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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재벌 ‘집중’ 신흥재벌 ‘다각화’ 포스트코로나 투자법 ‘각양각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12 22:00

삼성·현대차·SK·LG 등 ‘전기차’·‘바이오’ 신산업에 집중투자



ICT 기반 게임·인터넷 기업, 사업 경계 허무는 ‘다각도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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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제조업 기반으로 부를 일군 국내 ‘원조재벌’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주 무기로 커온 ‘신흥재벌’들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 사업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미 기반을 충분히 닦은 대기업들은 ‘전기차’, ‘바이오’처럼 성장이 담보된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반면 게임·인터넷 기업가들은 다양한 업종에서 산업간 경계를 허물며 다각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산업 생태계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빠른 만큼 최종적으로 누가 웃을지 여부는 지금 상황에서 판단하기 힘들어 보인다.

◇ 지난해 5대그룹 총수 회동 화두는 ‘전기차’···‘바이오’·‘반도체’ 등도 눈독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재벌가들은 최근 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차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기후환경 변화와 주요 국가의 배출가스 규제 등으로 친환경차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5대그룹 총수가 각각 회동할 당시 키워드도 ‘전기차’였다. 차량을 제작하는 정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을 찾아가 배터리 공급·협력 방안과 차세대 기술 개발에 대해 논의했다. 정 회장이 롯데케미칼 사업장을 찾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났을 당시에도 각종 소재·부품 등 미래차 관련 논의를 나눴다고 알려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원조재벌들의 ‘전기차 드라이브’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전기차가 자본집약적인 산업이지만 기술 관련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 시장 선점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독보적인 세계 1위 기술력을 지니고 있고 순수전기차에서도 점유율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LG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 CATL과 글로벌 ‘왕좌’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중이다. 삼성과 SK도 해당 영역에서 5위 안팎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원조재벌들의 또 다른 관심사는 ‘바이오’다. 전세계적으로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이재용 삼성 회장은 바이오를 대표적인 미래 새 먹거리로 삼고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 역시 바이오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밖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점쳐지는 수소산업,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집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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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범수 카카오 의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정주 넥슨 창업자 겸 NXC 대표.


◇ 인터넷·게임 등 기반 ‘신흥재벌’ 세력 넓히기 경쟁 ‘후끈’

ICT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의 능력만으로 부를 일군 ‘신흥재벌’들의 성향은 조금 다르다. 혁신적인 사업 아이템을 꾸준히 고민하며 더욱 다양한 분야로 세력을 넓혀 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게임 업계 ‘3N‘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AI 기술에 적극투자하는 데 이어 최근 CJ와 손잡고 콘텐츠·디지털 플랫폼 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CJ ENM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온라인 공간 내 존재감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게 김 대표의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트프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창조해낼 것으로 기대한다. 신산업 진출에 적극적인 김 대표는 회사 사명도 ’엔씨‘로 바꾸기 위해 고민 중이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 겸 NXC 대표는 블록체인·금융 쪽에 눈길을 주고 있다. 넥슨은 작년 신한은행과 손잡고 게임·금융 결합 신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국내 대표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인수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알려졌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엔터테인먼트·금융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온 인물로 유명하다. 이종산업인 코웨이를 인수해 본업과 시너지를 꿈꾸고 있기도 하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행보도 비슷하다. ICT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되 모빌리티, 금융, 쇼핑, 엔터테인먼트, 만화 등 이종산업에 과감하게 진입하고 있다. 카카오는 금융산업과 콘텐츠 등에 최근 힘을 쏟고 있다. 네이버는 일본에서 라인·야후 합작 법인을 세우고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동시에 웹툰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신흥재벌 중 한명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예외적으로 ‘한 우물만 파는’ 경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원조재벌과 신흥재벌의 ‘포스트코로나 투자법’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삼성, 현대차 등 원조재벌은 대부분 제조업에 중심축을 두고 있는 데다 주 경쟁 무대가 국내보다는 해외일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새로운 결단의 진입장벽이 높아 보수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 회사를 이끌고 있는 총수일가는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동시에 선대 경영인들이 일군 부와 영광을 수성해야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반면 신흥재벌들은 자신이 직접 발로 뛰어 ICT를 기반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관련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발 빠르게 회사 체질을 개선해내는 게 이들 기업들의 생존 조건이다. 원조재벌들은 IMF 이전 ‘문어발식 확장’을 추진했다 큰 손실을 본 경험이 있지만 신흥재벌들은 그 이후 성장했다는 점도 이들의 경영 철학을 가르게 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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