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2월 27일(토)

[정희순의 눈] 이익공유제, 게임에서 한 수 배워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19 11:00   수정 2021.01.19 11:00:13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인간의 삶에 생애주기가 있듯 게임 이용자에게도 ‘생애주기’라는 것이 있다. 게임 이용자의 생애주기는 이용자가 게임에 유입된 이후 이탈하기까지 일어나는 사이클을 뜻한다. 게임 개발진들은 이용자의 생애주기를 연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게임 이용자가 이탈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난이도의 퀘스트를 던지고, 이를 풀어낸 이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지급한다. 이때, 퀘스트의 난이도와 보상의 수준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퀘스트가 너무 쉽거나 어려우면 이용자 이탈을 부르고, 보상이 너무 적은 것도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게임이 인기를 얻는 비결 중 하나는 이처럼 ‘적절한 동기부여’와 ‘보상’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이익 공유제’를 언급하면서 K양극화를 극복할 카드로 이 제도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이득을 본 기업의 이익을 피해를 본 이들과 공유하는 모델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주 제안했고, 문 대통령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이 모델을 언급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이익공유제의 키워드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와 ‘강력한 인센티브’다. ‘자율성’과 ‘보상’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구상은 얼핏 ‘게임의 룰’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이익공유제는 게임의 룰과 몇 가지 차이가 있다.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에 방점을 찍었다고는 하지만, 여당이 내놓은 안을 청와대가 두둔하는 마당에 기업입장에서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이익공유제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민간의 자율성’ 자체가 사실상 담보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또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기업은 성과를 공유하라’는 외침은 오히려 기업의 사업의지를 꺾을 수밖에 없다. 외국계 기업과의 형평성 시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코로나19 수혜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주주들의 이익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익공유제가 ‘게임의 룰’의 한 축인 ‘동기부여’ 자체를 훼손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적절한 동기부여와 보상으로 이루어진 게임의 시스템은 게임 흥행의 근간이 된다. 이 시스템이 잘못 구성되면 플레이어들의 이탈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섣부른 이익공유제의 도입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사업을 이어가는 여러 플레이어들의 이탈을 초래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희순

▲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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