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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월마트, 독일의 BMW, 이탈리아의 엑소. 산업 분야가 확연히 다른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간단하다. 각 국가를 대표하고 존경받는 기업이면서 동시에 가족기업이라는 것. 월마트는 월튼(Walton)가(家)문이 38%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으며, BMW는 운트(Quandt) 가문이 47%를, 엑소는 앙넬리(Agnelli) 가문이 100% 지분율로 지배하고 있다. 앙넬리 가문의 경우 피아트 클라이슬러의 44%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가족기업으로 분류되는 곳엔 다국적기업 외에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근처에 존재하는 중소기업 역시 가족기업으로 분류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가족기업의 정의에 따라 각 국가별 가족기업의 비중이 60%에서 최대 99%에 이른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국가에 미치는 고용율과 GDP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 선진국의 상장사 가운데 가족기업의 비율이 대부분 60%를 상회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가족기업은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경제 환경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 전 후로 나뉘는데 국가적으로 어려웠던 시기, 역설적이지만 가족구성원의 노동력과 이들이 보유한 자원으로 가족기업의 창업과 승계가 활발히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 중앙회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살아남은 가족기업이 세대 간의 승계를 거치면서 기술적 노하우, 지역사회와 신뢰 구축 등 다양한 역량을 발전시켜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안정적인 사회를 이루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우리나라 국가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가족기업은 전체 기업 대비 약 68%, 코스닥 상장사 중 약 62%, 특히 제조 기업 분야에서는 86%의 기업이 가족기업으로 분류된다는 연구도 있다.
그렇다 보니 가족기업이 가지는 장·단점 또한 명확하다. 단점으론 가족구성원들의 영향력이 클수록 사내 족벌주의가 발생, 이로 인한 사내 정치가 나타난다. 또한, 가족구성원과 비가족구성원의 차별로 비가족구성원의 퇴사, 사기 저하와 같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단기적인 목표보다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 시킬 수 있다는 점 등 장점도 있다. 특히 기업이 어려움에 처했을 경우, 가족구성원이 보유한 자원을 큰 문제 없이 활용할 수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보유한 시간을 무한히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무한 책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장점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이에 가족기업의 중요성을 깨달은 미국에선 1990년 초부터 활발한 연구와 교육을 진행, 또는 제공하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약 120여개 대학과 기관에서 가족기업에 대한 교육 코스와 학위 과정을 신설해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의 하버드, 코넬, 노스웨스턴 등 우리가 흔히 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문대학에서도 가족기업 구성원을 위한 학위과정 혹은 심화 과정을 만들어 운영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가족기업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미비한 수준이다. 가족기업 관련 연구나 투자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가족기업을 경영하는 가족구성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학위 과정은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의 석사과정이 전부다. 가족기업의 장점과 경쟁력을 극대화하지 못해 사라진 많은 기업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창업주의 경영기간은 보통 25년, 가족기업의 평균 수명 역시 25년으로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부족한 가족기업 관련 교육과 연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가족기업이 사라진다는 것은 가족기업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은 물론, 많은 일자리의 소멸을 나타낸다. 가족기업에 대해 무조건적인 배척보다 사회와 국가 발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 및 개발의 활동이 필요한 시기다. 많은 가족기업이 국민들에게 존경받고 국가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