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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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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시장 무역경쟁] "EU 탄소국경조정제로 韓 기업 직격탄… 발상의 전환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1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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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주최하고 한국무역협회,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한 ‘EU, 글로벌 신통상 현안과 우리 기업의 대응 방안’ 세미나에서 패널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이승주 기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CBAM) 도입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볼 것이다. 국내 기업의 성장과 탄소 감축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에너지경제신문이 한국무역협회·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1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한 ‘제 8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EU 글로벌 신통상 현안과 우리 기업의 대응 방안’ 세미나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종합토론회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날 세미나의 종합토론은 좌장을 맡은 정서용 고려대 교수의 진행으로 펼쳐졌다.

종합토론은 △ EU, 탄소장벽 글로벌 신통상 현안을 조명한다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 △ 신통상 시대에서의 한국 배출권거래 제도개선 방향 (박호정 고려대 교수) 등 총 2개 주제발표 이후 진행됐다.

토론에는 주제발표자 2명과 함께 윤진영 산업통상자원부 기후에너지통상과장, 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 연구소장,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센터 실장, 김동구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소 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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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영 산업통상자원부 기후에너지통상과장.


윤진영 산업통상자원부 기후에너지통상과장은 "우리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통상을 하고 있는 나라인 만큼, 온실가스 감축에 성급한 규제로 다가가면 제조업 기반이 무너져 버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칫 ‘벼룩 한 마리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며 "탄소배출을 줄이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탄소를 감축하면서 우리 산업을 성장시켜, 국민들의 효용을 증대시는 게 가장 큰 목적이 돼야 된다"고 덧붙였다.

윤 과장은 올해부터 시작되는 전지구적 탄소 감축 목표에 맞춰 산업부에서도 실질적인 감축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탄소 감축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역시 이 흐름에 따라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의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세계는 분절된 체계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자국 우선주의 법안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윤 과장은 "이런 흐름에 정부가 어떻게 나아가야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다른 나라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며 우리의 탄소 중립 노력을 알림과 동시에 협상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국제 무대에서 우리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제도를 제시, 제3의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윤 과장은 탄소배출권 증권화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윤 과장은 "탄소배출권 제도가 증권화돼 금융 시장에 유통되면 새로운 탄소 감축 기술을 촉진시킬 수 있다"면서 "여기서 발생한 기술이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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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 연구소장.


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 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도입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신통상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소장은 "최근 싱가폴 정부의 초청을 받아 일본, 유럽 등 10개국의 배출권거래제 상황을 알게됐다"며 "우리나라만큼 배출권거래제 세부 규정이 강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할당 지침을 가지고 700여 개의 완전히 다른 공장 증설 사정을 커버했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고, 지침도 고쳤어야 했고, 기업도 반대도 있었다"며 "그런데도 우리는 이런 장애물을 다 뚫고 규제로 잘 정착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건 대단한 경험"이라며 "앞으로 이런 경험을 디지털·기술·협력·공급망·탄소중립과 같은 신통상 아젠다(의제)에 접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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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센터 실장.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센터 실장은 탄소중립 달성을 향한 우리 정부의 움직임에 의문을 나타냈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 탄소시장 배출권거래제(ETS)로 과연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이뤄낼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2015년부터 ETS를 시행하고 있고 규제로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실장은 "현재 ETS제도는 선진화 협의체를 통해 제도 개선 및 인센티브적 요소도 보완됐는데도 탄소중립에는 여전히 부족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ETS 대상 기업이 700여 개 수준으로 알고 있고, 커버리지가 74∼75%나 된다고 하지만 나머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기업의 탄소 감축 의지를 끌어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스코프 1-2 뿐만 아니라, 스코프 3 과정에서도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새로운 산업의 발굴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스코프 1은 제품 생산 단계에서의 탄소배출, 스코프2는 에너지, 열, 증기를 만드는 데 발생하는 탄소배출, 스코프 3는 기업의 가치사슬 전체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의미한다.

김 실장은 "삼성전자 입장에서 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데 3배 정도의 공정이 더 추가된다. 이를테면 스코프 1에서 불화수소가 더 추가되고, 스코프 2에서 전기가 더 사용된다"면서 "현재 규제 상 삼성전자가 초소형 반도체를 만들어 가정·상업용 제품에서 전기를 감축시키는 것(스코프 3)에 대한 보상은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온실가스를 줄이는 문제는 윤리적인 측면의 접근보다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이 나란히 갈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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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구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김동구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는 더 이상 환경에만 국한된 이슈가 아니다"라며 "이젠 경제, 통상, 산업, 에너지 법, 거의 모든 분야가 아우러지는 영역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는 규제 중심의 마인드로는 그 이슈를 담을 수 없다"며 거버넌스 이슈로 차원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례로 해운업만 보더라도 해상운송에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에 친환경 선박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선 산업부 외에 기재부 등에서도 거버넌스 이슈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또 하나, 비용 외적인 부분이다. EU의 CBAM 규제를 따르게 될 경우, 한국 기업의 정보가 외국에 넘어갈 수 있다"며 "우리 정부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 및 영업비밀 등이 넘어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CBAM의 세부적인 내용 중 간접배출 포함은 WTO 규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면서 "현재 우리나라가 간접배출권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해 한국의 의견을 EU 측에 전달해 ‘상호 인정해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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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소 센터장.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소 센터장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스팟성으로 대응하기 보단 철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현재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흐름이 △글로벌 표준성 △신속성 △확장성을 띄고 있다고 언급하며 "기후변화는 날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파악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떻게 체질개선을 해 나갈 것이며, 국제 사회의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면역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선 기업 경영에 있어 온실가스 감축이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 강조했다. 이어 "그런 문화가 자리잡게 된다면, 국제사회 제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문화 정립을 위한 방안의 예로 통상부문에 있어서 온실가스 지원법 등 형태로 법제화하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기업 700여 개가 배출권거래제도 도입 기업으로 지정돼 있으나, 대부분의 기업들이 단순히 정부 규제에 대응하는 수준으로 보편화됐다"며 "정부의 규제가 아닌 지원법으로 접근해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체질 개선할 수 있는 책임을 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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