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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원자력발전소 확대를 핵심 내용으로 추진 중인 행정계획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작업이 시작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정부가 이르면 올해 안에 초안을 마련, 내년 상반기 완성하기로 하고 지난달 말 11차 전기본 수립에 착수에 했지만 아직 관련 위원 구성도 마치지 못했다.
특히 지난 정부 당시 수립된 계획들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면서 에너지업계 전문가들 사이에 계획 수립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에 개문발차(開門發車)한 제11차 전기본 수립이 자칫 차질을 빚거나 부실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 관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제11차 전기본 수립 총괄분과위원회 착수회의 이후 일부 분과위원장들이 계획수립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괄분과위 외에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실무소위원회 및 워킹그룹은 아직 위원 정족수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정부 당시 8∼10차 계획에 참여한 인사들을 다수 배제하다 보니 마땅한 인사가 없는 상황"이라며 "심지어 현 총괄위원장도 이전 계획에 참여한 적이 없다. 정부 계획에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전문가 그룹을 정권 바뀌었다고 감사하고 물갈이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전기본 수립에 참여한 한 인사도 "10차 전기본이 올해 초에 완성됐는데 벌써 다음계획을 짜는 것도 너무 이르고 8∼10차 계획 때 재생에너지 비중을 무리하게 늘렸다고 감사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계획도 추후 원전 확대 관련 논란 발생을 우려해 참여를 꺼리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인을 포함해 최초에 정부가 구상했던 전문가들 중 참여하지 않겠다고 거절한 인사도 많다"고 말했다.
산업부 측은 "이상기후, 반도체 클러스터, 데이터센터, 4차 산업혁명 등 전력 시스템 여건 변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서둘러 차기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었다"며 "조속히 실무소위와 워킹그룹별 논의를 시작해 이르면 연내에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기본은 향후 15년 간의 전력정책 기본방향과 장기전망, 전력설비 시설 계획을 포함하는 장기계획이다.
산업부는 2년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9차 계획은 2020년 12월, 10차는 2023년 1월에 확정, 발표된 바 있다.
계획기간이 내년부터 2038년까지인 11차 계획은 당초 관례대로라면 내년 말 수립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수립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6개월 정도 앞당기기로 했다.
정부는 앞서 이번 11차 계획에서 급격한 전력 여건 변화에 따른 중장기 전력 수요를 과학적으로 전망하고 원전, 재생에너지, 수소 등 무탄소 전원의 특성을 고려한 전원믹스를 검토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담기로 했다.
정부는 용인 시스템반도체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이차전지 생산설비가 증설되는 등 첨단산업 신규 투자가 잇따르면서 발생한 전력수요를 11차 전기본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보급이 확산하고 그린수소 생산 등 탄소중립을 위한 부문별 전기화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집중적으로 검토된다.
이번 전기본에서는 기존 ‘신재생’ 워킹그룹을 ‘무탄소전원’ 워킹그룹으로 개편한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및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 등 다양한 무탄소 전원을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전력시장 여건 변화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전력시장 실무소위’도 신설·운영된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