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권혁기 기자] 국내 여행사 1위 하나투어가 구조조정을 놓고 직원들과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실적악화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직원들은 희망퇴직이 아니라 권고사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투어의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095억8050만원이다. 전년 동기(140억3157만원) 대비 적자전환됐으며, 4분기 예상 적자는 140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나투어는 종속회사 SM면세점을 통해 인천공항 제1터미널, 2터미널과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가, 면세사업권도 갖고 있다. 지난 2019년 1터미널 입국장면세점 입찰에도 참여, 그해 5월 오픈했다. 또 호텔사업부문도 확장해 티마크호텔과 센터마크호텔 등을 보유 중이다.
하나투어의 몸집은 점차 커졌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국제 관광 산업 전체가 침체에 빠지면서 하나투어도 영향을 받아 서울 시내의 마크호텔 2개 분점은 휴점, 1개 분점은 축소 영업 중이다. 출판 및 인쇄물제작업을 수행하는 하나티앤미디어는 청산절차를 밟고 있고, 여행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온라인몰 ‘하나숍’도 정리하는 등 유동성 확보와 비용절감에 몰두하고 있다.
▲하나투어 본사 전경. |
하나투어는 지난해 3~5월 유급휴직을 진행하고, 6월부터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직원들은 6월부터 11월까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토대로 기본급의 50%를 받았지만 12월부터는 고용유지지원금도 끊겼다.
이에 결국 하나투어는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사측은 오는 3월 31일을 희망 퇴직일로 정하고 근속연수별로 4~6개월치(5년 미만 4개월, 10년 미만 5개월, 10년 이상 6개월) 위로금을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또 콜센터 직원들은 고객상담과 관련해 예약관리, 대리점콜센터 지원업무가 4월 1일부로 자회사인 하나투어리스트로 이관됨에 따라 모두 전적된다고 고지했다. 전직을 하지 않는 직원들에게도 퇴직위로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이 본부장과 부서장들을 통해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희망퇴직 의사를 물으면서 시작됐다. 직원들은 "퇴사 동의서를 받는 것은 이미 명단을 추려놓은것이며, 권고사직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직원은 "권고사직에 동의하는 것은 근로자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뜻"이라면서 "상급자가 권고사직을 종용하는 것은 근로자가 갖는 퇴직에 대한 자유의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하나투어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는 힘든 시기를 겪어 왔고 앞으로도 힘들 것이기 때문에 여행업 자체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조직 개편과 조직 효율화를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직원들 사이에서 루머가 퍼진 것 같다"며 "지금 여행업계가 워낙 어렵다 보니 직원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지 아직 확정된 게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