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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
물론 기후변화 대응 문제는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것이 1997년이었으니, 국제적인 공조는 이미 수십 년 이상 된 셈이다. 교토의정서 당시 문제가 되었던 것이 선진국 대 도상국의 대립이었다면, 2015년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서 채택된 파리 협정은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교토의정서 체제의 한계를 뛰어넘어 모든 국가가 자국의 상황을 반영하여 참여하는 범지구적인 체제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이 탈퇴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미국이 복귀함으로써 다시 동력을 회복한 모습이다. 더군다나 작년에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통해 환경파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올 해 상반기에 있었던 주요 국제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그린 경제 등이 주요 아젠다로 등장하였다.
기후변화 대응이 오래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최대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참여가 일관적이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면, 올해부터는 이 분야에서 오히려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이는 물론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과 문명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시켜 산업 구조의 체질을 바꾸고 변화를 선도하는 것이 새로운 경제 성장의 동력이라는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을 본격화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와 전기화(electricfication)인데, 이 둘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전기가 주력 에너지원이 되어야만 하기 때문인데,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전기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해 볼 수 있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걸맞도록 전력산업의 전환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것은 한 사회의 4차 산업혁명 성공여부를 가르는 핵심이 된다고 하겠다.
한국은 자원빈국으로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도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수입하고 있다. 이는 당연히 엄청난 규모의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진다. 더군다나 제조업 중심의 경제를 받치기 위해 대규모계통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전력구성이 짜여 있다 보니, 현재 전력망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불가결하다고 할 수 있는 분산형 에너지원의 확산이 결코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산형 에너지원과 전기화, 디지털화를 접목시켜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뒤쳐지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4차 산업혁명 분야야 말로 미중 패권 경쟁의 각축장이 되었다는 현실이다. 아울러 이는 글로벌 밸류 체인(GVC·Global Value Chain) 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2차 산업혁명적인 관점, 즉, 저비용·고효율을 최우선시 여겼던 기존 GVC의 구성이 이제는 신뢰(trust)가 핵심적인 가치로 등장하며 재편될 것이 예고되고 있다. 믿을 수 있는 기술력, 믿을 수 있는 공급력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믿을 수 있는 체제, 믿을 수 있는 사회가 국가의 경쟁력이 되었다고 하겠다. 4차 산업혁명이 정보의 공유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국제적인 연대는 그 어느 시대보다도 중요해졌다.
한국은 이제 G8(선진8개국)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아직도 여전히 2차 산업혁명적인 가치에 함몰돼 있어 안타깝다.
단편적이고 단기적인 접근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의 에너지 믹스, 그 중에서도 전원구성은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재구성되어야만 한다. 국가 전략적 차원이라는 것은 한국이 처한 국제 경제, 국제 정치적인 상황까지도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후보자들이 에너지 믹스의 문제를 국가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세계 경제에서 한국의 위치를 재정립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이 문제를 장기적이면서도 유기적인 접근 방식으로 다루며 건설적인 제안들을 내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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