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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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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경 초대석]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ARS조사가 비과학적? 그럼 왜 우리 조사보다 오차 큰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05 13:37

"ARS조사, 정확성·신속성·경제성 뛰어난 편…美서도 폭넓게 쓰여"



"방식에 ‘절대 善’ 없어…거짓응답·사각지대 등 포함오차 줄여야"



"우리가 정치 편향적이라고? 그리 말하는 사람들이 정치 편향적"



"미래 통일한국 넘어 아시아까지 진출해 ‘K-poll’ 바람 일으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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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지난달 25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도 확인됐듯 ARS(자동응답서비스) 조사의 정확성·신속성·경제성은 뛰어난 편입니다. 미국서도 폭 넓게 쓰이는 방식으로 유용한 도구입니다. ARS가 비과학적이라고 하는 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왜 선거조사에서 ARS 조사하는 우리보다 오차가 더 큰 지 설명해야 합니다."

정치분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지난달 25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ARS·전화면접 중 뭐가 과학적이냐 논란보다 각 조사 방식 특징에 맞춰 오차를 줄이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선거여론조사에서 조사방식을 전화면접 중심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조사협회가 최근 ARS 방식을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하며 선거여론조사에서 ARS를 배제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반박한 것이다.

이택수 대표는 이어 "한국조사협회는 이번 뿐만 아니라 지난 2014년에도 ARS조사 배제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안다"며 "갈수록 조사 응답률이 떨어지는데, 자신들도 전화응답의 경우 응답률이 10% 기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약속한대로 실제 조사 결과 공표보도를 안 하는지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일각에서 리얼미터에 대해 정치 편향적이라고 지적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정치 편향적이라고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정치 편향적"이라며 "여론조사기관의 정치 편향성에 대한 서울대 평가에서 가장 중립적인 것으로 2회 연속 발표되었고, 오히려 그렇게 주장하는 회사들이 더 편향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특히 "동일 조사 방식으로 한 결과를 놓고 자기 진영에 유리하게 나오면 가만 있다가 불리하게 나오면 편향적이라고 한다"며 "결과가 안 좋으면 그 결과를 수용하고 대책을 세우기보다 오히려 조사 방식을 편의적으로 해석하고 문제 삼는데 바로 그런 게 정치 후진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택수 대표는 현재는 한국정치조사협회 회장과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집행위원도 맡고 있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위원과 서울특별시의회 정책위원회 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이택수 대표는 지난 2005년 리얼미터를 설립했다. 리얼미터는 국내 최초로 주간 정례조사 방식의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20년 가까이 매주 ARS 기반의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와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발표한다. 이는 민심 동향을 살필 수 있는 핵심 지표로 자리매김해 대통령의 국정수행과 정당 운영에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택수 대표와 일문일답.


◇ "리얼미터 신뢰성, 질문순서·조사방식·시간대 분포 등으로 포함오차 줄이기"


- 리얼미터 여론조사의 특징과 신뢰성에 대해 설명해달라.

▲ 신뢰도·정확도가 높고 중립적인 기관이라고 자신한다. 지난 2012년과 2017년 대선 때 서울대에서 여론조사 기관 30∼40 곳을 대상으로 편향성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결과에서 리얼미터가 가장 중앙점에 놓여 있었다. 2012·2017·2022년 대선 예측 조사에서도 정확하게 오차 범위 내에서 예측을 했다. 즉 최근 10년간 당선자 예측을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 리얼미터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조사 방식의 다양성과 질문 배치의 노하우다. ARS는 실제 투표를 할 응답자들이 응답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전화면접조사의 경우 투표를 하지 않을 응답자도 참여를 하다 보니 부동층이 많아지고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질문 배치의 경우 리얼미터는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는 문항을 먼저 물어본다. 작은 차이일 지 모르겠지만 선거 예측 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을 먼저 하는 경우 결과적으로 부동층이 많이 나오는 경향이, 정당 지지에 대한 질문을 먼저 하는 경우 솔직하게 답변하는 경향이 있다.


- 리얼미터 여론조사의 공정성, 객관성, 신뢰성 확보 방안은 무엇인가.

