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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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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 지원센터'…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신산업 혁신의 메카 역할 '톡톡'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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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지난 2월2일 정세균 국무총리(앞줄 오른쪽)와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앞줄 왼쪽)이 참석한 가운데 규제샌드박스 2주년 성과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상의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의 샌드박스지원센터가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산업혁신과 신산업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는 기업과 정부국회 사이에서 산업과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낡은 규제를 찾아 개선하고 미래먹거리를 위한 신사업을 기업들이 맘껏 펼칠 수 있는 제도적·행정적 기반을 갖추는 데 앞장서면서 혁신의 물꼬를 트고,경제의 역동성을 불어넣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낡은 제도의 벽 부딛혀 사장될 위기에 놓인 미래먹거리 기술과 산업이 대한상의 샌드박스지원센터의 손을 거친 ‘샌드박스’를 통해 새 빛을 보고 있다. 원격 동시충전기술, 기득권에 막혔던 버스호출 서비스앱 콜버스, 전자금융거래법에 막혔던 페이스 페이(얼굴인식 자동결제) 등은 모두 샌드박스의 산물이다.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2월 회장직을 물러나면서 "지난 7년간 가장 보람된 일은 샌드박스"라며 "앞으로도 대한민국 혁신의 물꼬 터주길 바란다"고 할 정도로 규제 샌드박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원센터 출범 7개월 만에 신사업 과제 84건 수행 

 


대한상의에 따르면 샌드박스 지원센터는 출범 이후 약 200여일 동안 84건의 과제를 수행했다. 그 결과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를 시작으로, 공유미용실, 공유주방, 도심순찰 드론 등 낡은 법제도에 가로막혔던 신사업들이 가능해졌다.

일례로 공유주방과 공유미용실이 있다. 그간 주방 하나를 여러 사업자가 공유함으로써 창업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혁신 서비스지만 국내에선 불법으로 꼽혔던 공유주방은 김기욱 스타트업 위쿡 대표가 지난해 5월 당시 박용만 상의 회장에게 직접 애로를 호소하며 ‘승인’을 얻게 됐다. 위쿡을 포함해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기업들을 통해 205개 매장에서 푸드메이커 1300명이 ‘나만의 매장’을 갖게 된다. 실제로 식약처가 지난 9월, 1년 반 간의 테스트 경과를 점검한 결과 음식점 창업에 필요한 초기 투자비용 약 126억원을 절감했다.

공유미용실도 마찬가지다. 미용업도 주방의 경우처럼 현행법상 한 공간에 여러 명의 사업자 등록이 불가능한 데다, 샴푸실 등 공용시설을 사용하는 것도 불법이었으나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를 통해 실증특례 승인을 받게 되면서 사업의 길이 열렸다. 샌드박스를 이용해 81개 매장에 900명의 미용사들이 ‘나만의 미용실’을 갖게 된 것.

입법

▲자료:대한상공회의소


 

국회 통한 11개 법률·17개 하위법령 개정 성과 

 


그러나 샌드박스 제도는 일종의 임시 면허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샌드박스 승인을 통해 사업을 개시한다 해도, 관련 법령 정비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당시 박 회장은 낡은 법 개정을 위해 지난해 국회와 관련 부처에 꾸준히 의견을 개진하는 등 법령 개정에도 속도를 냈다.

그 결과 지금까지 11개의 법률이 개정, 또는 소관 부처가 유권해석을 내리거나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을 바꾸는 17건의 ‘적극행정’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인 것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다. 당시 박 회장과 대한상의 실무진들은 국회에 전기차 폐배터리의 지자체 반납 의무를 폐지하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과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 개정안의 입법을 호소해 통과시켰다.그 결과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추진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된 셈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가 최근 한화큐셀, SK이노베이션 등과 협력하겠다고 밝히는 등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적극적인 터라, ‘시너지’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인 에스아이셀 대표는 "2050년 6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폐배터리 시장 산업화는 물론 환경 보호와 배터리 원료 수입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올해 의료해외진출법 등 후속법령 정비에 총력 

 


그러나 상의 측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는 입장이다. 가사근로자법 제정 등이다. 현행법상 이용자와 가사도우미 간의 계약은 사인(私人) 간 계약에 해당돼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 연차휴가 등을 보장받지 못한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가사도우미를 직접 고용하려는 스타트업 홈스토리생활의 사업모델도 불법이다. 이에 지난 18대 국회부터 매 국회마다 꾸준히 발의되고 있으나 여전히 답보 상태다.

아직 발의조차 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해외진출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쟁점이 많아 수십 년째 시범사업만 진행중인 내국인 비대면 진료와 달리,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해외 거주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단계적 해결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는 법안이다. 이 외에도 코로나 상황 하에 임시로 허용된 의약품 배송 서비스를 법제화하는 약사법 개정안, 자율주행 로봇의 통행범위를 보도로 확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도 아직 발의되지 않은 상태다.대한상의는 샌드박스 승인 지원과 함께 법령 정비가 되도록 법제도 혁신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지난달 열린 규제샌드박스 2주년 성과보고회에서 "샌드박스는 성공적인 민관협력사례 중 하나"라며 "보다 안전하고 빠른 샌드박스가 될 수 있도록 정부 전담 조직을 상설화하고, 공무원의 적극행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용어
규제샌드박스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모래 놀이터(sandbox)처럼 기업들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 또는 면제해주는 제도로 대한상의는 세계 최초로 민간차원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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