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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복장을 한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역 인근 거리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24일을 고비로 추위가 사실상 마무리되는 올 겨울 국내 전력 수급이 전 세계 에너지 대란 속에서도 날씨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
올 겨울엔 지난해 만큼 역대급 한파가 없었고 이에 따라 전력예비율이 단 하루도 한 자릿수로 떨어지지 않았다.
글로벌 에너지 대란에 우려됐던 국내 전력 수급에 전력당국과 한국전력공사가 선방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올 겨울 전력수급에 큰 문제를 드러내지 않았던 것은 날씨의 도움 뿐만 아니라 발전 단가가 비교적 싼 것으로 알려진 원자력 발전의 가동을 늘린 점도 그 배경으로 꼽힌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선 원전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없다고 지적한다.
23일 전력거래소 전일 전력수급실적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력 공급예비율이 모두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지난해 1월 역대급 한파에 전력공급예비율이 총 세 차례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과 대비됐다.
올 겨울(지난해 12월∼올해 2월) 동안 전력 공급예비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진 날짜는 지난 겨울(2022년 12월∼2021년 2월)의 절반도 안됐다. 올 겨울 예비율 20%를 밑돈 날은 △12월 4번 △1월 5번 △2월 6번 등 총 15일이었다.
반면 지난 겨울엔 예비율 20% 미만을 기록한 날이 △12월 18번 △1월 12번 △2월 4번 등 총 34번이다.
올 겨울 전력공급예비율 20% 아래를 나타낸 날이 이처럼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은 큰 한파가 없었던 날씨 덕분이라는 게 전력업계의 분석이다. 올 겨울 전국 평균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진 날이 지난해보다 많이 않았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초에는 전국 평균 최저 기온이 대체로 영하 10도 이하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전국 평균 최저 기온을 살펴보면 △1월 7일 영하 14.8도 △8일 영하 16.8도 △9일 영하 16.0도 △10일 영하 13.9도 등을 기록했다. 이처럼 추웠던 날의 전력공급예비율을 봐도 7일 8.9%, 8일 9.3%, 11일 9.5% 등 한 자릿수로 떨어진 날이 3일이나 됐다. 전력공급예비율이 겨울철 기준 한 자릿수를 나타낸 것은 2013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었다.
12월 전력공급예비율 차이도 눈에 띈다. 올 겨울에 해당하는 지난해 12월 전국 평균 최저 기온의 평균은 영하 3.1도였다. 그보다 1년 전으로 지난 겨울이었던 2020년 12월에는 영하 4.4도였다. 지난해 12월 최저 기온 평균이 재작년 12월보다 불과 1.3도 높아진데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전력공급예비율 20% 미만인 날은 4번으로 재작년 12월 18번보다 무려 14번이나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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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기상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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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기상청 |
다만 올 겨울 매서운 한파가 없었다고 해도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와 글로벌 에너지 대란 등 발전업계와 관련된 여러 악재를 고려하면 전력 수급이 비교적 차질없이 이뤄진 셈이다.
정부는 최근 들어 해마다 전년 12월부터 당해 3월까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한다. 계절관리제 시행 기간엔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을 줄이면서 해마다 전력 수급 대응에 긴장감을 주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발전량 가운데 석탄발전의 비중이 35.6%로 가장 크기 때문이다.
올해 3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라서 공공석탄발전 53기 가운데 8∼16기가 가동정지되고 최대 46기에 상한제약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글로벌 에너지 대란이 이어지면서 국내 전력 수급 불안 우려를 가중시켰다. 지난해 중국의 호주산 석탄 수입 제한과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유가, 천연가스 등 에너지 발전원 가격이 급등하고 수급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laudia@ekn.kr