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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상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1 KOICA 이노베이션 데이’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는 모습. 사진=코이카 |
기존에 코이카가 대외원조 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수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국내 벤처기업, 대기업, 공공기관 등이 아이디어 발굴부터 주도권을 갖도록 해 각 기업·기관의 전문성을 결합시키는 ‘플랫폼’ 역할로 변신하면서 대외원조의 성과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15일 코이카에 따르면, 최근 ‘2022년 공공협력사업’의 공모와 심사를 진행하고 지난 11일 총 12개의 신규 사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에는 △국립공원공단이 제안한 ‘탄자니아 세렝게티국립공원 홍보관 개선사업’ △한국도로공사·국토안전관리원·다음기술단이 제안한 ‘방글라데시 전역 교량 스마트 유지관리 역량 강화사업’ △한국농업기술진흥원·현대아산이 제안한 ‘볼리비아 감자생산 선진화를 위한 스마트팜 적용 시범사업’ 등이 포함됐다. 12개 신규사업들은 올해 하반기 예비조사와 정부심의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 후 오는 2024년 사업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코이카의 ‘공공협력사업’은 선의를 가지고 해외원조를 희망하는 민간기업과 공공기관간의 경계를 허물어 중복 사업을 줄이고 각 기업·기관의 전문성을 결합하기 위해 시작된 일종의 융합형 대외원조사업이다.
지난 2020년부터 매년 공모를 통해 사업제안서를 접수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은 단독 또는 민간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각자의 전문성을 살린 독창적인 해외원조 사업을 직접 기획해 제안한다. 올해에는 총 58개 기관이 참여해 농림수산, 교통, 교육 등 분야에서 총 25건의 사업제안서를 응모했다.
‘공공협력사업’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공동 참여하되 공공기관이 주도권을 가지는 대외원조 사업이다. 반면에 민간기업이 아이디어 발굴부터 수행까지 주도권을 갖고 코이카는 측면 지원만 맡는 융합형 대외원조 사업도 있다.
코이카가 2015년 시작한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과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IBS)’이 그것이다. CTS는 IT벤처, IBS는 사회적기업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
이 프로그램들은 민간기업이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해 제안하면 코이카는 자금을 지원하고 개도국 현지 IT·사회적기업과 연결시켜 수혜 대상자 수를 대폭 늘리고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사업이다.
한 예로 국내 IT 스타트업 파이퀀트는 개도국 내에서 식수 부족을 겪는 낙후 지역은 전력 시설도 열악하다는 현실에 착안, 전기 없이 현장에서 1분만에 물 속의 중금속·유해세균 등을 검사할 수 있는 휴대용 수질 측정기를 인도·베트남 등에 보급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코이카 CTS 사업에 선정됐다.
코이카로부터 8억원을 지원받아 기기 개발과 현지 진출에 성공한 파이퀀트는 2020년 국내기업 최초로 미국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의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CTS 사업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9개 개도국에서 78개 사업을 수행해 현지 수혜자 294만명, 국내 일자리 262개를 창출했고 IBS 사업은 지난해까지 총 30개 국가에서 148개 사업을 발굴해 국내 일자리 565개, 현지 일자리 655개를 창출했다.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던 ‘최빈국(LDC)’에서 ‘원조공여국’으로 자리바꿈한 최초의 국가로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공적개발원조 금액은 아직 기존 공여국에 비해 크게 적다. 지난해 우리나라 ODA 규모는 28억6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로 1위인 미국 423억달러(약 55조 2400억원), 3위 일본 176억달러(약 23조원)와 격차가 크다.
따라서, 코이카는 도로·철도 등 대규모 인프라 건설보다는 학교·병원 등 소규모 생활인프라를 건설하고 여기에 전문가 파견, 연수생 교육 등 인적 지원을 결합해 종합 지원하는 ‘프로젝트 원조’에 주력함으로써 지원 금액 대비 수혜자의 실질적 혜택을 높이는 원조를 제공하는 주력해 왔다.
이번에 플랫폼 기관으로 변신한 코이카는 민간·공공 협업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각 국가마다 각양각색인 현지의 원조 수요에 부응하고 현지 주민과의 스킨십을 넓혀 양국 우호관계 증진에 기여하는 셈이다.
코이카 관계자는 "정부기관 혼자의 ODA만으로는 개도국 개발협력에 한계가 있다"며 "민간참여의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민간·공공 주체들과 실질적인 협업을 이뤄 우리나라 융합 ODA의 모범사례를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