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3월 08일(월)

[데스크 칼럼] 文 정권, 더 이상 애먼 희생양 만들지 말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2.22 16:16   수정 2021.03.03 10:56:03

에너지경제 구동본 에너지환경부장 /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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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지간해선 주요 갈등 현안에 끼어들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인상적인 언급이나 행보를 찾기 어렵다. 이게 코로나19로 한숨 짓고 고통받는 국민의 최근 심중을 고려한 것이라면 다행이다. 대통령까지 정쟁 한 가운데 서 있다면 가뜩이나 심란한 국민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주요 갈등 현안을 조정하거나 정리·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팔짱 끼고 있다거나 직무유기하고 있다면 너무 나간 것인가. 문 대통령은 여러 갈등을 풀지 못한 것에 대해 수차례 사과했다. 사과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거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에 대한 반성이다. 다시는 같은 일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과 그 자체로 끝이었다. 나중에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검찰개혁을 명분 삼은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의 진두지휘자로 법무장관이 추미애에서 박범계로 선수 교체됐지만 그저 ‘시즌2’일 뿐이다. 신현수 대통령 민정수석의 사의파동이 그 반증이다.

 

검찰개혁 타령하며 사상 초유 검찰총장 징계 등으로 윤석열과 1년 내내 대립했던 추미애는 판사 출신 정치인이다. 문 대통령은 추미애에 이어 추미애와 같은 길을 걸은 박범계를 법무장관에 기용했다. 동시에 청와대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이자 문 대통령과 사실상 동지관계로 알려진 신현수를 발탁했다. 이에 대해 여권의 검찰개혁이 정상화의 길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이번 파동을 놓고 보면 신현수 스스로도 당초 자신의 기대가 오판이었고 착각이었던 듯 싶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문 대통령이 참모조차도 자신의 의중을 제대로 읽을 수 없는 처신과 행보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검찰개혁 관련 여권의 입장도 중구난방이다. 정권에 미운 털 단단히 박힌 윤석열 개인을 겨냥, 대선 등 공직 출마를 제한하는 입법 추진론까지 나왔다. 이게 현행 법과 사리에 맞지 않은 것에 더해 다분히 감정적인 발상으로 비춰진다.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드는 입법 추진도 마찬가지다. 검찰·경찰 수사권 분리, 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자마자 갑자기 들고 나온 것이다. 중대범죄를 검찰이 수사하도록 한 게 얼마나 됐나. 뒤늦게 보니 검찰엔 중대범죄 수사도 맡기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입법을 마치 붕어빵 찍어내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런 입법을 비위혐의로 기소된 집권당 의원들의 주도로 추진돼 방패입법이란 비판도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관련 입장이 없다. 문 대통령은 1년여의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대해 사과까지 하면서 "윤 총장은 문재인정부 검찰총장"이라고 껴안았다. 그런데 신현수 파동을 보니 그게 아니었던 듯 싶다. 

 

어쨌든 문 대통령이 주요 현안에 대해 메시지를 내는 데 너무 신중하다. 어쩌다 내놓은 메시지는 여권에서 잘 먹히지 않는다. 일각에선 임기 말 대통령 권력 누수현상이 현 정권에서 만큼 나타나지 않은 적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 메시지는 표현과 속내가 다르다는 뜻 아닌가.

 

문 대통령의 현안 정리가 제대로 안되거나 메시지가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정권 인사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추미애·박범계·윤석열·신현수는 물론 최재형 감사원장,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그렇다. 특히 검찰 조직은 추매애·윤석열 라인으로 갈려 치고박고 할퀸다. 이들의 출세욕·권력욕만 탓할 게 아니다. 그 자리에 가면 줄을 서지 않을 수 없다. 직을 거는 소신도 소용없다. 수많은 검사들이 개혁이든 반개혁이든 각각의 공범자·부역자라기보다 크게 보면 모두 불쌍한 희생양들이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또한 다를 게 없다. 지금까지 나왔거나 진행되는 관련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조기 폐쇄 강행의 절차상 허점과 뒤 이은 자료폐기 등 불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말 한 마디는 대선 주요 공약인 월성 1호기 가동 중단과 관련 취임 2년차인 2018년 4월 참모들에게 "언제 결정하느냐"고 물어봤다는 것이다.

 

이 사안으로 비록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산업부 국장 등 실무자 3명은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됐다. 또 당시 대통령 참모들이 대거 수사선상에 올랐거나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에 대한 법적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문 대통령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의 한 마디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다. 산업부 관료든 청와대 참모든 탈원전이 국정과제가 아니었다면 이런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감사원 감사 전날 증거인멸한 혐의를 받는 산업부 공무원이 감사원 감사 및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신내림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을 보면 자신도 어처구니 일로 생각한 것 같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원 감사에 이어 검찰 수사로 확대되자 여권은 대통령 공약이행의 경우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공약을 내걸고 선거에서 이겼으니 국민의 추인받은 것이고 통치권 행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니 신성불가침이라는 뜻이다. 그 주장 자체의 타당성을 따지기 전에 이런 여권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대통령이 "내 탓이요"를 먼저 얘기해야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다. 그러니 자꾸 ‘꼬리 자르기’란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의 일환으로 중단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여부가 오리무중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사업은 전 정권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2월 27일 사업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선 뒤인 그 해 10월 국무회의에서 에너지전환 로드맵이 의결돼 공사 중단됐고 12월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됐다. 그 이후 4년간 현 정부는 공사 재개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사업허가 기한이 오는 26일 종료돼 한국수력원자력은 주무부처인 산업부에 이 기한을 앞으로 2년간 연장 요청했다. 산업부는 22일 이 기한 연장을 승인했다. 다만 공사재개 여부 결정은 차기 정부로 넘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그게 현재로선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을 공약하고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월성1호기 사건에 데기까지 했는데 어떤 관료가 앞장서서 깃발 들겠는가.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규모만 779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전환 추진을 말하기 전에 우선 명확히 할 게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피해에 대한 책임문제다. 이를 건너뛰고 공직기강을 강조하며 탈원전을 위해 관료를 다그치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하다. 더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 뿐이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보유국’, ‘우주미남’ 등 찬사에 취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 안색이나 안위만 살피는 정권수호 돌격대, 대통령 호위무사들만 믿고 섣불리 개혁을 추진했다간 역풍과 반동을 부른다. 문 대통령은 갈등 현안 뒤로 숨지 말고 전면에 나서서 조정하고 해결해야 한다. 그게 문 대통령이 그토록 염원했던 개혁의 성과를 내고 애먼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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