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 안내문이 붙어 있는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의 한 매장.사진=연합뉴스
올해 2분기 늘어난 가계소득에 비해 실질 소비지출은 0.4% 증가에 그쳤다. 가계의 소득 여건 개선이 미미한데다 고물가에 씀씀이를 줄여 지갑을 닫은 영향이다. 그나마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정부 지원 덕에 가계소득이 늘었고, 벌어서 생긴 근로소득은 사실상 제자리였다.
27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3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3.4% 증가했다.
반면, 물가를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을 보면 불과 0.4% 증가했다. 올해 1분기 3.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다시 줄어들었다.
가계가 물가 부담에 술·담배를 줄이고, 여행 등 이동과 외식 등도 자제하며 허리띠를 졸라맨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표로 보면 교통·운송(-10.1%), 주류·담배(-2.5%) 등에서 소비지출이 줄었다. 음식·숙박(0.8%), 식료품·비주류음료(1.5%) 등도 소폭 증가에 그쳤다.
2분기 들어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1.9% 늘어났다. 금리 상승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등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서다.
항목별로 보면 이자비용(12.1%), 사회보험(5.6%)에서 지출 증가 폭이 컸다.
2분기 가계소득은 늘었어도 중동전쟁에 따른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정부 정책에 힘입은 일시적 효과로 분석됐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9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4.5% 증가했다. 다만, 실질소득은 1.5% 증가에 그쳤다.
이자, 배당금 등 재산소득이 21.3%, 공적연금과 정부 지원금 등을 포함한 이전소득이 20.4% 등으로 크게 늘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정부 지원책이 전체 소득 증가세를 견인한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근로소득은 321만8000원으로 0.8% 증가에 그쳤다. 최근 일자리 감소, 임금 상승률 정체 등으로 일해서 버는 소득은 빠듯한 상황이다.
박순옥 데이터처 가계수지동향과장은 “2분기 대기업 등 사업체의 임금 상승률이 낮았고, 공적 이전소득의 높은 증가가 전체 가계소득이 늘어나는데 영향을 준 것"이라며 “소비도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따라 가정용품 등 생필품 위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2026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자료=국가데이터처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가구당 월평균 423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30만2000원으로 9.6% 늘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평균 소비성향은 69.2%로 전년대비 1.2%포인트(p) 하락했다.
다만, 평균소비성향 하락은 소비를 덜한 것이라기보다 소득 증가 영향으로 분석됐다.
박 과장은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0%로 높아 실질 소비지출에 영향을 준 것"이라며 “소비 위축보다 소득이 많이 증가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분배지표는 개선됐지만 이 또한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정부 지원책 영향이 컸다.
2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97배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7년 이후 가장 낮았다.
5분위 배율은 가구원 수를 고려한 소득 상위 20%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격차가 줄어들수록 수치가 낮아진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상위 20%인 5분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는데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으로 공적 이전소득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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