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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바라카 원전 전경.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출의 꼬인 실타래가 풀려가는 모양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법원에 낸 한수원의 폴란드 원전 수출 관련 소송이 각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수출 통제권이 전적으로 자국 정부에 있다는 이유를 들어 웨스팅하우스에 소송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미국 법원은 핵심 쟁점인 지식재산권 부분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은 물론 발주처인 폴란드 정부와의 협상이 향후 원전 수출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소송이 각하된 것 외에는 수출과 관련해 진전된 사항이 없다"며 "소송 각하가 바로 수출로 이어진다고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수원도 신중하게 후속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2030년까지 원전 수출 10기’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달성을 위해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 해결이 중요한 상황이다. 한수원은 작년 8월 3조원 규모의 엘다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성공한 데 이어 폴란드와 체코에서 추가 원전 수주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한수원은 체코에 한국형 원전 ‘APR1400’의 수출을 타진 중인데, 웨스팅하우스가 APR1400의 원천 기술은 자신들의 기술이라며 미국 정부에 수출 통제를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원전 업계에서도 APR1400을 둘러싼 두 회사 간의 법률 다툼은 사실상 양국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원전 기업 간 법률적 다툼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양국 정부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소송 합의, 취하는 물론 미국과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방안도 원론적으로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신한울 3·4호기 외에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없는 만큼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해 정부가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단독이든 공동이든 일단 수주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UAE(아랍에미리트연합) 때는 원전 4기 건설 비용 20조원 중에서 우리가 19조원, 미국이 1조원 정도 받았다. 당시에는 협상이 잘 이뤄졌다. 이번에도 그런 협상을 빨리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말 폴란드 민간발전사인 제팍(ZE PAK) 및 폴란드국영전력공사(PGE)와 협력의향서(LOI)를, 산업통상자원부와 폴란드 국유재산부는 정부부처간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폴란드 퐁트누프 부지에 한국형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제팍과 폴란드 민간주도 신규원전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 안으로 구체적인 사업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폴란드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조만간 공사금액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까지의 건설 실적이라든가 이런 걸 보면 다른 나라들은 정확한 예산에, 약속한 시기에 준공을 한 곳이 하나도 없다"며 "우리는 얼마에 한다고 하면 딱 그 금액으로 맞춘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신한울 1호기 같은 경우에 당초 약속한 딱 5조원에 완공했다. 그런 나라가 없다"고 강조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 3월 기자와 만나 "폴란드 외에도 ‘원전 수출 10기’ 목표 달성을 위해 네덜란드, 핀란드, 벨기에, 카자흐스탄, 베트남,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과도 원전 수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유럽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도 한국형 원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안보 위기가 한국 원전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서 탈원전 정책으로 무너진 한국 원전 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말했다.
한수원과 국내 원전 업계는 개발 초기에는 웨스팅하우스 도움을 받았지만, 현재 수출을 추진하는 APR1400은 이후 독자 개발한 모델인 만큼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결국은 한국과 미국이 상호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