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전공의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03 11:11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제22대 총선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이슈 중 하나가 의대정원 확대를 둘러싼 전공의 파업으로 시작된 의료대란이다. 이미 6주를 넘어선 전공의 파업으로 대형병원들은 최소 기능만 운영하고 있고, 수술이 미뤄지고 응급환자들을 받지 못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방에서는 진료 자체를 받기 어렵고 수술을 받으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공공의료기관들은 의사를 구하지 못해 개점휴업 상태가 되기 일쑤고, 환자들은 서울이나 지방 대도시의 거점병원으로 몰려들었다. 덩달아 환자 가족들도 병원 근처에 머물며 환자들 돌보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불합리한 건강보험 수가체계로 인해 필수 의료분야를 전공한 의사들은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도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없으니 점차 필수분야 전공자의 수도 줄어들어 수술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오랫동안 묶여있던 의대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반겼고, 필자 주변의 의사 친구들도 증원이 필요하다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여론조사에서도 70% 정도가 의대정원 확대에 지지한다는 결과가 꾸준히 나왔다. 문제는 증원 규모와 방법, 그리고 의료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었다. 그리고 알다시피 의대 정원을 10년 동안 연 2000명씩 늘리겠다는 정책이 발표되었다.


정책은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을 상정하고 현재를 바꾸어 가는 일이다. 오랫동안 나름대로 이해관계의 균형이 이루어진 상태가 정책을 통해 깨지게 되니 이해관계자의 반발은 당연하다. 변화를 통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그 변화를 원하지만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문제는 그동안 누려오던 이익을 빼앗기게 되는 사람들의 반대의 강도가 새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보다 훨씬 크다는데 있다. 또 의대 증원의 편익은 국민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는데 반해 손해는 의사 집단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니 의사들, 그 중에서도 이제 막 의료인으로 출발해 평생을 의사로 살아가야 할 사람들과 예비 의료인들, 즉 의과대학생들의 반발이 훨씬 더 큰 것이다.




지난 1일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있기 전까지 대다수 국민은 왜 하필 꼭 2000명이어야 하는지에 의문이 있었다. 의대 증원의 핵심은 증원 규모, 즉 숫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필수의료 분야와 지방에 의사들이 가도록 만들 수 있느냐였다. 의사들이 지방에 가지 않는 이유는 도시에서 일하는 것보다 경제적 보상이 적고 자식을 기르고 문화생활을 하는데 불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필수분야에서 겪어야 할 고생에 비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거기에 의료수요가 급증하는데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문제니 결국 의료개혁은 의대 증원보다 현재의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개선하고 전공의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앞세웠어야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다른 요소들은 거의 잊혀지고 의대 증원만 전면에 나타났고, 이해당사자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반발이 커진 것이다.


정부의 정책추진 과정이 어설펐다고 그 정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더욱이 1일 대통령 담화를 통해 알려진 것을 보면 정부가 실제로는 부단히 의견을 요청했지만 의료계가 이를 외면해 왔다. 대통령 담화 이후에도 의사협회는 '입장이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는 오만함을 보였고, 전공의들도 의대 증원 백지화 전에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한다. 국민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밥그릇만 챙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만천하에 선포한 것이다.


이제 국민도 알게 되었다. 정부의 정책추진 과정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대국민 소통과정이 미흡해 정부가 일해 온 과정이 잘 알려지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의료인들의 고집스런 태도가 국민과 상관없이 자신의 밥그릇 챙기기에서 비롯되었고, 오로지 의대정원을 현 상태로 묶어두거나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난 6주간 전공의 파업에도 병상을 지킨 의료인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도 지금 오로지 밥그릇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일부 의사들과 전공의, 예비 의료인들에게 강력히 경고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의사가 되어도 결코 그 인생이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도 숫자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데 가장 좋은 대안인가를 확인하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과 함께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유념해 의사에게 부여된 '신성한 의무인가'를 다시 헤아려보기를 바란다. 국민을 떠나 자신의 돈벌이만 생각하는 의사들에게 내 몸을 맡기고 목숨을 구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