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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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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업계, 잇단 탄소중립·탈석탄 선언에 한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1.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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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공식 선언했다. 사진=청와대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과 금융사, 공기업과 민간 대기업들의 석탄발전 투자 철회가 이어지며 석탄발전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저기서 탈(脫)석탄에 대한 압박은 강해지고 있는 반면 ‘출구전략’은 여전히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는 그동안 에너지 전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왔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며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계획기간 2020∼2034년)의 초안에서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를 현재 60기에서 오는 2034년까지 그 절반인 30기로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이미 폐쇄한 4기의 노후 석탄발전소를 포함해 임기 내 10기를 폐쇄하고, 장기적으로 2034년까지 20기를 추가로 폐쇄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발전원별 발전량 비중을 보면 석탄발전은 40.4%다. 현 정부는 이걸 2034년 28.6%까지 낮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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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사진=연합]


한전은 최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해외 사업을 추진할 때 신재생에너지, 가스복합 등 저탄소·친환경 해외 사업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삼성 금융 관계사들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 관련 금융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삼성금융그룹 대표회사인 삼성생명은 최근 앞으로 직접적 투자·융자는 물론,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 목적의 회사채에도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화재는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 사고 등 피해금 보장보험을 인수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두 회사는 지난 2018년 6월 이후 석탄 발전에 대한 신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수년째 탈석탄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 이제는 무덤덤하다"며 "당장 다른 일을 하기도 그렇고 아직 수명이 남은 설비도 많아 당장은 기존과 같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국정감사에서 한전의 5개 발전자회사를 2곳으로 통합하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도 알고 있다"며 "솔직히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전혀 가늠을 못하겠다. 석탄발전 효율화, 온실가스 배출 감축 기술고도화 투자 등에 대한 투자도 더 이상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전사 관계자도 "당장 대부분의 발전소가 석탄화력발전소인데 이를 대체할 방안은 전혀 없이 가동중단만 요구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행 전기사업법에는 환경보호나 국민안전 등을 이유로 발전소 가동 중단 등에 따른 발전사업자의 정당한 손실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민간석탄발전업계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6차 전력 기본계획에 포함돼 2018년 7월부터 건설되고 있는 포스코에너지의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다. 삼척 적노동 동양시멘트 폐광산 부지에 1050㎿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 4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지난 2013년 7월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한 뒤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정권 교체와 새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등 영향으로 당초 2021년에서 2023년 하반기에 준공으로 연기됐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아직 건설 중단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추세로 볼 때 무사히 건설을 마칠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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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삼척시민들이일 삼척화력발전소 조기착공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세종특별자치시 산업부 앞에서 갖고, 인허가 관련 서명이 담긴 결의문을 정부부처에 전달했다. [사진=연합]

◇ "탄소중립, 현실적으로 어려워...구체적 대책도 없어"

한편 문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이 관계부처, 공기업과의 협의없이 청와대에서 단독으로 선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탄소중립은 선언했는데 산업부나 환경부로부터 구체적 실행방안이나 세부내용에 대해 전달된 게 전혀 없다"며 "당연히 발전사 차원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계획도 마련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당선과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의 탄소중립 선언에 맞춰 급하게 따라가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여당에서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그린 뉴딜 정책을 보면 ‘넷제로’(탄소중립)가 나오는데, 실제로 2050년까지 넷제로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를 배출하는 석탄 발전까지는 대체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원전은 탄소가 배출 안 되지 않나. 우리는 원전 발전 설비도 엄청 많은 나라다. 탈원전 네이밍(명칭) 자체도 너무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그냥 에너지 전환"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탈석탄 선언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건설 중인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기존 투자를 어떻게 중단하고 회수할지 구체적 이행 계획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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