▲ 앞의 답변과 이어지는 내용이겠다. 문항 순서를 정하고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 특정 계층에 응답이 몰리지 않기 위해 조사 요일과 시간대, 조사 방식을 다양하게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선거를 여러 번 치르면서 우리가 진행한 여론 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가 맞는지, 얼마나 근접했는지 등을 보면서 개선해나가야 한다. 투표권이 전국민에게 부여되는 만큼 그에 따라 여론을 수용하려면 다양한 직업군과 계층의 의견을 최대한 포함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포함오차라는 오류가 있는 건 여론조사의 공정성, 객관성,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에 맞지 않는다. 표본오차는 확률 표본추출을 전제로 하고 모집단 구성원 중 표본으로 선정되는 대상, 즉 선거에서는 모든 유권자들을 동일한 확률로 표본 대상자로 추출해야 한다. 알뜰폰 사용자와 유선만 이용하는 유권자들이 동일한 확률은 커녕 표본에서 원천배제되는 경우 이를 포함오차(Coverage Error)라고 한다.


- 구체적인 경험과 사례를 설명해달라.

▲ 여러 번 경험을 하면서 국정운영 평가에 대한 조사의 경우 질문의 순서가 크게 상관없지만 선거 예측 조사의 경우에는 정당 지지에 대한 질문을 먼저 물어봐야 실제 결과와 가깝게 조사가 진행된다는 걸 파악했다. 조사 시간대의 경우 또 아침 시간대에 몰아서 하면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는 답변이 높고 반대로 저녁 시간대에 몰아서 하면 진보 정당을 지지한다는 답변이 높다. 이런 경향은 미국에서도 나타났던 부분이다. 그래서 조사 시간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고르게 진행하고 있다. 무슨 요일에 하는 지도 조사 결과에 영향을 끼친다. 조사 시간대와 요일이 중요한 이유는 직업군과도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샐러리맨 응답자들의 답변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조사 방식을 다양하게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유선전화 방식을 유지하는 이유는 시골에 계신 어르신들 가운데 유선전화만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지금 휴대전화 가상번호(통신 3사로부터 제공받는 안심번호)를 사용해서 진행하는 여론조사의 사각지대는 알뜰폰과 유선전화 사용자들이다. 알뜰폰 사용자가 1000만명 정도 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안심번호를 이용한 조사에서는 알뜰폰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알뜰폰 사용자에는 저소득층, 노년층, 학생층 등 비용을 아끼려는 특정 계층이 몰려 있을 수 있는데 이들의 여론이 배제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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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지난달 25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 "응답률, 조사결과 신뢰 가를 능사 아냐…정확성 높이는 게 중요"


- 한국조사협회는 ARS 조사에 대해 "과학적이지 않다" "응답률이 낮다"고 지적한다.

▲ ARS 조사에 대해 비과학적이라고 지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응답률이다. ARS 조사 응답률이 30% 미만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전화면접조사도 응답률이 10%대에 그친다. 오히려 응답률이 10%도 나오지 않는 상황도 많다. 한국조사협회가 응답률이 10% 미만일 경우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기준이 △안심번호 조사방식 10% △RDD(전화번호 임의걸기) 7%의 응답률이다.


- 응답률이 뜻하는 의미가 무엇인가.

▲ 응답률이 낮아지면 응답한 사람과 응답하지 않는 범위의 의견차가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거다. 응답률에 따라 조사 결과가 실제 결과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지금 ARS나 전화면접조사나 상관없이 문항 순서를 지키고 부동층을 많이 남기지 않으면서 제대로만 조사한다면 조사 혹은 실제 결과와 응답률이 크게 상관없다. 조사 결과가 실제 결과와 근접했음에도 단순히 응답률이 낮다는 이유로 그 조사 방식의 정확성을 외면해선 안된다. 하지만 응답률이 낮으면서 조사 결과까지 실제와 다르다면 다른 조사 방식을 발굴해야 한다.


