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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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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저출산· 고령화·저성장,‘K-UBRC 모델’로 풀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16 10:52

방준석 숙명여대 약학대학 교수/대한약국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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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석 숙명여대 약학대학 교수/대한약국학회 회장


우리 사회에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온 고령화, 저출산, 저성장 등 3가지 문제에 대한 실효적 대응방안을 준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초고령화 시대에 대응할 보건의료체계의 디지털 전환, 고등교육 인프라의 구조조정, 지자체의 재정·노동·의료·복지문제의 해소, 식량자급과 에너지수급의 안정화 등은 적시에 풀어야 할 과제들 인데,이를 개별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통합적 관점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대학과 기업이 협력하는 것이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고령화는 국가보조금 같은 금전적 지원이나, 간병이나 돌봄 같은 노동집약형 고비용 구조로는 지속적으로 유지가 어렵다. 그래서 연금을 포함한 사회안전망을 꾸준히 보완하면서 보건의료체계는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의료비용을 낮추면서 디지털 돌봄 기술의 실용화를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으로는 전국 203곳 4년제 종합대학 중 3분의 1인 약 70개가 10년 안에 폐교되리라 예측된다. 교육부는 권역별 1개 대학에 1000억원씩 지원하는 다소 파격적 방안까지 내놓았지만,이와 동시에 한계대학 폐교 시 잔여자산의 교육부 강제귀속을 규정한 사학법을 완화해 주고,대학 간 학과나 정원거래제를 통해 생존하는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대신 소멸할 대학이 보유한 인프라는 지역의 경제,보건의료,복지,노동 분야 등의 산적한 문제를 해소하는 유용한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고령화와 더불어 지역인구의 외부유출로 지방 생활권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10여년 내 전국에서 89개 지자체가 소멸한다고 추산됐다.육군 1개 사단이 해체되거나 종합대학교 1개가 폐교될 때마다 1만개 이상 일자리가 없어지고 지역경제 생태계는 심각한 상황에 처한다. 지방 소도시 인구가 줄면 공용터미널도 폐쇄돼 교통접근성은 악화되고 다시 인구유입과 생산성이 약화돼 지자체는 결국 소멸한다.

나아가 급변사태시 OECD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는 식량과 에너지수급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2위라고 평가됐다.경쟁력을 상실해 공동화되고 있는 시화국가산업단지는 축구장 700개 규모인데 향후 활성화 방안이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대도시 근교에 위치했으므로 이번 기회에 청정에너지 생산기지나 식량생산을 위한 스마트 팜 집적단지로 재구축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앞에서 열거한 문제점들을 풀기 위해 필자는 미국에서 수 십 년 전부터 도입한 UBRC (University-based Retirement Community) 모델에 디지털기반 신사업을 접목한 이른바 ‘한국형 스마트 마을(K-Smart Village)’ 모델의 시범적 추진을 제안해왔다. UBRC란, 미국 동부의 아이비리그 대학을 포함해 100여개 명문대학들이 운영 중인 고령화 사회의 대안 모델로 대학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원을 활용한 ‘은퇴자 공동체 마을’이다. 우리나라의 70여개 한계대학이 가진 부지와 시설을 재활용하고,여기에 디지털 헬스케어 및 원격의료 체계를 갖춘 뒤,노인간 상호돌봄(老-老케어),그리고 노인과 어린이간 돌봄(老-幼케어)모형을 결합시켜 3대가 공존하는 거주 및 돌봄 시설을 중심으로 3000~5000명의 인구가 거주하거나 출·퇴근이 가능한 자급자족형 스마트 마을을 구축하는 방안이다.

고령화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노인층 부양비다. 2020년 국민연금연구원이 은퇴를 앞둔 50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후의 적정 생활비는 개인이 164만원, 부부가 267만원이고, 노후 최소생활비는 1인 가구 기준 116만원, 부부 기준 194만원이었다. 만약 대학연계형 스마트 마을에 거주할 노인 1인당 적정 생활비의 3배 가량을 산출할 역량을 보유하도록 무인화,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저노동, 고수익 스마트 팜(Smart Farm) 같은 시설이나,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청정에너지 생산시설을 유치하면 타산성이 확보될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사회 통합 돌봄(Community Care) 모델은 인구가 감소되고 생산력이 축소된 우리나라 지방에는 아직 적합하지 않다.저출산,고령화,저성장의 함정은 깊고 어두워 보인다. 그렇다고 특별재정 투입,보조금이나 장려금 지급,세금이나 이자 감면 같은 재정지원 위주의 단기적 처방은 실효성이 낮다. 대신 고령인구에 대한 돌봄과 보건의료수준의 보장, 부양재정 확보,스마트 기술 기반 일자리 창출이 한데 엮어지면,인구와 생산력이 증가해 지역생태계는 보전되어 지방소멸까지 막는 다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고령자 돌봄의 성패가 ‘주거환경’에 있다고 주장한다.재학생 규모가 축소되거나 폐교한 대학의 기숙사,도서관,강당,체육관, 교사등의 인프라를 재활용하므로 토지매입이나 용지확보도 필요가 없다.노인친화형,자연친화형,에너지 절감형 주택을 건축하고, 인근 의료기관과 연계하되 UBRC내부의 각 건물마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자.스마트 팜같이 저공해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공급할 생산시설도 갖추자.‘대학과 연계한 한국형 스마트 마을(K-UBRC)’ 모델을 구체화함으로써 지역민과 노인을 위한 평생학습,공동체돌봄,디지털 건강관리,신산업육성, 평생직장제공,돌봄재정확보,지역경제 자립까지 동시에 구현해보자. 우리 사회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재정규모가 아닌, 발상의 전환과 고민의 깊이에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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