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3월 06일(토)

[이슈분석] 또 불거진 태양광 원산지 논란…"공허한 정치논리에 업계 피해 크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21 16:05   수정 2021.01.21 18:55:37

-야권 "한화큐셀 등 태양광 업계, 중국산 저가 셀은 국내로·국산은 해외로, 국내 산업 생태계 붕괴"
-업계 "무작정 국산 쓰라고 하기는 어려워, 생태계 유지 방안 마련 시급"·

clip20201119120754

▲태양광 발전 설비 제조 공정.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국내 태양광 발전 설비의 원산지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논란의 대상이 발전설비의 국산화 비율에서 이젠 국산 국내 사용 비율로 옮겨 붙었다. 대기업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설비를 만들어 국내에서 쓰지 않고 대부분 외국에 내다 판다는 것이다. 논란은 국민의힘 측이 잇따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태양광발전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나친 원산지 논란 제기로 더이상 업계에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잇단 원산지 논란이 정치논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의힘 측의 무리한 공세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견제할 수 있으나 재생에너지의 하나인 태양광 산업의 자발적인 생태계 구축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공허할 뿐이라고 비판한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국산 비율을 80% 가량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 핵심 원료를 수입해 단순 조립만 하는 수준이어서 정부 발표 국산 비율은 과장됐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정부 발표치가 설령 과장됐다고 하더라도 태양광 설비 원산지 논란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산 태양광 모듈이 중국산이라는 주장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태양광 모듈은 원료인 셀(Cell)을 조합해 만든 것인데 이 셀이 대부분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괄 발전설비는 원료인 셀을 조합한 모듈, 모듈을 여러 개 합친 어레이(Array), 어레이가 합쳐져 태양광 발전소가 된다. 셀은 전기에너지를 충전, 방전해 사용할 수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본단위다. 모듈은 셀을 외부충격과 열, 진동 등에서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개수로 묶어 프레임에 넣은 조립체다.

◇야권 "중국산 저가 셀은 국내로·국산은 해외로, 국내 태양광 생태계 무너져"

야권에서는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 업체들이 값싼 중국산 태양광 셀을 도입하고, 국산 셀은 해외로 수출하고 있어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셀은 태양광모듈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품이다.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무경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년 6월말까지 국내 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발전소에 보급된 한화큐셀 모듈의 셀 제조사의 일부가 Aiko Solar, TW Solar 등 중국기업으로 확인됐다. 한화큐셀은 국내 최대 태양광 모듈 제조 업체다.  한화큐셀은 중국산 셀과 함께 한국산 셀(신성이엔지)도 일시적으로 인증을 받았으나, 인증만 받았을 뿐 실제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실 측은 "한화큐셀이 중국산 셀을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해 보급한 물량만 2019년 이후 5978곳의 태양광 발전소, 907메가와트(MW)에 달한다"며 "모듈낱장으로 따지면, 330W 패널 270만장이 국내에 보급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에 수출이 늘어난 것도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컸다"며 "향후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미국 시장에서도 지금처럼 수출을 이어갈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큐셀 측은 "인증은 다양한 제품군 확보 차원일 뿐 모두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산, 국산, 자체 생산한 셀까지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화큐셀은 한국, 중국, 말레이, 미국 등 글로벌 생산 체인을 가지고 있어 한화큐셀 자사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도 중국산으로 포함되어  이같은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태양광 업계 "무작정 국산 쓰라고 하기 어려운 상황"


한편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지난 20일 국산 태양광 모듈이 중국산이라는 주장을 멈춰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가격경쟁력이 없는데 무작정 국산을 써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21일 "태양광 협회 입장처럼 당연히 되도록이면 국산을 많이 활용하면 좋다"면서도 "그런데 자유무역협정(FTA)나 국제규범 상 우리나라 마음대로 국산 비율을 얼마 이상으로 하라고 규제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듈을 만드는 업체들이 가격과 기술력, 성능, 효율성 등 여러가지를 따졌을 때 국산이 좋다고 하면 당연히 국산을 쓰겠지만 현실은 국내 업체들이 중국산 셀의 가격경쟁력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태양광 셀을 만드는 기업은 한화큐셀과 LG화학, 현대중공업 정도다. 전세계 태양광 셀 시장의 80∼90%를 중국업체들이 점유하고 있다.

협회 측은 "모듈 제조 업체들이 암묵적으로 국산을 많이 사용해주면 모를까 정부에서도 대놓고 국산을 쓰라고 할 수가 없다. 농산물 시장과 비슷하다"며 "그렇다고 수입을 계속하면 국내 업체가 없어지게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내에서는 태양광 셀의 원료인 잉곳와 웨이퍼를 만드는 업체들이 도산했다. 거기에 신성이엔지 등 태양광 업체들도 셀 생산을 포기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모듈제조 업체도 얼마 버티지 못해 결국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협회 관계자는 "태양광 보급 확산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해 비싸더라도 국산 셀을 되도록 많이 사용해 주권과 에너지안보 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명확한 국산 기준 정립 필요

한편 이같은 논란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정확한 통계와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 상 셀이 중국산이어도 가공도와 부가가치율에 따라 모듈을 국산으로 인정해주는 원산지 규정이 있다. 이 부분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모듈의 원가 중 50%가 셀인 만큼 대외무역법상 셀의 원산지가 모듈의 원산지가 된다고 주장하는 한편 산업부 측은 셀을 수입해서 모듈을 만들었을 때 부가가치가 60%를 넘으면 국산으로 인정받아 국내법상 원산지 표시 위반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소모적 논쟁을 피하고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기준을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무경 의원실 측은 "상황이 이런데도 산업부는 셀을 수입해 국내에서 단순 조립한 모듈을 대부분 국산제품 점유율 통계에 포함해 발표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눈 가리고 아웅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통계수치를 바탕으로 국산 제품 확대 방안을 강구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태양광 모듈 전수조사와 함께 국산화 통계 기준 재정립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배너

실시간 종합Top

경제
머니
비즈니스
전기차&에너지
부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