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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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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수복 에코아이 대표 "기업 배출권 확보, 지금이 골든타임…대비하지 않으면 2026년 부담 커질 것"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20 09:57

배출권 전문기업 에코아이, 해외감축사업으로 성장…올해 말 상장 기대
"해외 온실가스 감축사업 통해 발행된 국내 전체 배출권 절반 이상 조달"
"현 배출권제도, 온실가스 감축 유도 못해…2026년 가격 급상승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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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복 에코아이 대표가 지난 17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원희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모든 시장은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응급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지금 탄소배출권 시장은 응급상황으로 가격을 회복하는 게 시급합니다. 당장 대비하지 않으면 오는 2026년부터 기업 부담이 커질 것입니다."

배출권 전문기업인 에코아이의 이수복 대표는 지난 17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배출권 거래제 시장 상황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배출권(KAU-22) 가격은 지난달 25일 열린 시장에서 톤(t)당 6320원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가격을 나타냈다.

이수복 대표는 배출권 가격 급락으로 기업들이 저렴한 배출권을 구매하고 달콤한 시장상황을 즐기며 온실가스 감축 투자에는 나태해질 것을 우려했다.

기업들이 지금부터 적극 온실가스 감축에 투자하지 않으면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세워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030년에 40%까지 줄이기로 했고 기업들도 여기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배출권 거래제도란 정부가 기업과 발전사에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한도를 정하고 사업자끼리 무상 혹은 유상으로 할당받은 배출권을 거래해 배출량을 서로 조절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에코아이에 따르면 배출권 거래제도에서 현재 총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3.5%가 거래되고 있다.

에코아이는 해외 온실가스 감축사업, 배출권 시장 컨설팅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 올해 상장을 계획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약 30년을 채권분야에 종사해온 금융전문가로 에코아이 상장을 앞두고 배출권 시장의 전망, 정책 대안 등을 제시했다.

채권분야에 종사한 경험은 그에게 배출권 시장을 이해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서부터 지금까지 채권시장에 닥친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봤다.

국고채전문딜러(PD)협의회 회장단에서 활동하면서 1999년에 도입된 국채의 활성화 과정에도 참여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7년 8월 에코아이 대표로 취임했다.

에코아이 취임 후 사단법인 온실가스국제감축산업협회 회장과 사단법인 배출권시장협의회 이사를 역임 중이다.

그는 배출권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된 계기에 대해 "기존에 해왔던 채권이라는 대상을 배출권으로 생각해 보니 앞으로 배출권 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윤곽이 잡혔다"며 "국채시장에서 10여년을 기획재정부와 한국거래소와 협업한 경험은 배출권 시장에 대한 남다른 시각을 갖게 만들었다. 배출권 시장의 성장에 일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넘어 사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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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복 에코아이 대표가 지난 17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원희 기자

◇ "에코아이, 해외 감축사업 통해 발행된 국내 전체 배출권 절반 이상 조달"

에코아이가 지금까지 성장해온 원동력은 해외에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하고 해외 온실가스 감축분을 국내에서 배출권으로 판매하는 사업이었다.

이 대표는 "전 세계 20곳에서 꾸준히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 배출권을 판매한 경험도 과거에 있다"며 "앞으로 배출권을 이용한 다양한 사업들이 한층 진화될 것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코아이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온실가스 감축사업이다.

에코아이가 해외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대해 자사의 투자를 포함해 다른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고 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유엔(UN) 가이드라인에 따라 여러 대륙의 개발도상국가에 고효율 취사용 스토브·LED 조명 제공, 바이오에너지 사업 등의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펼친다.

에코아이는 이 감축사업을 통해 유엔으로부터 온실가스 감축분을 인정받고 이를 국내로 들여와 자사 투자분과 다른 투자기업 투자분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배분해주는 것이다.

에코아이로선 자체 투자분 만큼 배출권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당초 투자 기업들에 돌려주기로 약속한 배출권보다 배출권을 더 많이 확보하면 그 추가분만큼 에코아이 수익이다.

에코아이는 이 해외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그간 5년 넘게 수행해왔다.

에코아이의 배출권 확보물량은 지금까지 해외온실가스 감축사업으로 국내에서 발행된 전체 배출권의 절반이 넘는다.

