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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의대 정원 확대, 의료계 반발에 여야 동상이몽…이번엔 이뤄질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18 15:53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나오고 있다.(사진 왼쪽)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종환 오세영 기자]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 서비스 부족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제시된 의대 정원 확대가 이번에는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8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한 여야 공감대 형성에도 불구하고 당초 19일 예정됐던 정부의 관련 정책 발표가 연기되자 의대 정원 확대가 또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정부는 앞서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파격 확대하는 것에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고 이같은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여야도 의대 정원 확대 원칙에 대해선 공감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의료계가 정부의 방침에 거세게 반발했고 여야도 의대 정원 확대의 세부 방안에 대해선 동상이몽인이다.

결국 정부의 19일 관련 정책 발표 일정이 연기되면서 의대 정원 확대의 현실화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 의대 입학정원 추이

▲[그래픽] 의대 입학정원 추이. 연합뉴스

◇ 정부 ‘1000명 이상 파격 확대’ 방침 유지…국정감사 후 발표 예정

정부는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파격적으로 늘리겠다는 기존의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확대 폭은 발표하지 않으면서도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과 의지를 명확히 밝힐 방침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의사인력전문위원회에서 "어느 때보다 의사인력 증원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고, 사회적 열망이 높은 상황"이라며 "정부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의사 수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의사협회에 대해서는 "인력 재배치,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 의료계의 정책 제안들 역시 정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한다"며 "의사 수 부족 문제도 회피할 수 없는 만큼 과학적 통계 기반 수급 전망에 따른 의료인력 확충과 함께 추진할 정책패키지 논의를 위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발표를 늦춘 배경에는 정부 내에서 방식과 대상 등 세부 내용에 대해 의료계와 더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전날 국회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파업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길 기대한다"며 "정부·여당이 의료수가 개선,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 등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발표 시점은 일러도 이달 말 국감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 의대 정원 확대를 반영하기 위해 늦어도 연말까지는 정원 확대 규모를 확정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국립대 의대와 정원 규모가 작은 지방의 ‘미니 의대’ 중심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의사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의학전문대학원 신설 허용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공공의대 등 의대 신설 방안이나 지역의사제 도입 추진 계획은 고려 사항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 여야, 의대정원 확대 공감대… 총선용 표심에 정치적 셈법은 ‘동상이몽’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대해 여야가 모두 환영하며 공감대를 이뤘지만 지역 이해가 걸린 사안에선 이견을 보이며 정치적 셈법은 엇갈리고 있다.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표심을 의식한 총선용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공공의대 설립과 함께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지역의사제도’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조건으로 내걸며 총선 표를 의식하고 있다는 평가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에는 필수 공공 지역의료 기반 확충을 위한 공공의대와 지역의대 설립, 지역 의사제 도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경우도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국면 전환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 "큰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이해관계자들이 많이 있으니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19일 정부가 열기로 예정돼 있는 의료 혁신 분야 회의 뒤 당 차원의 간담회와 당정 회의 일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의대 정원 확대가 이과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나 필수·지역 의료 개선, 군 의료체계 등의 문제와도 맞물린 대형 이슈인 만큼 당사자들과 대화하며 충돌을 최소화하고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픽] 전국 의대 설치·정원 현황

▲[그래픽] 전국 의대 설치·정원 현황. 연합뉴스

◇ 정치권의 지역별·전공별 ‘갈라치기’ 대상될 수도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정치권의 지역별 또는 전공별 ‘갈라치기’ 대상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직역 간 ‘밥그릇싸움’ 불러온 간호사법 처리 때의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간호법안의 경우 의료 현장에서 전문 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을 깨뜨려 갈등을 확신시키고 국민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려 속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의료 격차 불균형 해소를 강조해 온 각 지방자치단체는 의과대학 정원이 적어도 1000명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반기면서도 다른 속내도 보이고 있다. 의대가 있는 지역은 기존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의대가 없는 곳은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필수 분야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 지난 2006년 이후 17년째 3058명 그대로인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0년 기준으로 3507명이었던 의대 정원은 23년이 지났지만 3058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현 정부도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파업 등으로 이를 번번이 무산시킨 의료계 반발을 과연 이번에는 넘어설지 주목된다.

입학정원과 정원외, 편입학을 모두 합쳐 3507명이던 전국 의과대학 정원은 지난 2000년 당시 ‘진료는 의사, 조제는 약사’로 역할을 나눈 의약분업 시행 때 감축됐다.

당시 의료계 다수가 동참한 대규모 장기 파업으로 ‘의료대란’이 발생해 시민들은 큰 혼란과 불편을 겪었고 의료계를 달래려 정원 10% 감축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었다.

당시 교육부는 의대 정원을 3507명에서 3156명까지 4년에 걸쳐 351명 감축하기로 했다. 이후 의대정원은 2003년도 3253명, 2004∼2005년도 3097명으로 점차 줄었고, 2006년에는 당초 계획보다도 적은 3058명까지 줄었다. 이후 17년째 이 정원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2010년대 들어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전되면서 미래에 의사 수가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2년과 2016년 연구용역 등으로 의대정원 확대의 불씨를 지펴보려고 했지만 의협 등의 강력한 반대로 이는 매번 무산됐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공중보건 위기’가 닥쳤다. 공공·지역의료 체계의 허술함이 드러나자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대를 만들기로 하는 등 의료 인프라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당초 의대 증원 검토 숫자는 500명 가량이었다.

이 때에도 의료계에선 학생단체가 수업과 실습을 거부했으며 전공의까지 파업에 가세하며 코로나 진료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보하기로 결정했고 의협을 중심으로 ‘9·4 의정 합의’가 이뤄졌다. 결국 의대정원 확대는 번번이 무산됐다.

응급실 (PG)

▲응급실 (PG). 연합뉴스

◇ 발표 가시화에 의료계 강력 투쟁 예고…파업까지 이어질지 지켜봐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가 가시화 된 가운데 의료계애선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지난 17일 밤 대한의사협회는 ‘긴급 의료계 대표자 대회’를 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정부에 경고하기도 했다.

의협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붕괴의 근본적 원인은 의사인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필수·지역의료의 열악한 환경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파업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실제 파업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의료계에서도 의대 증원에 대한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성은 동의하지만 증원 규모가 쟁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의대 정원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다 국민 다수가 의대 정원 확대를 지지하고 있고 여야가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파업을 결행하는 것이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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