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배출권 수급을 안정시키고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 기후경제과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배출권 수급 불안정과 거래 활성화를 일으켜 시장 분위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경우 할당량을 맞춰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수급 상황에 따라 한꺼번에 매도하거나 매수하는 움직임이 강하다. 반면 중개회사들은 의무가 없으니 기업들이 매도할 때 매수하거나 반대로 기업들이 매수할 때 매도하면서 극단적인 시장 분위기에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배출권 가격이 너무 저렴하면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 없이 배출권을 사기만 할 거고 반대로 비싸면 거래가 활발하지 않는 등 시장 분위기가 극단적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어느 정도 배출권 가격이 형성돼야 된다"고 설명했다.

박현신 에코아이 탄소배출권사업본부 팀장은 "증권사가 참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배출권 가격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배출권 1t 거래로도 가격이 움직일 수 있는데 증권사당 20만t까지 보유할 수 있으니 10군데 들어온다고 하면 200만t에 달한다. 증권사가 영향이 크다면 클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일반적으로 하반기에는 이미 기업들이 정부에 배출권을 제출한 뒤라 탄소배출권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 거래가 없어도 배출권이 필요한 업체들은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배출권 거래가 일어나는 자체가 가격 상승을 이끌 수도 있다.

박 팀장은 "거래가 없는 시점이더라도 배출권이 부족한 업체들의 수요는 꾸준하다. 이때 증권사가 시장에 들어와 사고 팔 경우 거래가 발생하는 자체만으로도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배출권을 사고 싶은 업체는 있는데 공급이 없을 경우 공급이 생길 때마다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불안정한 탄소배출권 시장에 전문가들이 참여하면서 생길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탄소배출권 가격이나 거래가 불규칙한 만큼 시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상황을 살피면서 점진적으로 증권사들의 참여 부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은 "증권사 참여로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 있지만 물량제한이나 제약 조건을 마련해 시장의 상황을 살피면서 참여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정말 배출권이 필요한 기업들로만 시장 참여가 이뤄졌는데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대한 의무도 없으면서 전략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강력한 플레이어’가 새롭게 참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량물량을 장외시장에서 거래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몇 천 톤에 달하는 배출권 물량을 장내시장에서 거래해야 한다. 배출권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 증권사들이 전략적으로 매도를 한다면 장내거래의 주축인 중소기업들이 그 영향을 받는다.

그는 "증권사들은 시장 전문가이면서 공격적인 매도자나 매수자"라며 "아직 안정되지 않은 탄소배출권 시장에 증권사들의 참여가 어떻게 반영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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