이 대표는 "해외배출권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입지를 찾고 준비하는 데만 2년이 걸린다"며 "정부에서는 할당한 배출권 외에 자체 노력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한 상쇄배출권에는 수명제한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8년부터 해외에서 들여온 상쇄배출권에 인정받은 해를 포함해서 최대 3년으로 수명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이 수명 3년이다. 실제로는 짧으면 1년 8개월 이하까지 줄어든다"며 "만약 2021년 12월 해외 온실가스 감축분을 인정받았다고 치자. 그러면 해당 배출권 사용 시한은 인정받은 2021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을 모두 포함해 3년이 되는 2023년 12월이다. 2021년 12월 배출권을 인정받았다고 해도 배출권 사용 시한의 시작은 2021년 1월부터란 얘기다. 또 배출권을 발행하는데 배출권 인정 이후 4∼5개월이 걸린다. 이에 따라 배출권이 인정되고 발행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시점은 2022년 4월이 된다. 결국 해당 배출권의 경우 2022년 4월부터 사용 시한인 2023년 12월까지 1년 8개월만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해외 배출권의 이같은 수명은 몇 년을 투자해서 얻은 배출권인데 짧은 기간에 반드시 팔게 하니 정부에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정부에서 통제만 하지 말고 이런 정책에 대해서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과 제 3자 검증기관을 거쳐서 가져온,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감축분에 대해 정부에서 또 긴 시간을 검증한다"며 "게다가 지금 배출권 시장에서 공급량이 넘쳐 가격이 하락하는 데 수명까지 제한해버려서 온실가스 감축 사업자들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코아이는 해외 온실가스 배출권 사업뿐 아니라 기업들을 대상으로 배출권 컨설팅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카본아이’라는 배출권 시장 정보 플랫폼을 통해 배출권 거래시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시장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현재 배출권 거래제는 시행 9년차이지만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제도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본아이가 어둠 속에서 등대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실시간 정보 제공서비스를 통해 시장참여자들이 제도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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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복 에코아이 대표가 지난 17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원희 기자

◇ "배출권 거래제, 온실가스 감축 유도 못해…2026년 4차 계획기간 가격 급상승 전망"

그는 배출권 가격이 떨어지면 기업의 온실가스를 감축 노력을 줄인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년간 기업들의 배출권 매매 심리와 거래 패턴을 지켜본 결과 배출권 가격이 t당 2만원 아래로 떨어질 경우 기업이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노력을 줄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배출권 가격이 t당 1만원 아래로 떨어지면 기업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보다는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자 하는 배출권 거래제의 취지에 벗어나는 것"이며 "지나치게 낮은 배출권 가격으로 배출권 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EU와의 배출권 가격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이 대표는 "EU 배출권(ETS)의 경우 코로나 19 이후 배출권 가격이 급상승하며 지난 11일 기준으로 83.76유로(12만4949원)를 기록했다"며 "우리나라와 EU간 배출권 가격 격차가 20배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우리나라와 EU와의 배출권 가격 격차를 걱정하는 이유는 국내 기업이 EU에 수출할 때 배출권 가격 격차를 그대로 감당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국내 기업들에 EU의 비싼 배출권 확보 부담을 짊어지게 한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4차 배출권 거래제 계획기간인 오는 2026년이 오면 배출권 가격이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은 3차 계획기간으로 2025년까지 진행된다. 3차 계획기간에는 전체 할당배출권의 90%가 무상이다.

하지만 2026년부터 시작되는 4차 계획기간에는 할당되는 배출권 규모도 줄고 무상할당 비율도 낮아질 예정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미리 줄이지 않다 보니 4차 계획기간에 배출권 공급이 확 줄고 수요는 늘면서 배출권 가격이 급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는 2030 NDC를 달성하기 위해 해마다 4.17%씩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 이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며 "3차 계획기간 중 배출권 거래제의 기능을 회복해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면서 4차 계획기간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월제한 완화를 강조했다.

이월제한이란 기업들이 받은 배출권을 다음 해에도 이월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걸 제한하는 조치다.

이월제한으로 기업들이 배출권을 일정 기간 안에 반드시 팔아야 했고 이게 공급 과잉의 원인이 됐고 결국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국내 배출권 가격은 2020년 이전까지는 t당 4만원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1만원선이 무너졌다"며 "이는 국내 배출권 시장의 유동성(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9년에 도입한 이월제한조치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21년부터 증권사가 시장조성자로 들어와 물량 공급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굳이 남는 물량을 팔도록 강요하지 않더라도 증권사에서 시장조성을 하니 이월제한조치가 의미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의 배출권 시장 참여에 대해서는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관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이 배출권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수익을 창출하는 목적이지만 환경적 책임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나타내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인 이슈로 나타났다. 금융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배출권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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