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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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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싫다" 보험사 "좋다" 실손보험 개정, 4천만 가입자 득일까 독일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07 00:10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국회 본회의 통과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이르면 내년부터 병원 진료 후 전자 기록 전송으로 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되면서 진료 현장 변화가 주목된다.

금융당국과 보험사 등은 가입자들이 더욱 편하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인 반면, 의료계는 보험사만 편리하게 이익을 볼 수 있게 됐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회는 6일 본회의에서 실손의료보험 청구 과정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보험회사가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병원 등 요양기관에서는 가입자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해야 한다.

그간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하려면 가입자가 해당 요양기관을 방문해 진료 영수증, 세부내역서, 진단서 등 서류를 발급받고 이를 팩스나 온라인 등으로 보험사에 전송해야 했다.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보험금이 소액인 경우 포기하는 사례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 통계를 활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청구되지 않은 실손 보험금은 각각 2559억원, 2512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미 2009년 국민권익위가 절차 개선을 권고하고 이후 관련 법안 발의도 계속됐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번번이 입법이 무산됐다. 보험업계와 의료업계 사이 찬반 대립도 영향을 미쳤다.

개정안에는 보험사 전산시스템 구축·운영 과정에서 얻은 정보·자료를 업무 외에 용도로 사용·보관하거나 비밀을 누설하지 않도록 했다. 이를 위반할 때는 각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처벌 조항을 신설했다.

해당 개정안은 공포 1년 이후부터 시행된다. 다만 의원급 의료기관, 약국 등에 대해서는 2년까지 유예 기간을 뒀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법안 통과와 관련해 "복잡한 병원비 청구 절차로 어려움을 겪던 노년층 및 취약계층은 편리하게 병원 진료 후 실손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어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실손 청구 전산화를 위한 하위법령 개정과 함께 의료·보험 공동위원회 구성, 관련 시스템 구축 등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반대 기류가 거센 만큼 법안 통과 이후에도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회와 정부가 합심해 민생법안 처리라는 각본대로 법안 의결을 강행해 그 참담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축적된 의료 정보를 근거로 보험사가 ‘지급 거절’이나 ‘가입 거부’ 등의 명분으로 개정안을 활용할 수 있고, 오히려 국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 협회는 "오직 보험사의 이익만을 위해 법안 심의를 강행한 국회와 정부의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 다시 한번 끝없는 분노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개정안이 의료법에 상충하는지 별도의 법률 검토를 통해 위헌 소송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환자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실손보험으로 지난해에만 1조 5000억여원의 손실을 봤다는 민영보험사들이 전자적 청구 간소화로 보험금을 더 지급해 주겠다는 것은 ‘동그란 네모’처럼 모순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국민 대다수가 의료데이터를 민감한 개인정보로 인식한다면서 "개인의료정보 전자 전송이 가능해지면 민영보험사들이 수집·축적하는 개인의료정보들도 이런 유출에 노출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영보험사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것"이라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라는 악법의 국회 통과는 민영보험사들 ‘국민건강보험 대체’라는 궁극적 목표, 즉 ‘의료 민영화’로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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