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업계, 상장 위한 '몸 만들기' 총력전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위치한 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상품 배송을 준비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새벽배송’ 이커머스 업계가 상장을 목표로 하반기 사세 키우기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앞서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한 쿠팡에 자극 받은 듯한 모습으로 경쟁사인 SSG닷컴과 마켓컬리, 오아시스는 최근 기술 투자를 위해 IT인력 채용을 대폭 늘리고 새벽 배송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해나가는 추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254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지역을 기존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남부권인 영남과 호남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개발 투자도 확대한다. 마켓컬리는 상품 발주, 재고관리, 주문처리, 배송 등 물류 서비스효율성과 정확성을 제고할 데이터 인프라 고도화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IT 관련 개발자 채용에도 본격 나선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최근 기술개발 팀 인력은 작년 연말 대비 올해 6월 기준 50% 정도 늘었다"며 "올 초 발표한 것처럼 하반기에도 기술 인력을 두배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마켓컬리가 투자확대에 나선 것은 내년 상장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행보다. 최근 마켓컬리는 국내 상장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상장을 선택한 쿠팡과는 다른 행보다. 마켓컬리가 국내 상장을 선택한 것은 미국보다 국내 상장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쿠팡은 모회사가 미국에 있어 미국 상장으로 창업자의 차등의결권(창업자 등 일부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마켓컬리는 미국에 상장해도 한국법이 적용돼 차등의결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한국거래소는 최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 기업 상장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유니콘기업의 국내 상장을 독려하기 위해 최근 상장 요건을 완화한 것.

이에 따라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은 다른 재무적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상장을 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마켓컬리가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점을 감안하면 상장자격은 충분한 셈이다.

SSG닷컴 역시 최근 외형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SSG닷컴은 이날부터 대전과 청주, 천안, 세종, 아산 등 충청권을 대표하는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SSG닷컴이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서 새벽배송을 실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SSG닷컴은 최근 ‘IT개발자’채용에도 나섰다. 채용 인원은 두 자릿수 규모로, 해당 직군 단일 채용으로는 2019년 3월 SSG닷컴 단독 법인 출범 이래 가장 크다.

SSG닷컴이 사세 키우기에 집중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상장을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SSG닷컴은 2019년 법인 출범 당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BRV) 등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1조원의 투자금을 받았는데, 당시 이들 FI는 SSG과 5년 내 기업공개(IPO) 요건을 전제로 풋백옵션(환매청구권, 기업 인수자가 재무적 투자자의 보유 지분을 약정대로 되 사줄 약속하는 거래)을 체결했다.

새벽배송 업계의 조용한 강자로 불리는 오아시스도 최근 유치한 투자금을 통해 하반기 경기 의왕, 경북 언양에 물류센터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 매출은 2018년 1112억원에서 지난해 2386억원까지 올랐다. 해당 기간 영업이익도 3억 원에서 97억원으로 급증했다. 새벽배송 업체 중 유일한 흑자 기업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오프라인 고객층이 온라인으로 흡수됨에 따라 앞으로 시장 파이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새벽배송몰 뿐만 아니라 새로 들어오는 업체 역시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코로나로 오프라인 고객들이 계속 온라인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pr902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