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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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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기 누린다더니…" 구리값 한달째 예상 밖 횡보, 글로벌 수급 전망도 '천차만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2.0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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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올해 들어 강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되던 구리 가격이 예상 밖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받는다. 구리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과 각국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작년 말부터 상승랠리를 보였지만, 올해 고점에서 고꾸라져 한달 가량 횡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구리 값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7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3월 말 460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구리 가격은 백신 상용화, 경제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달 8146달러까지 오르는 등 10개월 만에 거의 80% 뛰었다. 이는 2012∼2013년 이후 최고가다.

구리는 산업 전반에 사용되면서 실물경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로 ‘닥터코퍼’로 불린다. 지난해 구리 가격이 급등한 것은 세계 경제 환경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것이다. 구리는 전기와 열전도성이 높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 발전시설과 전력시설의 와이어와 케이블, 배관, 송전선 구축, 건축자재,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인다.

이러한 급등세에 힘입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간 이어졌던 원자재 랠리가 재현되고 있다며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구리 가격이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 현물가격은 톤당 7936.5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월 초 기록된 고점대비 3.5% 정도 떨어진 수준이지만 가격이 빠지는데 1개월의 기간이 걸린 것이다.

세계 구리 전체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풀이된다.

광물전문매체 마이닝닷컴은 "최근 중국에서 또다시 발생한 코로나19 사태가 1월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공장 생산량과 서비스업을 수개월 만에 최저치로 끌어내렸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 금융정보 업체 차이신은 중국의 1월 차이신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2.0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56.3) 및 시장예상치(55.5)보다 한참을 떨어진 것이다. 1월 차이신 서비스업 PMI는 코로나19 여파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4월(44.4) 이후 최저치다.

또한 이달에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11∼17일)까지 겹치면서 단기적으로 구리 수요는 위축될 전망이다. 마이닝닷컴은 "통상 중국 춘제 연휴 기간에는 경제활동이 둔화되기 때문에 구리 등 금속 수요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당국은 연휴 동안 고향 방문과 국내외 여행 자제령을 내려 경제활동은 한층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올 한해 동안 구리가격 전망이 전문가 사이에서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투자노트를 공개해 "시장에 구리가 과잉공급되고 있어 올 1분기 평균 구리가격은 톤당 7700달러를 기록하고 4분기에는 6500달러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년까지 170만 톤의 구리가 추가적으로 채굴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공급이 넉넉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JP모건은 또 "현재 중국의 구리 재고는 미국의 역대 최고치보다 3배 가량 높은 270만톤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앞으로 중국이 재고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겠지만 구리 가격이 약세일 때 전략적으로 비축에 나설 것"이라며 "이러한 점이 가격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문가들이 제기해왔던 원자재 시장의 슈퍼사이클에 대해서 JP모건은 "사이클 고점에 이미 도달했다"며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투자와 수출 비중이 장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CNBC는 "수요의 중심이 중국 등 지역별 요인에서 산업적 요인으로 전환되고 친환경 시대가 구리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JP모건은 "구리 수요 중 친환경 산업 수요 비중이 최소 20% 차지해야 하는데 중국, 유럽연합(EU), 미국에서 제시한 정책들을 보면 2030년까지는 20%에 도달하기 힘들 것"이라고 반론했다.

수요가 공급을 상회할 정도로 구조적인 급등세가 일어나야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는데, 당분간은 수요보다 공급이 더욱 빨리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또 다른 투자은행인 씨티그룹은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가전제품 등의 판매 급증이 구리 소비를 촉진시켜 연말에 공급부족 현상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올해 구리값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 사태와 봉쇄조치로 인해 외식, 여행, 레져 등의 분야에 소비를 평소 즐겼던 소비자들이 가전제품 등에 눈길을 돌렸고 이런 흐름이 향후 몇 개월 동안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주택 착공과 건축 허가 건수가 작년 9월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리버 누젠트 애널리스트는 "선진국 사이에서 건설, 가전제품, 자동차 부문에 금속 소비의 증가세가 포착되고 있다"며 "지난 10년과는 다르게 2021년의 경우 시장은 중국 외의 수요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올 하반기부터 세계 구리 시장이 공급부족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전체로 봤을 땐 구리 공급의 과잉 규모가 작지만 내년과 내후년엔 본격 공급 부족에 시달릴 것이란 설명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올해 세계 구리소비량이 작년보다 6% 증가한 2476만 톤을 기록할 것"이라며 "특히 유럽에서 소비가 10%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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