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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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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42년 묵은 공공부문 냉방기 사용제한 못 바꾸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10 10:08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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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1979년의 이란 회교혁명은 단숨에 국제유가를 세 배로 올려놓았다. 이른바 2차 석유파동이다. 1970년대 경제성장률이 10%를 넘나들던 우리 경제는 치명상을 입고 1980년 -4.3%로 추락했다.

그 해 11월 남덕우 총리는 "범세계적인 에너지난의 도전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라는 이유를 앞세워 에너지절약 시행에 만전을 기하라는 공문을 정부 및 산하 공공기관에 발송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소비의 61.1%를 석유에, 22.5%를 국내 무연탄에 의존했다. 에어컨을 상상하기 어렵던 시기라 동절기의 난방에너지 절약이 중요했고 그것이 11월 공문 발송의 이유일 것이다. 실내온도는 동절기 섭씨 18도 이하, 하절기 28도 이상으로 제한되었다. 42년 전의 일이다.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름철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이행’ 공문을 발송했다. 표현은 ‘요청’ 등 권유적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의무사항에 의한 강제 조치다. 구태의연한 의무사항이 지속되다 보니 실효성이 의심되거나 불합리한 규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먼저 공공부문 냉방기의 순차적 가동 중지 의무다. 피크시간대인 2시부터 5시까지 공공부문은 권역별로 돌아가며 냉방기를 30분간 꺼야 한다. 권역별 시간도 지정되어 있다. 서울·인천 오후 2시 30분∼오후 3시, 경기 오후 3시∼오후 3시 30분 등이다. 이것만 보면 전력수급은 비상시국이다.

그런데 정부가 피크시간대를 아직도 오후 2시∼5시로 설정하고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냉방기 가동을 중지하라는 시간대는 정작 피크시간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전력피크는 오후 5시∼6시에 발생하고 있다. 휴가 절정기인 지난 4일에도 전력수요는 13시 78.4GW, 18시 85.7GW로 약 7GW 차이가 발생했다. 태양광 발전 확대에 따라 발생하는 오리곡선 효과 때문이다. 오히려 이 시간대에는 전력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 검토되고 있다. 전기소비자가 전기 사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릴 때 보상을 받는 소위 플러스DR 제도를 말한다. 이미 제주도는 작년부터 시행 중이다.

전력소비를 촉진하는 플러스DR 제도와 절약을 위해 냉방기 가동을 중지시키는 서로 반대되는 정책이 같이 추진되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할 지 모르겠다. 두 정책은 모두 한전 수익 감소와 적자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실내온도 28도 적정한가. 28도가 여름철 실내온도로 정해진 것은 어떤 과학적인 근거도 없다. 의무사항 내용 중 ‘비전기식 냉방설비를 60% 이상 설치하여 가동하는 건물은 26도 이상’으로 2도 낮춰 준 것에서 더 분명해 진다.

가스냉방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지만 전기냉방을 쓰는 공공부문 종사자가 더위를 더 잘 견디는 것은 아니다. 체감온도 계산표에 의하면 실내온도 28도에 습도 60%면 체감온도는 32도가 된다. 여름철 실내 활동에 적정한 온도는 25도로 알려져 있다. 습도가 높은 시기에 냉방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업무 스트레스 보다 더 심한 더위 스트레스를 공공부문에 강요하는 것이다. 이러니 여름철 공공부문 종사자는 ‘극한직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실내온도 기준을 준수할 경우 에너지절감 효과가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분석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에너지밸런스 플로우 자료에서 확인한 2021년 7월의 공공부분 전력소비 비중은 6.0%, 8월은 5.5%에 불과하다. 냉방온도를 1∼2도 올려서 얻게 되는 에너지절약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

피크발생 시간대의 불일치 문제, 에너지 절약효과와 업무효율 감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인 에너지이용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할 시기가 됐다. 42년 묵은 공공부문 냉방기 사용 제한, 온도 제한이 공공부문 종사자의 솔선수범을 보여주는 대국민서비스의 일환일 런지는 모르겠지만 보여주기 행정, 불합리한 에너지소비 규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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