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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75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또 다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다음달 국정감사 최대 현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열리는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두고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날선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제한하고,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정부가 추경을 통해 경기부양책을 가동하는 동시에 취약계층의 지원책을 강화해야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서라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주담대 3년 6개월만 최대치...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정책모기지론을 포함한 8월 중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75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9000억원 늘었다. 잔액 기준으로 지난달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8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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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계대출.(자료=한국은행) |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827조8000억원, 기타대출은 247조원이었다. 특히 전세자금 수요 둔화에도 주택구입 관련 자금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전월보다 7조원 증가했다. 주담대 증가 폭은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치다.
8월 중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8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역대 8월 증가액 기준으로 2009년 6월 통계속보치 작성 이후 두 번째로 큰 수치다. 종전 역대 최대치는 2022년 8월 +8조7000억원이었다.
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중 전 금융권 대출은 6조2000억원 늘어 5개월 연속 증가세였다. 대출항목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이 6조6000억원 늘었다. 제2금융권은 4000억원 감소했지만, 은행권이 7조원 늘어난 영향이다. 기타대출은 은행권과 제2금융권이 각각 1000억원, 3000억원 줄어 총 4000억원 감소했다.
◇ 금융위, 가계대출 특단 대책...DSR 산정만기 40년 제한
가계부채가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금융위원회는 이날 이세훈 사무처장을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관련 대책을 내놨다.
우선 당국은 이날(13일)부터 7~8월 중 다수의 은행들이 출시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DSR 산정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제한한다. 개별 차주별로 상환능력이 명백하게 입증되는 경우에는 실제 만기(50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변동금리 대출에 대해서는 향후 금리상승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보다 엄격한 수준의 DSR 규제가 이뤄지도록 DSR 산정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Stress) DSR 제도‘를 도입한다.
1년간 한시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던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지원대상자(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초과 차주 또는 6억 초과~9억원 이하 주택대상)와 기존에 이미 주택을 보유 중이던 일시적 2주택자는 이달 26일까지만 신청을 받는다.
◇ "정부, 가계부채 대책 마련 미온적"...기준금리 점진적 상향 의견도
가계부채 문제는 다음달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뤄질 전망이다. 야당에서는 정부가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 마련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정부가 추경으로 돈을 풀어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지 못한다면 결국 국민들의 빚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기재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금융권의 문제를 넘어 국가 거시경제의 위기로 대두됐다"며 "정부가 진작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한 대책들을 내놨어야 했는데, 지금은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루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무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추경을 통해 소상공인 등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중심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증하는 정책금융상품에 대해서는 금리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정무위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보증하는 정책금융상품의 가산이율을 없애고, 은행 역시 예대마진을 줄여 예대금리차를 축소해야 한다"며 "지금은 국가가 재정을 풀어 국민들의 가계부채가 더 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3.5%)가 우리나라 경제 상황보다 낮게 형성된 만큼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DSR 규제가 사실상 완화된 측면이 있고, 경제 상황보다 기준금리가 낮게 형성되면서 결과적으로 가계부채 규모가 확대됐다"며 "DSR에 대해서는 완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한편 기준금리는 급격하게 올리기보다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