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날 밤 정찰위성 3차 발사 감행…재발사 실패한 지 89일만
조선중앙통신 "궤도에 정확히 진입…빠른 기간 내 수개 추가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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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조선중앙통신이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한 22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종환 기자] 정부는 22일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에 따른 대응 조치로 ‘9·19 남북 군사합의’에서 대북 정찰 능력을 제한하는 조항의 효력을 정지했다.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임시 국무회의에서 5년만에 9·19 군사합의 효력의 일부를 정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안’을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대상은 제1조 3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이며 효력정지 기한은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이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에 대해 "우리 국가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이자 최소한의 방어 조치이며 우리 법에 따른 지극히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북한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9·19 군사합의를 준수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군사 정찰 위성을 발사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 위반이자,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직접적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전날 밤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감행하자 우리 시간 이날 새벽 영국 현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했다.
NSC 상임위는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을 정지한다는 방침을 정했으며 이를 이행하기 위해 오전에 임시 국무회의가 개최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NSC 상임위 주재 자리에서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 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 향상에 그 목적이 있으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실행에 옮기는 조치"라고 지적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오늘 NSC 상임위에서 논의된 대로 적법 절차에 따른 대응 조치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NSC 상임위는 이날 별도 입장문을 통해 "9·19 군사합의의 제약으로 우리의 접경지역 안보태세는 더욱 취약해졌다"며 "정부는 9·19 군사합의 제1조 3항에 대한 효력 정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에 시행하던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대북 정찰·감시활동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1조 3항은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모든 기종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기구(氣球)는 MDL로부터 25㎞ 이내 지역에서 띄우지 못하도록 했다. 군사합의서에 명기된 ‘기구’는 군사적 목적의 정찰 도구를 지칭한다.
NSC 상임위는 "이번 조치는 우리 군의 대북 위협 표적 식별 능력과 대응태세를 크게 강화할 것"이라며 "연평도·백령도 등 서해 5도 주민의 안전, 그리고 5000만명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지속적인 9·19 군사합의 위반과 핵·미사일 위협, 각종 도발에 대해 우리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9·19 합의서의 비행금지구역 조항이 효력 정지되면서 우리 군의 MDL 일대 대북정찰 작전이 정상화된다. 주한미군이 운용 중인 가드레일(RC-12X), 크레이지호크(EO-5C) 등 정찰자산도 MDL 일대 비행이 가능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단, 사단급 UAV가 비행금지구역 때문에 뒤로 나와서 작전을 수행해야 했고, 이에 따른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 차폐 지역들이 있었다"며 "앞으로 이들 무인기가 전진하여 운영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지난 2018년 체결된 9·19 군사합의에서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고 완충구역을 설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미의 항공기를 활용한 감시·정찰 능력이 북한보다 월등하다 보니 한국에 훨씬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북한의 잦은 도발로 군을 중심으로 9·19 군사합의의 효력정지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는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북한에 통보하는 절차로 가능하다
한 총리는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효력의 일부를 정지하고자 한다"며 "과거 시행하던 군사분계선 일대의 대북 정찰·감시 활동이 즉각 재개돼 대북 위협 표적 식별 능력과 대응 태세가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이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한반도 근해에서 미국 항공모함이 참여하는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연합훈련은 25일, 한미일 연합훈련은 26일 실시될 예정이고 이번 한미일 해상 훈련에는 부산항에 정박 중인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호’와 한국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의 함정이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전날 밤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감행했다. 지난 8월 24일 재발사에 실패한 지 89일 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에서 발사를 참관했다고 전하며 "앞으로 빠른 기간 내에 수개의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할 계획을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 제출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axkj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