- 미국의 경우 조사 결과 발표 시 응답률을 반드시 표기하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 실제 미국 여론조사협회에서는 응답률이 높다고 신뢰할 수 있다고 장담하거나 응답률이 낮다고 신뢰하기 어렵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응답률을 의무로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에서는 필터링을 거친 뒤 조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즉 실제 투표를 할 사람 1000명한테만 응답을 받는 셈이다. 응답률이 똑같이 적더라도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까지 1000명을 조사한 결과와 실제 투표를 할 1000명만 조사한 결과는 당연히 정확도 측면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 국회에서 정치·선거 여론조사를 규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입법이 이뤄지면 여론조사 시장이 크게 정비될 것 같다.

▲ 지금까지 선거여론조사 관련 기준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상당부분 합리적으로 개선돼 왔다. 국회의원 일부가 응답률 기준을 30%로 정하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말자고 하는데 지금까지 통과된 사례가 없고 통과될 가능성도 없다.


- 왜 앞으로도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지.

▲ 미국의 경우에도 여론조사 응답률이 이미 5% 미만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도 전화면접조사 기준으로 응답률 10%선이 조만간 붕괴될 것이다. 지금의 조사 방식이 선거 결과와 다르게 나타난다면 과거 우편조사가 도태되고 전화조사가 도입됐던 것처럼 다른 조사 방식이 도입될 것이다. 가령 모바일웹조사 등으로 시대 흐름에 따라 조사 방식도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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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지난달 25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 "조사방식에 ‘절대 선(善)’ 없어…거짓응답·사각지대 줄여야"


- 국내 여론조사기관 34곳을 회원사로 둔 한국조사협회가 최근 정치·선거 여론자사 때 ARS 조사방식을 없애기로 했다. ARS는 한국조사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리얼미터가 대표적으로 채택한 조사방식인데 앞으로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다. 2007년에도, 2014년에도 ARS 방식을 쓰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 상당수의 후보들이 ARS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경험적으로 가장 정확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정확도를 경험해 본 후보들은 ARS 조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이용률도 높아졌다. 실제 소비자들도 ARS 방식을 많이 찾고 있다. 소비자들도 역시 정확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개인 후보들의 경우에도 70~80% 정도는 전화 면접보다 ARS를 사용한다고 알고 있다.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현역 국회의원들이 전화면접조사를 매번 진행할 수는 없다. 비용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같은 1000명을 조사한다고 했을 경우 ARS는 400만~500만원인 반면 전화면접조사는 ARS 조사의 세 배 정도인 15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 한국조사협회는 ARS 조사에 대해 조사대상자의 지역, 성별, 연령대 등 정보가 함께 제공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와 달리 번호를 컴퓨터로 임의 추출해 만드는 RDD는 표본 크기에 맞춰 조사하기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대표 문제점으로 꼽기도 하지 않았나.

▲ 안심번호가 ‘절대 선(善)’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사각지대가 있고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우선 안심번호 방식으로 진행하는 조사에서는 알뜰폰이나 유선전화 사용자가 조사 대상에서 빠져버린다. 또 통신사 가입시 등록한 정보가 그대로 유지돼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이미 등록된 지역의 안심번호로 저장이 돼있다. 또 부모 명의로 자녀들이 쓰거나 자녀 명의로 부모들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다른 조사방법도 마찬가지지만 안심번호를 활용한 조사에서는 더욱이 유권자가 맞는지, 연령대는 어떻게 되는지, 거주하는 곳이 어느 권역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즉 안심번호 방식은 포함오차 면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RDD와 유선전화 조사 방식도 병행해야 한다.


- 전화면접조사의 경우 ARS조사 보다 무당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인가.

▲ 무당층 비율은 선거가 임박하면 자연스레 줄어든다. 하지만 선거가 임박해도 무당층 비율이 줄지 않는다면 재질문을 해야 한다. 적극 지지는 아니어도 선호하는 당이 있느냐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무당층 비율을 10%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이 노력을 하지 않고 무당층 비율이 30% 안팎으로 유지된다면 무성의한 조사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무당층을 ‘DK(Don´t Know)’라고 부른다. 학자들은 ‘DK’층을 30% 미만으로 줄여야 변별력이 있다고 분석한다.


