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걍제신문 대구경북본부 윤성원 부국장
김천=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옛말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다. 남의 허물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허물부터 돌아보라는 뜻이다. 최근 행정사무감사 자료 제출을 둘러싸고 김천시의회와 공무원사회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오래된 속담이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김천시의회는 국민권익위원회의 2025년도 종합 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청렴체감도와 청렴노력도 역시 모두 5등급이었다. 이후 의회는 윤리 관련 조례·규칙을 손질하고 청렴도 개선 책을 내놨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관이다. 그런 기관이 청렴도 최하위 등급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면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시민 입장에서 묻고 싶은 것은 간단하다. 집행부의 잘못을 지적하기 전에 의회 스스로는 과거의 문제를 얼마나 철저하게 돌아봤느냐는 것이다. 5등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살피고, 제도를 고치고, 시민들에게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먼저다. 그런 상황에서 행정사무감사 자료 요구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
최근 김천시 공무원사회에서는 일부 자료 요구가 지나치게 광범위해 정상 업무에 부담을 준다고 반발했다. 실제 특정 업무와 관련해 10년 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는 논란이 나왔고, 수의계약 자료를 둘러싼 갈등은 이후 최근 5년 자료 요구 문제로 이어졌다. 반면 의회 측에서는 수의 계약이 특정 업체에 반복되거나 편 중 됐는지를 확인하려면 장기간의 자료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정사무감사는 지방의회에 부여된 핵심 권한이다. 다만 다른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 자료 요구 사례를 보면 최근 1~3년을 기본 범위로 정하거나, 별도 기준이 없을 경우 최근 3년 자료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요에 따라 그보다 긴 기간의 자료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10년처럼 장기간의 자료를 요구하려면 그에 걸맞은 구체적인 감사 목적과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야 한다. 그렇다면 쟁점은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왜 그 만큼의 자료가 필요한지, 요구 범위가 감사 목적에 맞게 설계됐느냐가 핵심이다. 10년 치 자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의회가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특정 업체에 대한 계약 편 중 여부를 장기간 추적해야 한다든지, 반복되는 예산 집행의 문제를 분석하기 위한 것이라면 시민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명확한 목적 없이 '일단 많이 내라'는 식이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료 한 줄을 요구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 한 줄을 만들기 위해 담당 공무원이 수백 건의 과거 문서를 다시 열어보고 분류하고, 개인정보를 가리고, 별도 통계를 새로 작성해야 할 수도 있다. 많이 요구한다고 좋은 감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자료를 정확하게 요구하고, 그 자료를 통해 무엇을 밝혀낼 것인 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은 감사다. 그렇다고 공무원 사회가 업무 부담 만을 이유로 정당한 감사 자료 제출까지 거부해서도 안 된다.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는 기획예산실과 시설관리공단 등 22개 부서·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해 시정 요구 86건, 건의 사항 132건 등 모두 218건의 감사 의견을 채택했다. 예산 이월과 집행 잔액, 보조 사업 성과 평가, 위원회 운영, 수의 계약 공정성, 이전 감사 지적 사항에 대한 사후 조치 등이 주요 감사 대상이었다. 이는 집행부에도 분명 돌아봐야 할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시민 입장에서 이번 갈등이 답답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회는 '정당한 감사 권'을 말하고 공무원 사회는 '과도한 자료 요구'를 말한다. 한쪽은 감시 권을, 다른 한쪽은 행정 부담을 내세운다. 그러나 시민이 보기에는 어느 쪽 주장이 더 크고 강하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행정이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느냐가 중요하다. 김천시의회가 218건을 지적했다면 앞으로 평가 받아야 할 것은 자료를 몇 상자 받았느냐, 몇 년 치를 제출받았느냐가 아니다. 218건 가운데 몇 건이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고, 예산 낭비가 얼마나 줄었으며, 수의계약의 공정성이 얼마나 높아졌느냐가 의정활동의 성적표가 돼야 한다.
청렴도 5등급이라는 과거의 성적표를 지우는 방법도 다르지 않다. 집행부를 더 세게 몰아붙이는 것으로 의회의 청렴성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들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자료 요구부터 예산 심의, 해외연수, 업무추진비, 이해충돌 문제까지 시민 앞에 더 투명하게 공개할 때 신뢰가 회복된다. 공무원사회도 마찬가지다. '업무가 많다'는 이유가 감사 회피의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 시민 세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하는 자료라면 적극적으로 제출하고 잘못이 확인되면 고쳐야 한다. 결국 해법은 힘겨루기가 아니다.
의회는 자료를 요구하기 전에 감사 목적과 필요성을 분명히 하고, 집행부는 자료 생산에 필요한 기간과 현실적인 범위를 제시하면 된다. 평소 행정사무감사 자료가 최근 수년 범위에서 작성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10년 치처럼 예외적으로 긴 기간을 요구할 때는 “왜 10년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부터 있어야 한다.5년으로 충분하다면 처음부터 5년을 요구하고, 더 긴 기간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와 조사 범위를 명확히 밝히면 된다. 자료 작성에 시간이 필요하면 제출 기한을 합리적으로 협의하면 된다.
의회와 집행부는 적이 아니다. 서로 견제해야 할 상대이지만 동시에 김천시민을 위해 함께 일해야 하는 지방 행정의 두 축이다. 시민이 의회에 원하는 것은 공무원을 얼마나 세게 몰아붙였는지가 아니다. 공무원에게 원하는 것도 의회의 요구를 얼마나 잘 막아냈는지가 아니다. 시민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고,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아 더 나은 행정으로 돌려주는 것이 목적이다. 남을 나무라기 전에 자신의 옷에 무엇이 묻어 있는지 먼저 살피는 것. 김천시의회도, 집행부도 이 오래된 속담을 한번 쯤 되새겨볼 때다. 견제에는 절제가 필요하고,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서로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잘못은 고치고 필요한 부분은 협력하는 것. 결국 절제와 화합만이 의회와 집행부가 함께 살고, 무엇보다 시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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