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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일류신한' 한발짝 더...디지털플랫폼에 쏠(SOL)린 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6.24 07:40
[편집자 주] 국내 4대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비은행부문, 디지털 플랫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며 누구보다 바쁜 상반기를 보냈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전통 금융사들의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상반기 성과와 남은 과제 등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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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올해 상반기 신한금융지주는 그간 조용병 회장이 수 차례 강조해 온 ‘일류신한’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비은행부문을 중심으로 실적의 규모나 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고, 금융의 경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각종 기반들도 착실하게 다져놨다. 다만 신한금융 역시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연루돼 대손충당금을 쌓은 점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하반기 일류신한으로 도약하겠다는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탁월한 리스크 관리 능력은 물론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음식주문 배달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신한금융이 보유한 플랫폼 역량과 확장 가능성을 시장에 확인시켜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넘볼 수 없는 2강 체제...대장주도 탈환할까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 KB금융지주와 함께 금융지주사 ‘2강’ 체제를 공고하게 다졌다는 것은 금융권 모두가 부인할 수 없는 공통된 사실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순이익 1조191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7.8%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비은행부문 비중이 작년 말 41%에서 올해 1분기 48%로 절반 수준에 육박한 점이 눈길을 끈다. 원신한 전략을 바탕으로 그룹사 간에 협업이 활성화된 점이 비은행부문 성장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금융사의 판매 관리비를 영업이익으로 나눈 비율을 의미하는 그룹 총영업이익경비율(CRI)이 40.6%로 10년새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작년 하반기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하며 향후 추가적인 인수합병(M&A)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KB금융에 금융주 대장주 자리를 빼앗긴 점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미국발 금리 인상 기대감에 힘입어 올해 들어 28.05%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20조8190억원으로 KB금융(23조773억원)보다 2조2583억원 적다. 전문가들은 신한지주가 금융주 대장주 자리를 추월당한 가장 큰 배경으로 사모펀드 사태를 꼽고 있다. KB금융지주가 사모펀드 사태에서 비껴간 것과 달리 신한금융지주는 라임사태 등에 연루되면서 리스크 관리, 즉 이익 안정성 측면에서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다소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실제 신한금융은 지난해 역대 최대 순이익을 냈음에도 라임펀드 등 투자 상품 손실액 약 4725억원을 반영하면서 KB금융지주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금융사가 리스크 관리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는 10년에 한 번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며 "금융사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1순위인 리스크 관리가 향후 10년 간에 금융주 주가 흐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일 (신한금융에서)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으면서 실적이 더욱 큰 폭으로 올랐을 것이고, 시장에서도 신한금융의 리스크 관리와 중장기적인 이익 안정성에 큰 확신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류 신한, '디지털혁신플랫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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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순이익 규모나 시총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앞으로는 조 회장이 강조하는 ‘디지털혁신플랫폼’이 일류 신한의 향방을 가로 지을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 가장 반신반의하는 신한금융의 디지털 플랫폼은 바로 음식주문 배달앱이다. 신한은행은 음식 배달대행사인 인성데이타와 배달플랫폼 운영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고 올해 12월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처음 신한은행이 배달 앱을 출시한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업계에서는 "금융사가 무슨 배달 앱이냐" 등의 회의적인 시각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네이버의 금융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출시한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이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대출 약정액 5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금융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신한은행이 연내 내놓을 배달 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들이 담보, 보증, 오프라인 매장 등을 갖춘 기존 사업자 대출 시장에서 소외되거나 다소 불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는 점에 착안해 스마트스토어 매출, 고객문의 응답속도 등 비금융데이터와 금융데이터를 결합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을 개발했다.

네이버가 출시한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이 금융사의 기존 대출과 차별화를 이룬 것과 같이 신한은행이 선보일 배달앱도 기존 배달앱 시장을 장악한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와 뚜렷한 차별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배달앱이 소비자와 가맹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다면, 신한은행의 배달앱은 가맹점, 배달노동자, 소비자 등 다수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배달 앱과 금융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 "배달앱 수수료 경쟁 지양해야...금융패키지 제공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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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모바일뱅킹 앱 '신한 쏠(SOL)'


다만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선보인 공공배달 플랫폼이 소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한 점을 신한은행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한금융의 배달 플랫폼이 일류 플랫폼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수료 경쟁을 지양하는 것은 물론 신한금융이 보유한 핵심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배달의민족, 요기요는 일상 속에서 습관화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신한은행의 쏠 앱이 아무리 많은 트래픽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수수료 경쟁만으로 기존 사업자와 차별화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영세 음식점, 소상공인들로부터 확보한 별점 리뷰, 매출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달의민족 등은 제공하기 어려운 단기운전자금 대출을 지원하거나 계열사의 역량을 활용해 폭넓은 금융혜택 패키지 등을 제공한다면 비금융과 금융을 결합한 신한만의 차별화된 플랫폼 모델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배달앱과 별개로 신한금융그룹이 지난달 경기도 판교에 개소한 디지털 이노베이션 휠도 주목할 만하다. 디지털 이노베이션 휠은 디지털혁신플랫폼 개발 조직인 ‘‘TODP(Total Online Digital Platform) 추진단’의 공식 사무소다. TODP 추진단은 해당 사무소에서 자체적인 개발 및 지분투자, 인수합병(M&A)을 병행하며 생활서비스, 메타버스 등 비금융 콘텐츠를 구축하고, 디지털혁신플랫폼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 회장은 개소식에서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혁신플랫폼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신한금융 측은 "지난 3월 금융사 최초로 디지털 사업 및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3000억원 규모의 디지털 전략적 투자(SI) 펀드를 조성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투자 여력을 확보했으며, 그룹의 이익 다변화 노력은 물론 ESG 경영에도 주력하고 있다"며 "사모펀드 관련해서는 1분기까지 최대한 충당금을 적립했고, 앞으로 추가적으로 적립할 충당금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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