- 그렇다면 전화면접조사에서 ARS보다 무당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 쉽게 말해서 비밀투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상담원과 전화를 할 때 상담원이 설명할 때만 구두로 진행이 되고 사용자가 비밀번호나 주민등록번호를 직접 버튼으로 입력하는 방식을 여론조사에서도 도입한다면 결과도 달라진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전화면접조사를 할 때 직접 면접원한테 어느 당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다이얼을 누르는 방식으로 말이다. ‘마우스 투 마우스’(Mouth to mouth)로 정치·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하면 다 솔직하게 답변할 수가 없다. 이런 차이는 출구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예전에는 출구조사에서 직접 물어보고 답변을 듣는 방식이라 거짓 응답이 2∼3% 정도 있었던 반면 출구조사를 비밀투표 형식으로 진행한 뒤로 오류가 줄었다.


◇ "단순 여론조사 업체 아닌 기관으로…‘K-poll’ 한류 이끌 것"


- 여론조사를 직접 수행하는 회사의 대표로서 이념성향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 진영과 상관없이 고르게 교류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잘 아는 사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잘 아는 사이다. 특정 진영과 주로 소통하는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양측에서 비난을 받을 때도 있다. 언론사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보수매체와 진보매체를 가리지 않고 출연하다 보니 가급적 개인적인 의견이나 평론보다는 지지율 추이에 대해서 설명하고 과거 통계와 선거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편이다.


- 국내 여론조사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고 앞으로 얼마나 커진다고 보는지. 또 정치 선진국인 미국 등에 비춰 우리나라 여론조사 수준은 어떻다고 보는가.

▲ 마케팅조사 시장이 8000억원 안팎, 공공조사 시장이 1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조만간 1조원 정도로 규모가 커진다고 보고 있다. 마케팅조사는 노하우를 해외에서 유입해 온 측면이 많다. 하지만 선거 여론조사는 우리나라 만의 독자적 정치 문화 때문에 자체적으로 발전돼 왔다. 신뢰도 면에서는 선진국 못지 않게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편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조사 노하우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독자적인 조사 노하우는 어떤 걸 말하는가.

▲ 과거 질문 방식을 예를 들면 지역 감정을 파악해 판별분석의 주요 독립 변인으로 활용한 경우다. 과거에는 ‘아버님의 고향이 어디인가’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이런 방식은 글로벌 한국 지사인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개발하기 어려웠던 질문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지금은 극단적 지지층, 이른바 ‘개딸’이나 ‘아스팔트 태극기’라는 용어를 이해하지 않으면 선거 조사 문항을 설계할 수 없다. 따라서 정치·선거 여론조사는 로컬 기업이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리얼미터는 2025년 창립 20년을 2년 앞두고 있다. 회사의 현재 사업구조와 앞으로의 방향, 비전에 대해 소개해달라.

▲ 빅데이터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자회사 ㈜빅디퍼를 설립하고 KB국민카드, 넷마블 등과 합작 출자해 신규 사업에 진출해 있다. 추후에는 블록체인과 AI를 통한 여론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제는 응답자에게 직접 묻는 방식 뿐만 아니라 유권자나 소비자들의 행동 유형을 분석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시대가 가시화하고 있다. 그 중심축에 리얼미터가 큰 축을 감당할 생각이다.


- 개인적인 포부가 있다면.

▲ 종종 정치를 할 생각이 있는 게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 등 선출직에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미 지금 하고 있는 정치·선거 여론조사가 정치권에 꼭 필요한 광의의 정치행위이기 때문에 현재 역할에 만족하고 책임감 또한 크다. 리얼미터를 대한민국 최고의 조사기관으로 끌어 올리고 싶다. 지위뿐만 아니라 미래의 통일 한국, 나아가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해 단순히 여론조사 ‘업체’가 아니라 여론조사 ‘기관’으로서 ‘K-Poll’이라는 또 다른 한류를 이끌고 싶은 마음이다.

대담 = 구동본 정치경제부장/부국장
정리 = 오세영 기자
사진 = 송기우 기자

■ 이택수 대표 프로필

◇약력

△1969년 대구 출생 △연세대 철학 학사·연세대 신문방송학 석사 △1995∼1999년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2012∼2020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 △2014∼2016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위원 △2018∼2021년 서울특별시의회 정책위원회 위원 △2005년∼ 리얼미터 대표이사 △2018년∼ 한국정치조사협회 회장 △2020년∼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집행위원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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