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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게임장인’의 꿈…‘명품 게임’ 위해 수년간 깎고 또 깎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1.10 14:48
넥슨 정상원 부사장

▲넥슨 정상원 부사장. (사진=넥슨)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회사엔 미안하지만 사전예약에 사람이 얼마나 모였는지, 매출 순위가 어느 정도 될지엔 관심이 없다."(넥슨 정상원 부사장, ‘야생의땅:듀랑고’ 미디어간담회)

‘게임 맏형’ 넥슨이 신년벽두부터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2018년을 여는 첫 달인 1월부터 수년간 준비해 왔던 온라인·모바일 타이틀들을 연이어 선보인다.

특히 이중에는 우리가 교과서 등을 통해 배웠던 ‘기업의 최대목표=이윤추구’란 공식을 깨는 다소 실험적인 게임들도 포함돼 있다.

독창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 자체 개발작은 물론 퍼블리싱 타이틀에도 수년의 담금질을 거듭하며 적잖은 공을 들였다. 올 한 해 다작(多作)을 준비 중이지만 타이틀 면면을 살펴봐도 허투루 준비 중인 게임이 보이지 않는다.

또 모바일게임 뿐 아니라 최근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PC온라인게임도 준비하는 등 무술년 게임시장 기선을 잡기 위한 넥슨의 1월은 분주하기만 하다.

◇ 돈 보다 도전…5년 만에 나오는 ‘듀랑고’

‘몰라도 괜찮아. 지금부터 알려줄게. #이거 무슨 겜?’

넥슨이 오는 25일 ‘야생의땅:듀랑고’의 출시를 앞두고 색다른 시도에 나섰다.

게임 론칭을 앞둔 게임사들이 이용자들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식카페’를 오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야생의땅:듀랑고’는 ‘듀랑고 아카이브’라는 명칭의 큐레이팅 사이트를 선보였다.

높은 자유도를 자랑하는 오픈월드(샌드박스) 방식으로 만들어진 ‘듀랑고’의 이해도를 높이고, 또 게임의 재미를 보다 깊히 전달하고자 하는 게 ‘듀랑고 아카이브’의 목표다.

‘듀랑고’와 같은 오픈월드 게임의 재미는 맵을 탐험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즐기는 데에 있다.

퀘스트(임무)가 있긴 하지만 이는 부가적인 요소일 뿐 메인 콘텐츠는 아니다. 때문에 오픈월드 방식의 게임을 처음 접하는 이용자라면 게임에 접속해도 뭘 하고 놀아야 하는 지 막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넥슨은 SNS, 동영상 플랫폼, 개인방송채널, 인터넷 커뮤니티 등 다양한 플랫폼과 채널로 퍼져 있는 수 많은 콘텐츠 중 ‘야생의 땅: 듀랑고’와 관련한 정보성 콘텐츠를 엄선해 제공한다.

또 이와 함께 자체적으로 제작한 정보도 ‘듀랑고 아카이브’ 페이지에 게재, 이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방법대로 놀이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끔 돕는다. 기존의 정보를 ‘뿌리는’ 형태의 공식카페를 지양하고, 소통 기반의 아카이브를 만든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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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야생의땅:듀랑고’. (사진=넥슨)

사실 넥슨에게 있어 ‘듀랑고’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남들과 똑같은 게임을 만들어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에 개발을 시작했다. 이 게임 하나를 만드는 데에 무려 5년이 넘는 개발기간을 투입한 것만 봐도 넥슨의 진심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적인 가늠이 가능하다.

정상원 넥슨 부사장은 "‘듀랑고’는 경쟁이 콘텐츠가 되는 게임이 아니라 이용자간 협동과 탐험이 주요 콘텐츠"라며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올지엔 관심이 없다. 매출보단 이 게임을 통해 모바일게임 개발에 중요한 의미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이 게임 개발을 맡은 이은석 넥슨 디렉터도, 노정환 모바일사업본부 본부장도 "매출 때문에 게임의 수명을 해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단기적인 수익보다 전세계 시장에 넥슨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다.

수익모델(BM) 역시 △편의성 △시간단축 △외형치장 등 성장과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이 아닌 부가적인 부분들로 설정, 과금에 대한 부담도 확 줄였다는 점도 눈에 띈다.

넥슨의 올해 첫 자체 개발작 ‘야생의땅: 듀랑고’의 목표는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 시장에서 오랜 기간 동안 서비스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 ‘완성도 높이자’ 오랜 시간 공 들여

‘듀랑고’와 같은 날 오픈하는 온라인 무협 MMORPG ‘천애명월도’도 넥슨이 3년간 공을 들여온 프로젝트다.

‘천애명월도’는 중국 텐센트 산하 스튜디오에서 만든 게임으로, 선출시된 중국에서 출시와 동시에 흥행돌풍을 일으킨 대작이다. 2015년 텐센트가 한국 퍼블리셔를 찾기 위해 방한했을 당시 국내 대형 게임사간 치열한 판권 경쟁이 벌어졌을 정도로, 이 게임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서도 매우 컸다.

특히 최종적으로 ‘천애명월도’의 한국 파트너로 넥슨이 선정되면서 중국 최대 게임기업 텐센트와 넥슨의 첫 협업이라는 점, 또 그간 한국에서 중국산 무협게임의 성공사례가 없었는데 이를 두 회사가 어떻게 풀어낼 지에도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넥슨은 지난 3년간 ‘천애명월도’를 한국 게이머의 정서에 맞게 많은 부분을 손질했다. 넥슨에서만 5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을 이 게임에 투입했다.

기본적으로 인터페이스(UI)와 아이콘을 바꾸고 게임의 색이나 채도 등을 바꿨다. 또 스토리가 중요한 작품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캐릭터간 대화나 퀘스트를 한국화하는 부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게 넥슨 측 설명이다. 이 외에도 한국 이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귀여운 느낌의 캐릭터도 넣은 것으로 전해진다.

넥슨의 대표게임 ‘던전앤파이터(던파)’ 감성을 담은 퍼블리싱 모바일게임 ‘열혈강호M’도 1월 출격을 준비중이다.

오는 11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이 게임은 ‘던파’ 초기 개발진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으로, 겉은 유명만화 ‘열혈강호’를 입고 있고 속에는 ‘던파’만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게임을 띄우기 위한 넥슨의 노력은 ‘열혈강호M’에서도 눈에 띈다.

원작 만화의 스토리를 게임 속에 충실히 재현한 것은 물론 게임 외적으로도 이용자들의 흥미를 돋구기 위해 웹툰방식으로 재창조된 스토리 툰을 별도로 제작했다.

또 만화책 속에 있던 원작을 2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 마니아들이 열광하던 원작 속 주인공 한비광과 담화린 등의 움직이는 모습도 볼 수 있도록 했다.

넥슨 관계자는 "1월 3종의 게임을 시작으로 올 한 해 보다 완성도 높은 하이퀄리티의 온라인, 모바일게임 라인업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라며 "안정적인, 그리고 균형 잡힌 게임 서비스 제공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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