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7월 27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오세영

claudia@ekn.kr

오세영기자 기사모음




올 여름 폭염 가능성에 벌써부터 전력수급 불안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5.05 09:14
clip20220504163010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시내 보도에 설치된 온도계가 39도를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올 여름 폭염 전망에 벌써부터 전력수급 비상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도 등 아시아 대륙의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냉방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신종코로나변이바이러스 등장으로 다시 외출 자제 가능성까지 제기돼 여름철 냉방 전력 수요 급증으로 인한 전력수급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기저발전원인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에너지전환에 징검다리 전원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경우 발전연료 가격 부담 때문에 마음놓고 발전량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믹스(전원 조합) 조정이 예고된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서 보급이 줄곧 늘어온 재생에너지도 새로운 발전설비의 증가세가 올해 들어 정체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원전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당장 올해 여름철 전력 수급에 대비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기존 원전 가동률을 높이거나 새 원전을 투입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기상청의 ‘2022년 5∼7월 3개월 전망’에 따르면 오는 6월 평균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은 40%다. 본격 더위가 시작되는 7월에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확률이 50%로 평년과 비슷할 확률(40%)보다 높다.

여름철 더위가 시작되면 냉방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력수급도 활발해지게 마련이다. 폭염이 길어질 경우 냉방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수급 불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몇 년 사이 여름철 마다 폭염이 잇따르면서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가 빈번하게 나왔다.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3일 최저 전력공급예비율이 9.45%로 한 자릿수를 보여 1년 11개월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2주 뒤인 7월 27일에도 전력공급예비율이 10.5%로 겨우 두 자릿수를 턱걸이했다.

역대급 폭염으로 기억되는 지난 2018년 7월 최대전력량은 9만2478MW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가 예측한 여름 최대 전력수요인 8750만kW를 한참 뛰어넘는 수치다. 전력공급예비율은 7.7%까지 떨어졌다.

공급예비율은 전국 발전소에서 당장 공급할 수 있는 발전량 가운데 생산되지 않은 전력량의 비율을 뜻한다. 공급예비율이 현저히 낮아진 탓에 전력수급 위기 경보에 대한 가능성도 나왔다. 전력 부족에 대비해야 하는 전력수급 위기 경보는 예비전력량이 500만㎾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에 발동한다.

앞서 예비전력량이 500만㎾ 밑으로 떨어진 경우는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다. 대규모 정전을 뜻하는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 2012년 피크 때 예비 전력량은 불과 279만㎾였다. 다음 해 여름에도 472만㎾에 불과했다.

게다가 기저발전원이던 석탄화력발전기가 환경오염 주범으로 꼽히면서 발전 가동률을 감축하려는 추세다. LNG 발전의 경우 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전력요금 상승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발전량을 급격히 늘릴 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정부 정책으로 공급량을 늘리는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는 정체된 상태다. 국내 태양광 발전기 보급량은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에 감소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태양광 신규 보급량 잠정치는 설비용량 총 1162MW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분기의 태양광 보급량 1322MW보다 12.0%(159MW) 줄어든 수치다.

또 재생에너지는 기온이 25도를 넘어설 경우 발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름철 같은 ‘전력 피크’ 시에는 전력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차기 정부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믹스를 이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탈(脫)원전 기조를 이어오던 현재 정부와는 달리 원전 발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원전 비중을 대폭 높이기도 쉽지가 않다. 당장 전력 생산에 새로 투입될 원자력 발전기가 없는 데다가 현재 국내 원전 24기 가운데 정비중인 6기를 제외하면 18기만 가동할 수 있는 상태다.

또 원전의 안전과 신규 원전 건설 인·허가, 가동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안전관리 기준을 완화하지 않을 경우 계획예방정비 기간이 늘어나면서 원전 가동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안전 강화’에 따라 계획예방정비 기간이 늘어나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80%대를 웃돌던 원전 이용률은 현 정부 들어 70% 안팎에 머물렀다. 현 정부는 안전을 이유로 신규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 가동 원전 조기폐쇄,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등 탈원전 정책을 펼쳤다.

신한울 1호기는 일러야 오는 9~10월 상업 운전에 들어갈 전망이다. 당초 지난 2017년 4월 상업 운전이 계획됐지만 경주 지진에 따른 부지 안전성 평가, 기자재 품질 강화 등을 이유로 총 59개월이나 가동 일정이 밀렸다.

지난해 정부는 당시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가 94.4GW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 뒤 전력 공급을 메우기 위해 시운전 중인 석탄발전기인 고성하이 2호기와 LNG 발전기인 부산복합 4호기를 투입하기도 했다.


claudia@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