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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나면서 멈춰 섰던 회사의 ‘투자 시계’가 다시 돌아갈 전망이다. 위탁생산(파운드리)을 비롯한 각종 반도체 관련 투자 계획 확정을 비롯해 백신 생산, 대규모 인수합병(M&A) 관련 통 큰 결단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고 언급한 만큼 각종 경영 관련 족쇄는 정부 차원에서 풀어줄 것으로 보인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된 뒤 곧바로 서울 서초사옥을 찾아 다양한 현안을 점검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이 부회장의 행보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취업제한’ 등 족쇄가 있음에도 집보다 회사를 먼저 찾은 것은 그만큼 경영 상황이 긴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2월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을 당시 한 달 넘게 공식 일정 없이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 총수로서의 역할에 더해 국가 경제·사회와 관련한 기여도 요구받고 있어 막중한 부담감이 따를 것으로 본다. 그는 출소 당시에도 "저에 대한 걱정과 비난, 우려, 기대를 잘 알고 있다"며 "열심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일단 이 부회장의 최우선 과제로 반도체 사업 ‘초격차’ 지위 회복을 꼽는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내리막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회사 주가와 미래 청사진에 안개가 낀 상태다. 이 외에도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후발주자들이 치열한 연구개발을 통해 삼성전자의 기술 장벽을 넘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만 TSMC를 따라잡고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2030’ 목표 역시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TSMC는 삼성과 격차를 벌려가고 있고, 미국 반도체 공룡 인텔이 갑작스럽게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는 등 패권 경쟁이 가열하면서다. TSMC와 인텔이 무서운 속도로 투자금액을 늘리며 질주하는 동안 ‘총수 부재’ 상태였던 삼성은 제자리걸음만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 투자 계획은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미국 공장 증설 계획을 언급했지만 이 부회장이 없어 아직까지 구체적인 장소조차 정하지 못했다.
어떤 업종 기업을 사들여 품에 안을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조 단위 M&A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대규모 M&A를 준비 중"이라고 공식화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길이 열린 만큼 5G,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 사업 분야에서 ‘빅딜’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백신 외교’ 역시 이 부회장의 몫이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코로나19 백신 수급과 관련해 일정 수준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 생산하는 모더나 백신 물량을 국내용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일단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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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는 우리 정부가 작년 화이자와 백신 수급 계약을 따내는 데 이 부회장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하며 화이자 백신 계약을 따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우리 정부 측은 작년 12월까지도 화이자 관계자 연락처조차 구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당시 자신과 오래 교류해온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활로를 뚫어줬다. 나라옌 회장은 화이자의 사외이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장관이 나서도 화이자 과장급 연락처도 못 구했는데 이 부회장이 나서 최고위급 임원을 연결시켜 준 것"이라고 언급했다.
변수는 아직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당장 오는 19일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의혹에 관한 재판을 받게 된다. 이밖에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에 대한 재판도 아직 진행 중이다.
한편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에도 법무부가 정한 보호관찰 대상자에 이름을 올린다. 가석방일 열흘 안에 주거지 관할인 서울 서부보호관찰소에 출석해 주거지와 직업, 생활 계획 등을 신고하고 일정 교육을 받아야 한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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