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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허츠가 망한 판에 국내 렌터카업체가 살아남은 이유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4.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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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국제공항 주차장.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유예닮 기자]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장기 렌트(연 단위 계약)’로 아반떼 차량을 대여했다. 월 납입 금액은 30만원 선. 아반떼 신형 중급 트림(등급) 기준 60개월 할부 구매시 월 30만원 선이기 때문에 월 납입 금액을 비교하면 비슷하다. 그러나 초기 구입자본과 보험료가 불필요하고, 사고발생시 보험료 할증에 따른 부담도 없다는 이점에 렌트를 선택하게 됐다. A씨는 "아직 젊고 또 초보운전이라 보험료와 할증이 걱정인데 렌트카는 보험료에 대한 부담이 아예 없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차량이 싫증 나더라도 다른 차량으로 바꾸는데도 부담이 적다"며 장기 렌트를 선택한 여러 이유를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행업 관련 지출이 급감한 가운데 렌터카 분야는 되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렌트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영향을 미친 것이다. 공항 대여 같은 ‘단기 렌트’에 집중하던 세계 2위 렌터카 업체인 허츠가 코로나 여파로 파산 위기에 몰린 것을 감안하면, 국내에선 ‘장기 렌트’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27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여행업과 관련한 국내 관광·레저 분야에 속한 대부분의 산업 소비 지출액이 감소했으나 렌터카 부문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렌터카 부문 지출이 53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68% 늘어난 것.

이는 지난해 한국의 관광·레저 분야 소비지출액이 전년보다 21.8% 감소한 134조8985억원을 기록한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여행업 역시 지난해 4071억원으로 전년 보다 83.45% 감소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측은 관광·레저 분야에 대한 내국인의 소비가 19% 줄었고, 외국인의 지출은 77% 가량 줄며 전반적으로 침체된 것을 토대로 보면 렌터카 업체의 선방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렌터카 업계는 차량의 장기 렌트가 소비 지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여행 등을 위한 단기 렌트는 여행 수요 감소와 마찬가지로 줄었으나 비중이 더 큰 장기 렌트는 이용이 늘었기 때문. SK렌터카는 지난해 5889억원의 렌트수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1% 증가한 매출을 달성했는데, 이 가운데 약 70%(약 4100억원)가 장기렌트다. 롯데렌터카, 롯데오토리스, 롯데오토케어 등 렌털 사업을 포괄운영하는 롯데렌탈의 ‘렌털 및 기타수익’을 살펴보면 지난해 수익이 2조868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9년 1조8796억원 대비 10% 정도 증가한 수치다.

SK렌터카 관계자는 "신차 장기 렌트의 비중이 80% 가량인데, 장기 렌트 이용객들은 최소 1년 단위로 멀리 보고 계약하기 때문에 코로나19라고 해서 당장 렌트를 취소하진 않는다"고 했다. 이어 "단기 렌트 분야에서 손실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비중으로 봤을 때 크지 않고, 최근엔 단기도 그 수요가 회복 국면에 있어 전체 매출은 증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렌탈 관계자 역시 "현재 렌터카를 장기와 단기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며 "단기 렌터카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20% 가량 감소했으나 장기 렌트 매출은 되레 늘었다"고 했다. 또 "중고차를 경매로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매출을 견인한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장기 렌트 증가가 단기 렌트에서 발생한 마이너스를 방어하고도 남은 셈이다.

반면 공항 대여 식의 단기 렌트에 집중하던 세계 2위 렌터카 업체인 허츠는 지난해 5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로 파산을 신청한 바 있다. 허츠는 파산 신청 직전인 지난해 3월 기준 사용 가능한 현금이 10억달러(약 1조1120억원)였던 반면 부채는 187억 달러(약 20조 8100억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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