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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칼럼] 총선 판 뒤흔들 가짜뉴스·여론조작 그리고 사이버 심리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27 08:47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이상호교수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러·우크라이나 전쟁과 이·팔 전쟁을 계기로 사이버 심리전의 중요성과 파괴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과 과시를 통해 국민 저항 의지 강화와 국제사회 지원 확보를 위해 언론, 소셜미디어 등 각종 매체에 가짜뉴스를 배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초토화 작전의 정당함을 확보하기 위해 아기 참수와 살해, 인질 강간 등 자국의 피해를 부각하는 여론전을 펴고 있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병원을 폭격당하고 무고한 어린이들이 죽어 나간다고 선전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을 유도한다.

세계 많은 나라나 정치 집단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가짜뉴스, 온라인상 기만행위를 동원해 선전·선동에 나서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서로 충돌하거나 반목하는 세력이 각종 매체와 인터넷을 장악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고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력은 매우 적은 노력으로 많은 성과를 달성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되었다.

이런 양상은 인공지능 등 관련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발전했다. 이는 아주 고도화된 사이버 심리전의 일종으로 사람의 현실 감각 마비를 노리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작전을 ‘인지(cognitive)전’이라고도 부른다. 허위사실 유포, 불안감 조성, 여론 조작 등 사람들의 마음과 인식을 공격하여 저항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게 전쟁과 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손자병법에 나온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이다"라는 명구와 부합한다.

사이버 심리전은 전쟁이나 위기 상황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이용된다. 위기 때는 대중이 가짜뉴스에 경계심을 가지게 되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사이버 심리전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경계심이 면역증강제가 되는 것이다. 반면 평상시에 은밀하게 진행되는 사이버 심리전은 당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더라도 잠재적으로는 매우 파괴적인 조용한 위협이다. 특히 가짜뉴스 확산을 통한 대중의 인지 왜곡과 잠재적 피해의식 조성은 공격 대상 국가 국민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극단적인 피해를 초래한다.

북한과 중국은 한국을 대상으로 사이버 심리전을 지속적으로 펼친다. 북한은 김정은 건강 이상설, 사망설 등의 가짜뉴스를 정기적으로 생산해 한국 관계자들에 혼란을 초래하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북한 내 배신자 색출과 처단에 활용한다. 또 가짜뉴스 확산을 통해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등의 한국의 비극적 경험을 반정부 세력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중국의 사이버 심리전은 더 파괴적이다. 중국의 가짜뉴스 확산 목표는 대국민 선동과 국론 분열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가짜뉴스를 대량 생산해 한국의 여론을 조작한 이유는 단지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는 것만 아니었다. 중국은 한국을 철저히 굴복시키고 세뇌하여 앞으로 중국에 반항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심리전을 폈다. 그러나 이런 중국의 헛된 시도는 한국인의 반중 감정이라는 역효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중국의 한국에 대한 여론 조작과 국론 분열 조장 시도는 확대일로다. 지난 13일에는 국가정보원이 중국이 한국 언론사를 위장한 웹사이트 38개를 개설, 운영해 왔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이들 업체 언론사명 및 도메인을 실제 지역 언론사와 유사하게 제작하고 국내 언론사 기사를 무단으로 게재했다. 또 해당 사이트들과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인 뉴스와이어를 활용해 ‘중국 정부의 코로나 공조 성과’, ‘한국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 득보다 실이 많다’ 등의 가짜 뉴스를 배포해 한국민의 친 중국화 및 반미· 반자유민주주의 성향의 국민을 세뇌하는 데 활용했다.

자유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한국은 선전·선동에 취약하다. 정치권도 가짜뉴스를 일상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국민이 뭐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북한과 중국은 선전·선동과 심리전으로 한국 사회의 국론분열과 상호 반목을 조성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그들은 이것이 이미 좌우 정쟁으로 두 동강 난 한국 정치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효과적인 도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2021년 한국 4월 총선에서 중국 댓글부대가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해소되지 않았다. 이는 가장 대표적인 중국의 사이버 심리전 활동이다. 한국의 정당들은 2024년 총선의 승리를 위해 명운을 건 투쟁을 시작했다. 이제 가짜뉴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정당의 정치활동이 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 등 외부 세력이 개입하면 총선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총선의 공정한 진행을 위해 국내외적으로 가짜뉴스와 사이버 심리전, 여론조작이라는 삼각파도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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