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협업 리더십’으로 미래차 동맹을 꾸려가는 가운데 그 세력을 재계 10대그룹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기차와 배터리를 중심으로 4대그룹 총수들과 긴밀히 협력한 데 이어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 등 분야에서는 다양한 그룹사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정의선 회장 ‘팀 코리아’ 선봉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체제’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기업·스타트업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펼쳐왔다. 3세 경영인인 정 회장은 선대의 앙금을 풀고 범(凡) 현대가 회사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물꼬를 트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내수 차원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공룡들과 경쟁하기 위해 이 같은 ‘협업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고 본다. 수십년간 내공을 쌓아온 국내 기업들끼리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손을 잡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쟁력 높임으로써 해외 시장을 넓히자는게 정 회장의 비전이다.
정 회장이 전기차 시대 개화를 앞두고 ‘팀코리아’ 구축에 적극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그는 올해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25일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찾아가 양 그룹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다양한 미래차 중 특히 전기차 시대가 빠르게 열리고 있다는 데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테슬라가 영향력을 키워가는 가운데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거대 기업들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 대량생산 체제 구축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대차 역시 E-GMP 플랫폼 신형 전기차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내놓는다.
이런 가운데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업체간 산업 지형도는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다. 테슬라, GM 등은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겠다고 선언하며 배터리 기업들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LG화학을 비롯해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3사는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정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과 2개월간 두차례나 만나며 사실상 처음으로 삼성-현대차간 협력 관계 구축을 논의한 배경이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과 최태원·구광모 회장의 회동 전후로 SK·LG와 크고 작은 제휴 성과를 알리기도 했다.
◇ 미래차 상상력은 무궁무진···4대그룹 넘어 10대그룹으로 가나
재계에서는 ‘배터리 동맹’을 주도한 정 회장이 더 포괄적인 의미의 ‘미래차 동맹’ 형성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고 예상한다. 정 회장은 일찍부터 주요 선진국 등으로 견문을 넓혀 상상력이 풍부한 리더로 알려져 있다. ‘정의선 체제’에서 현대차그룹의 사업 역량을 자동차 50%, 도심항공모빌리티 30%, 로봇 20%로 체질개선하겠다는 목표도 내비친 바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신동빈 롯데 회장과 25일 만나면서 이 같은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고 본다. 롯데케미칼에서 비공개로 만난 두 사람은 신소재 개발 관련 협업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자동차 뿐 아니라 로봇, 항공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첨단 소재 청사진을 공유했다는 관측이다.
정 회장표 ‘미래차 동맹’의 상상력을 더욱 발전시키면 국내 10대그룹이 함께하는 것도 허황된 꿈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한화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 태양광, 수소경제 등 그린에너지 분야는 모빌리티와 관련도가 높다. 배출가스는 최소화하면서 에너지 사용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양 기업이 손을 잡을 부분이 상당하다는 진단이다. 한화의 고부가가치 사업인 케미칼·소재도 모빌리티와 연관성이 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수소경제’ 깃발 아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단계다. 현대글로비스는 한국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과 공동 개발한 2만㎥ 급 상업용 액화수소운반선의 기본 설계 도면이 세계 최초로 한국선급과 라이베리아 기국으로부터 기본 인증(AIP)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수소운반선을 국적 선사와 조선사가 공동 개발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건설기계는 공동으로 수소지게차 개발에 성공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현대차는 앞서 무역상사 포스코대우와 손잡고 우즈베키스탄 청소차 시장을 개척한 사례가 있다. 철강 분야에서 직접적인 협력은 힘들더라도 건설, 배터리소재 등 분야에서는 대화를 나눌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GS, 신세계 등과는 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트, 주유소 등 부지에 전기차 충전소를 확보하거나 건물 옥상을 활용한 항공 모빌리티 이동 등에 이해관계가 맞닿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와 GS칼텍스가 함께 구축한 ‘H강동 수소충전소’ |
현대차와 GS칼텍스는 수소차 대중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난 5월 ‘H강동 수소충전소’의 설비 구축을 완료했다. 지난 9월에는 상호간의 데이터를 개방하기로 하고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