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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코노미] 李 대통령發 상속세 인하 ‘잰걸음’…野 “선거용” 경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28 10:22

<“3>최근 빠른 추진 지시에 정부·여당 세법 개정 작업 박차

올해 내 국회에서 처리될 듯, 野 뚜렷한 반대 안 하지만 “지방선거 불리” 우려

6·3 조기 대선으로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정책·공약 실현이 본격화하고 있다. '잼코노미'는 '잼(이재명 대통령의 별칭)'과 'Economy(경제)'를 합친 말이다. 이 대통령이 언급하거나 이슈화한 경제 현안을 중심으로 주요 정책과 시장 변화를 분석한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배우자 상속 공제 한도를 현행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늘리는 세제 개편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대선 당시 공약을 재확인한 것으로, 상속세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여당은 물론 야당 내에서도 뚜렷한 반대가 없어 걸림돌은 없다. 다만 야당 일각에서 “왜 하필이면 서울 집값의 평균 가격인 18억원이 기준이냐"며 지방선거용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상속·증여세에 관한 질문을 받고 “서울 집값은 크게 올랐는데 공제 기준은 오래전 기준 그대로"라며 “가족이 사망한 뒤 상속세를 못 내 집을 팔고 떠나게 하는 건 너무 잔인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평균 집값 한 채 정도 가격이 넘지 않는 선에서는 (상속을 받더라도 살던) 집에서 계속 살 수 있게 해주자"면서 배석했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에게 “상속세법을 고쳐야 하는데 이번에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하자"고 못 박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에도 “세금 때문에 집을 팔지 않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년 만에 최대치 기록한 서울 아파트 거래량

▲사진은 1일 오전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상속세 논란은 최근 10년새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평균 10억여원 이상으로 폭등하면서 본격화됐다. 과거에는 부자 중의 부자들만 내던 상속세를 이제는 서울에 집 한 채 가진 평범한 중산층도 낼 수 있다는 우려가 퍼졌기 때문이다. 현행 상속세법은 기초공제 2억원과 자녀 1인당 5000만원을 합산한 금액, 또는 일괄공제 5억원 중 큰 금액을 우선 공제하고 배우자 공제 5억원을 별도로 적용한다. 다만 자녀 공제액이 크지 않아 '일괄공제 5억+배우자 공제 5억'으로 사실상 총 10억원이 상한처럼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이미 1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8월엔 14억원을 웃돌았다. 집값이 치솟으면서, 소득이 크지 않더라도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해도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상황이 됐다. 실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과세 대상자는 2만1193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4.1%에 달한다. 2000년 1400여 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은 상속세 제도가 집값 급등세를 따라가지 못한 데에서 비롯됐다. 특히 1996년 도입된 상속세 공제 제도는 이후 28년 동안 자산 가격 상승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공제액의 실질 가치를 크게 떨어뜨렸다. 당시 부동산뱅크가 발표한 아파트 시세를 보면,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35평은 2억3000만 원, 43평은 3억원,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은 1억7500만원, 34평은 2억원 수준이었다. 당시에는 이들 아파트를 상속받더라도 다른 재산이 없다면 일괄공제로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이 가능했다.




이 대통령의 당시 발언 이후 여권은 상속·증여세 개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관례대로라면 기획재정부 세법개정안이 제출된 뒤 11월 조세소위에서 심사되고, 예산안과 함께 12월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이 가능하다. 상속세는 사망일을 기준으로 적용되므로, 법 개정 이후 발생한 상속부터 확대 공제가 반영된다.


이미 국회에는 상속·증여세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의원 시절 일괄공제를 8억 원, 배우자 공제를 10억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배우자 공제 18억 원' 방침이 반영될 경우,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받을 수 있는 총 공제가 18억 원까지 확대되는 구조가 유력하다.


◇ “한강벨트 표심 노렸나"…상속세 면제 왜 하필 18억원?

다만 배우자 공제를 18억원으로 못 박은 배경을 두고 해석은 엇갈린다. 단순히 기존 10억원을 물가·집값 상승에 맞춰 조정한 수준이 아니라, 서울 아파트 평균가와 맞춘 정치적 고려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여권 내부에서는 이번 공제 확대가 수도권 중산층 민심, 그중에서도 이른바 '한강벨트' 표심을 겨냥한 조치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양천·영등포·마포·용산·동작·성동·광진구 등은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아 상속세 체감도가 큰 지역으로, 최근 선거에서 표심이 크게 요동친 곳이다.


한편 세수 감소가 불가피해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이번 공제 확대만으로도 향후 5년간 약 3조843억원(연평균 6169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배우자 공제까지 확대되면 감소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여당이 상속세 공제 확대에 한목소리를 내고, 국민의힘도 뚜렷한 반대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신중론이 나온다. 공개 입장은 아끼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편안이 수도권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한 관계자는 “상속세 부담 완화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시기적으로는 선거용 전략 카드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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