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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오뚜기·삼양식품 ‘라면 빅3’, 3세 경영 승계 빨라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05 20:37

삼양식품 전병우 본부장, 부장 입사 4년만에 상무 승진



농심 신상열 상무, 오뚜기 함윤식 과장 연말승진 관심



수출 증가 글로벌 확장 위한 '세대교체' 경영판단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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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CSO), 신상열 농심 상무. 사진=각 사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국내 대표 라면기업인 농심·오뚜기·삼양식품의 ‘3세 경영 시계바늘’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삼양식품이 오너(창업주) 3세의 초고속 승진 인사로 세대교체 경영의 행보가 빨라진 가운데 농심과 오뚜기도 승계 작업 가속화를 위해 올해 연말 정기인사에서 오너 3세의 승진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의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라면 빅3의 3세 승계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1∼2년 사이 해외에서 한류 인기 상승으로 한국 라면이 K-푸드 대표주자로 떠오르며 해외매출 증가를 주도하자 세 기업이 일제히 글로벌 영역 확장을 통한 지속성장 경영에 주력하는 시점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또한, 이들 라면업계 오너 3세 모두 1990년대생 젊은 MZ세대라는 공통점에서 세대교체를 기반으로 해외시장 확대, 신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과 연결짓는 분석도 나온다.

‘라면 빅3’ 올해 상반기 실적 내용
구분매출액전년 동기 대비 성장율영업이익전년동기 대비 성장율
농심1조6979억원13.8%1175억원204.5%
오뚜기1조7110억원11.7%1299억원21.7%
삼양식품5309억원16.0%679억원31%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삼양식품 오너3세 전병우, 부장 입사 3년 만에 상무 승진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 그룹)가 예년보다 빠른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전(前)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인 전병우(29세) 전략기획본부장(CSO)이 상무로 승진하면서 삼양식품의 3세 경영이 닻을 올렸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전 상무는 지난 2019년 6월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입사해 1년 만에 경영관리부문 이사로 임원자리에 올랐다. 그 해 전인장 회장이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경영 리스크가 떠오르자 오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 상무의 경영수업도 본격화된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전 상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삼양식품을 비롯한 계열사 전반에 걸쳐 미래 먹거리 육성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업계 분석이다. 특히, 전 상무는 지난 9월 삼양라운드스퀘어 비전선포식을 통해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 식물성 단백질 사업 등 신사업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신설된 계열사인 ‘삼양애니’ 설립과정에도 전 상무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애니는 삼양식품의 불닭 IP(지적재산권)을 기반으로 콘텐츠 제작·이커머스 사업 등을 담당하는 신생 계열사로 현재 전 상무가 공동대표로 있다.

전략기획본부장을 담당하며 본업인 라면사업 관련 불닭볶음면을 잇는 K-라면 메가 브랜드 육성에도 공들이고 있다. 특히, 직속조직으로 라면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하고 직접 기획·개발에 참여해 매운 국물 라면 ‘맵탱’을 내놓기도 했다. 출시 1개월 만에 판매량 300만개를 넘는 등 순조로운 초기 성적을 보인데 이어,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용 제품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농심·오뚜기도 서둘러 오너 3세 전면 배치하나

삼양식품이 경영 승계를 위해 본격적으로 밑그림을 그리면서 경쟁사인 농심도 차기 후계자인 신상열(30세) 상무의 존재감 키우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삼양식품 전병우 상무와 똑같이 2019년에 입사(경영기획팀)한 신 상무는 2년 만인 2021년 11월 구매실장을 맡으면서 당시 28세 나이로 최연소 임원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오너 일가 가운데 20대에 임원을 다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올해 연말 정기인사에서도 고속 승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농심은 평년과 같이 연말께 정기 임원인사를 진행할 예정으로, 당분간 신 상무는 핵심 보직인 구매담당 임원을 담당하는 만큼 원자재 수급과 협력업체 관리에 집중할 전망이다. 특히, 식품 제조사 특성상 원가 중 원자재 비중이 높고, 원가에 따라 소비자 가격까지 영향을 미쳐 원자재 수급 관리의 중요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심이 외연 확장에 한창인 만큼 신 상무는 오너가 일원으로 경영 수업을 이어가며 비건 식품 등 신사업 육성과 함께, 미국·캐나다·중국·일본·호주·베트남 등 전략 거점 위주로 해외 사업 확대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장남 함윤식(32세) 과장의 올해 승진 여부도 초관심 사항이다. 2021년 오뚜기에 입사한 함 과장은 현재 경영지원팀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삼양식품·농심 등 경쟁사의 오너 3세들과 달리 함 과장은 아직 임원 이름표를 달지 않았다. 다만, 현직 부서인 경영지원팀이 회사 사업의 전체 흐름과 전개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인 만큼 경영 수업의 밀도를 높이기 위한 절차로 연말에 승진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오뚜기가 2017년부터 지배구조 개선에 돌입해 지난해 마무리 지었고, 함 회장이 경영 승계의 걸림돌로 꼽혔던 상속세까지 완납했다는 점에서 3세 승계에 속도 조절만 남겨두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오뚜기가 지배구조 개편 뒤 기존 내수 중심에서 해외사업 확장으로 경영 방향을 선회하면서 함윤식 과장의 비즈니스 역량 및 리더 역할을 키우는 실전수업이 요구된다는 현실적 인식과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무원칙적 세습경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피하기 위해 보통 경영수업 절차를 밟지만 당사자의 역량을 검증하기에 시간적 한계가 있다"면서 "따라서 선대 경영인의 성과와 중복되지 않으면서 세대교체 경영자로서 혁신적인 결실을 과시하려 할 것이고, 그 지표는 신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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