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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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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에 바라본 ‘적산가옥’…철거에서 보존으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3.01 06:00

일제 시대 항구도시·행정중심지에 형성된 일본식 가옥
카페로 변신한 적산가옥…역사를 기억하는 현대적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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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신흥동의 일본식 가옥(히로쓰 가옥).국가유산포털

'적의 재산'이라는 뜻을 가진 적산가옥. 1945년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집이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주거양식을 그대로 가져와 지은 일제의 잔재다.


적산가옥은 일본인들의 거류지가 형성됐던 항구도시(군산·목표·부산·포항)와 행정중심지였던 서울(용산·후암)에 주로 남아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군산에 있는 '히로쓰 가옥'이다. 히로쓰는 군산의 재력가였다. 일제강점기 항구도시 군산은 조선 쌀 반출량의 25%를 일본으로 실어내는 곳이었다. 조선총독부와 조선은행이 조선 거주 일본인에게 전폭적인 금융지원을 해줬기 때문에 그는 넓은 농토를 사들일 기회가 열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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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신흥동의 일본식 가옥(히로쓰 가옥)의 복도. 국가유산포털

이 가옥은 일본식 주거 양식에 서양식 응접실과 한국식 온돌을 결합해 지었다. 양쪽 방 사이에 있는 복도를 중심으로 응접실과 방, 부엌을 연결하고, 내부 계단을 통해 2층 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2층에는 일식 다다미방과 도코노마(장식공간) 등이 있어 일본 지주의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다. 이런 구조를 가진 2층 본채와 본채와 비스듬히 붙은 1층 객실채, 뒷마당으로는 별채가 더 있다.


히로쓰 가옥은 현재 국가 등록 문화유산이다. 과거사 청산을 이유로 철거되는 경우도 많았으나 현재까지 남은 적산가옥들은 근대 건축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보존되고 있다.


한편, 2024년에는 서울시가 서울 우수한옥에 적산가옥을 포함시켜 논란이 있었다. 논란의 중심이었던 '향양제'는 일제강점기 조적 건물과 한옥이 결합된 형태였다. 도로에 맞닿은 외부는 적산가옥의 형태를 띠는 일제식 2층 가옥이었으나 한옥식 대문과 한옥 형태의 건축물이 안쪽에 자리했다.


적산가옥은 우리 주거 문화와 뒤섞이며 철거의 대상에서 시간이 지나 보존의 대상이 됐다. 보존을 통해 일제강점기 역사를 환기하면서도 공간을 새롭게 정의하려는 시도도 보인다. 낡은 가옥의 외형을 살리되 내부를 리모델링해 카페나 갤러리로 활용하는 것이다.




인천 중구에 있는 카페 '팟알'은 근대 일본 점포겸용주택 마치야 양식의 건물을 그대로 보존·활용한 사례다. 일제강점기 이곳은 일본인이 운영하는 하역회사였다. 1층에는 사무실이, 2·3층 다다미방에서는 제물포 항으로 들어오는 배를 기다리는 조선인 뱃사람들이 숙식을 했다.


일제 시대 대표적인 식민 지배의 흔적이었던 적산가옥은 점차 복원을 통해 역사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해방된지 80여년이 흐른 2026년 오늘날 사람들이 적산가옥 카페에서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은 식민 역사를 능동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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