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사진=A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올 들어 비트코인 시세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약 3년 만에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비트코인 시장이 과거의 ‘코인 광풍’을 재현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또 한순간에 가격폭락이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엔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가상화폐 전문 사이트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1만 9207달러를 기록하면서 약 3년만에 1만 9000달러선을 돌파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 들어 150% 이상 올랐고 특히 이번 달에만 40% 가까이 급등했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면 과거 2017년 12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만 9783달러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000달러 후반대까지 떨이지며 바닥을 쳤던 지난 3월 말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380% 가량의 급등한 셈이다.
특히 현재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이미 사상 최대 수준을 넘어섰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달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3359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12월에 기록한 3318억 달러를 상회하는 것이다.
한국 암호화폐 시장 역시 글로벌 상승장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한국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들어 약 30% 가량 올랐다.
이처럼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들어 급등세를 보이면서 가격 거품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 12월 최고점을 기록한 후 작년 3월까지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갔다. 그 이후 반등에 나서는 듯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또 다시 폭락했다.
▲비트코인 가격 추이(사진=코인데스크) |
그러나 이번에는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 거품 우려는 기우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완화, 발행 한도가 정해져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으면서도 희소가치가 높은 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것이 곧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비트코인 전체 발행 총량은 2100만 개로 고정되어 있지만 ‘채굴’에 따른 보상을 절반으로 줄이는 반감기(半減期)가 지난 5월 이뤄졌다. 비트코인은 새로 채굴되는 물량을 4년마다 주기적으로 줄이도록 설계됐는데 이런 반감기를 통해 채굴로 얻게될 비트코인은 결국 제로(0)로 내려간다.
여기에 과거와 달리 제도권과 글로벌 금융기업에서 가상화폐를 자산 시장에서 인정하고 있는 점도 비트코인 가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마티 그린스팬 퀀텀 이코노믹스 창립자이자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017년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은 당시 시장은 주로 투기적인 개인투자자들이 주도한 랠리였다면 지금은 기업이나 대형 큰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페이팔은 지난달 21일 자사 플랫폼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매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나아가 내년 초부터는 가상화폐를 추가 수수료 없이 법정화폐로 환전해 상품을 살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8월 업계 최초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각국 중앙은행들도 디지털 화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19일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미 달러화의 디지털 화폐에 편익이 있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광둥성 선전시 당국과 함께 이미 지난달 법정 디지털 화폐의 공개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JP모건(사진=에너지경제DB) |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왔던 금융업계도 태도를 바꾸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2017년 "비트코인은 사기"라며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지난달 말 투자노트를 공개하면서 금을 대체할 수 있는 통화라고 평가했다.
JP모건은 "가상화폐의 가치는 부의 저장고 역할에 이어 지불수단으로서의 효용성을 기반으로 한다"며 "결제수단으로 암호화폐를 받아들이는 경제주체들이 많아질수록 가상화폐에 대한 효용성과 가치는 결국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과 같이 부를 축적할 수 있지만 금과 다르게 결제수단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도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JP모건은 이어 "가상화폐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시장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비트코인의 잠재적인 상승여력은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라이더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지난주 미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금괴보다 활용도가 높다"며 "간편결제와 가상화폐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들의 개방성으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최소 현재 자리에 머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비트코인이 과거와 달리 의미 있는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분위기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트레이딩애널리시스닷컴의 토드 고든 창립자는 24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공급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본질적인 내재가치를 산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하면서도 ‘엘리엇 파동이론’을 적용해 비트코인 가격을 전망했다.
엘리엇 파동이론은 주가가 상승 5파( 1·3·5번의 충격파동과 2·4번의 조정파동)와 하락 3파(1번과 3번 충격파동과 2번 조정파동) 등 8파가 1주기를 이뤄 끊임없이 순환한다는 내용이다.
고든 창업자는 "엘리엇 파동이론은 가격을 좌우하는 공포와 탐욕 등의 감정을 탐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가상화폐 가치를 평가하기 좋은 방법이다"고 밝히며 비트코인 가격이 현재 상승 5파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고든 창업자는 "엘리엇 파동이동에 따르면 상승 1파와 상승 5파는 상승폭이 동일하다"며 "1파 당시 상승률이 658%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가격이 7만 400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망이 어긋나도 목표가인 61%인 3만 4000달러까지 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스트래터직웰스파트너스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테퍼는 "비트코인은 테슬라와 비교할 수 있다"며 "테슬라는 올해 500% 가량 뛰었는데 비트코인이 2021년의 테슬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낙관론을 제시했다. 그는 또한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 말까지 4만 달러에서 최고 10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